
2018 평창 동계올림픽 Chief Medical Officer(의료 총책임자) 이영희 부원장
올림픽에 교수님의 역할을 간단히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도 참여하셨나요? 하셨다면 어떤 역할을 하셨나요?
1988년 서울올림픽 28년 전으로 당시에는 군의관 신분으로 역할이 제한적이었습니다. 그 이전에 1986년 아시안게임 때는 전공의시절 잠실 주경기장에 본격적으로 지원을 나갔고, 의무실 지원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저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Chief Medical Officer(의료 총책임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CMO의 업무는 크게 3가지로 설명 드릴 수 있습니다.
첫째, 조직위원회의 해당대회 올림픽의 의료 및 도핑방지 업무를 기획 및 총괄 지휘업무이고, 둘째 필요한 의료자원을 개최지에서 확보하고 운영하는 업무, 마지막으로 IOC 의무위원회 대회그룹멤버로 참여하면서 IOC와 조직위원회의 연결고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올림픽 선수들을 위해 의료 시설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어떤 것일까요?
올림픽 의료시설은 크게 두 그룹을 위해 존재 합니다. 하나는 선수 및 참여임원이고, 다른 하나는 올림픽에 참가하는 관중, 미디어, VIP, 후원사 등입니다.
세계 최고의 스포츠 축제이자, 최고 수준의 경기결과가 선보이는 올림픽의 주인공은 선수들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결과를 낼 수 있도록 의료서비스를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고의 시설의 콘서트장을 준비했더라도 공연 당일 가수의 목상태가 좋지 않으면 콘서트가 성공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선수 중심의 편안하고 포괄적인 의료시설을 갖추는 것에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용이한 접근성, 높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 선수들이 긴박한 환경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돕습니다.
운동선수는 일반 환자와 어떻게 다른가요? 또 비슷한 점은 무엇이 있나요?
환자가 질병이 있든 손상을 당했든 치료를 위한 접근방법은 일반 환자와 동일합니다. 차이점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4년만에 다가온 올림픽에서 최상의 경기결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선수생명 및 경기력을 고려한 진단, 처치를 하는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외국인이기 때문에 타국에서 아픈 경우 겪을 수 있는 언어, 환경 등의 어려움을 최소화하는 의료서비스 역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경기구역내에서의 부상인 경우가 일반환자와 크게 다른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특히 동계올림픽은 환경적인 면에서 춥고, 눈이 많고, 높은 지역에서 경기가 펼쳐지거나, 경기장소에서 병원의 위치가 멀리 떨어져 있는 어려움이 있고, 요즘은 대부분 모든 경기가 전세계에 실시간 생중계되기 때문에 그런 부분까지 감안한 빠른 치료 계획을 준비해야 중요합니다. 가능한 현장처치를 신속 완벽하게 하고 바로 선수촌 폴리클리닉이나 올림픽 병원으로 후송합니다.
마지막으로, 선수의 프라이버시도 존중하면서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나리오도 갖추고 있습니다.
환자들을 진료하는데 활용될 폴리클리닉과 영상의료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988년 서울 올림픽과 비교했을 때 어떤가요?
28년전과 비교하면 기기 수준 자체가 다르고, 당시 MRI는 대학병원 외에는 보기 힘든 장비였으며 초음파 역시 저사양 초음파만 있던 시절입니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이후 참여하면서, 현재까지 영상기기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역사를 목도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의학의 특성상 근골격계 손상이 많은데 MRI의 이미징 퀄리티가 눈에 띄게 향상되었습니다. 요즈음 올림픽에 함께 참여하는 각국의 팀닥터들은 근골격계 MRI 및 초음파에 대한 뛰어난 지견을 보유하고 있어, 촬영 건수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으며, 또한 그들의 기대수준에 부응하는 의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기기를 사용해야 합니다.
