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공과대학교기계/항공우주공학 학사
괴팅겐대학교독일우주센터(DLR) 공학박사
스위스연방공과대학교 공학박사 및 교수
카를로스 하르텔(Carlos Haertel)은 세계 7곳에 있는 GE 연구소 가운데 하나인 GE 글로벌리서치 유럽 총괄을 맡고 있다.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한 후 오랫동안 학계에 몸을 담았고, 2003년 GE가 독일 뮌헨에 새로 연구소를 설립했을 때 “다섯 번째 직원”으로 합류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KOITA글로벌포럼 2014를 위해 한국을 찾은 그를 GE리포트 코리아에서 만나 미래의 혁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Q: 당신의 일에서 제일 흥미로운 부분은 무엇인가요?
Dr. Haertel: 우리 연구소에서 다루는 분야가 아주 다양하다는 점이 제일 흥미롭습니다. GE가 다루는 모든 분야와 관련이 있죠. 아주 다양한 주제가 서로 교류하면서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것, 그리고 그런 결과에 어느 정도는 제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참 재미있습니다. 또한 GE글로벌리서치 유럽에는 언제나 기술과 사회에 관심이 많은 언론, 정치인, 그리고 학계의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GE를 대표해서 그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점도 큰 재미이죠.
Q: 당신의 친구들과 가족들은 당신이 어떤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까?
Dr. Haertel: 짓궂은 질문이군요! 기술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당연히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죠. 하지만 가족들은 좀 다릅니다. 아내 역시 기술분야에 종사하고 있지만 제품 디자인 쪽이라서, 나에게 “당신은 무슨 일을 하는 거죠? 엔지니어라면서, 연구를 어떻게 관리한다는 거예요?”라고 묻곤 합니다. 딸은 언어를 공부하고 있어서 제가 하는 일이 뭔지 전혀 알지를 못하죠. 어디서 누구랑 일하는지는 알아도,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르죠. 저만 그런 게 아니고, 첨단 기술 연구 쪽에서 일하는 사람은 아마 다 비슷한 경우를 경험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저 자신도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설명하기 어려울 때가 있어요. 하나의 상품을 개발하거나 문제 하나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미래에 어떤 목적을 위해 적용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어떤 것들을 개발하고 있는 식이니까요.
Q: 학계에 있었던 경험이 지금 업무에 도움이 되는 게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늘 그렇지만 사람들은 어느 정도까지는, 자신의 경험의 산물입니다. 과학을 연구하면 ‘인내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거나 과정을 완수해내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예를 들어 세일즈 분야에서는 단기적으로 결과가 나타나야 합니다. 분기별로 결산이 되어야 하죠. 하지만 과학 분야에서는 여러 해가 걸리는 연구를 거쳐야 해답이 나오는 것에 익숙합니다. 제 자신이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연구소의 관리자로서도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연구진들에게 편안하게 연구할 수 있도록 자유를 주는 편입니다.
연구란 개인의 헌신, 야심, 목적 의식, 현실 파악 능력 등이 결부된 과제입니다. 개인의 성과를 좌우하려 하기보다는, “훌륭한 사람들은 훌륭한 일을 해낼 것이다”라는 믿음을 가져야 해요. 결국 주인의식을 가지고 결과를 성취하는 건 개인입니다. 누군가가 관리해서 성공하는 게 아니거든요. 저는 그런 연구자들을 지원할 뿐이고, 연구자들 스스로가 문제 해결 방식을 찾아야 하는 겁니다. 저는 대학에 있을 때 연구 책임자로서 비슷한 경험들을 했고, 현재 GE글로벌리서치 센터에서도 똑 같은 방식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연구개발 혁신은 “사람이 하는 일”임을 기억하라
Q: 하르텔 씨는 연구개발 혁신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포럼에서 발표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Dr. Haertel: 일반적으로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하면 서비스업 쪽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어떤 사람이 우리한테 와서 어떻게 이야기하고 어떤 식으로 우릴 대하나, 뭐 이런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런 측면은 연구 개발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연구 개발이란