PACS시스템이 보편화 되면서 동계올림픽 선수촌은 2곳으로 나눠져 있기 때문에 각 나라의 주치의와 선수가 떨어져 있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예전에 가능하지 못했지만 PACS를 통해 선수의 상황을 빠르게 전달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폴리클리닉 뿐 아니라 다른 경기장에서도 PACS를 통해 선수 결과를 알고 싶어하는 이유 등으로 기술 수준, 규모, 정보공유 방식 등 전분야에 걸쳐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 컬링 연맹에서의 교수님의 역할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세계컬링연맹은 일반 경기 및 장애인 경기도 주관하는 세계기구입니다. 저는 재활의학을 전공해서 장애인 스포츠 분야 업무를 오랫동안 해왔고 ‘대한장애인올림픽 위원회’에서 의무위원장 역할도 맡은 바 있습니다.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공정한 경기 운영을 위해 장애인 스포츠에 참가할 수 있는 장애의 수준을 평가하는 역할이 있습니다. 세계컬링연맹에서는 동계장애인올림픽 경기 중 휠체어컬링에 참여할 수 있는 장애 정도를 평가 및 판정하는 ‘등급분류사(Sports Classifier)’의 총책임자(Head of Classification)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전세계 등급분류사들을 교육, 양성 및 각 대회에 파견하는 업무 등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Chief Medical Officer(의료 총책임자) 이영희 부원장
스포츠 의학에 있어 가장 어려운 도전과제라면 어떤 것들이 있을 수 있을까요?
나라마다 차이가 많지만, 공통적으로 의료진이 느끼는 스포츠의학의 도전과제는 선수들의 의학적 행태에 대해 의료진과 선수, 코치, 선수 부모 등 각 의견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의료진은 선수의 건강관리에 주안점을 두는 반면, 선수들은 회복여부에 관계없이 경기에 다시 임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어 그 간극의 접점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스포츠 선진국일수록 의료진의 의견에 따라 결정하는 경우가 있지만 반대의 경우 그렇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의료진과 선수만의 이해문제일수는 없고 스포츠 시장, 정책 등과 다양하게 연관이 되어 있기 때문에 여러 고민이 필요합니다.
또한, 선수들의 최상의 경기결과를 내기 위해 훈련, 손상방지, 손상 후 치료 재발 프로그램 등에 있는 편차를 극복할 수 있는 근거중심의 스포츠의학을 지향해야 하는 도전과제가 있습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잘 치르기 위해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어떤 점들을 배우기를 기대하고 계신가요?
소치 올림픽을 방문했을 때는 같은 동계올림픽 인만큼 종목별 의료서비스가 어땠는지 보고 평창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집중했었습니다.
리우는 하계올림픽이니 다른 전략으로 접근하고자 합니다.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력을 어떻게 모집하고 중간 이탈 없이 끝까지 참여하게 할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특히 평창과 강릉중심의 올림픽 시설은 대도시에 위치해 있지 않기 때문에 전국에서 어떻게 의료인력을 모집할지 많은 고민이 있습니다. 최대한 좋은 여건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해 패럴림픽까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게 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리우에 가서 의료인력 모집 및 활용의 실제사례를 보고자 합니다. 또한, 리우는 현재 보건측면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이 바로 지카바이러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환경에서의 보건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보고자 합니다.
끝으로 도핑방지가 스포츠의학의 세계적 이슈입니다. 이전보다 강화된 수준의 관리를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평창도 마찬가지 수준 또한 그 이상의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 부분 역시 중점적으로 살펴 볼 예정입니다.
올림픽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자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평소에 학생들로부터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스포츠에 대한 열정입니다. 또한, 스포츠에서의 의사의 역할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인이 스스로 스포츠에 열심히 참여한다면 좋을 듯 합니다.
지난 겨울 개최된 테스트이벤트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월드컵 스키 활강경기에서 경기구역 의료서비스를 진행했는데 대학병원 및 개원의 의사 12명이 참여했습니다. 다만, 따듯한 의무실이 아닌 추운 경기구역에서 아침7시부터 오후4시까지 추위에 떨면서 의료서비스를 진행했는데 이분들은 모두 스키를 좋아하고 열정이 있는 분들이었기 때문에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성공적으로 이벤트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저 역시 스키를 즐긴지가 40년이 되었습니다. 이런 저의 스포츠에 대한 열정이 지금 제 역할을 맡게 된 인연이 된 거 같습니다. 요즘에도 매주 목요일마다 농구를 하고 여름에는 윈드서핑을 즐기고 있습니다.
스포츠에 대한 열정과 이해가 있는 의학도 및 의사들이 전세계가 하나가 되는 올림픽 의사로 더 많이 배출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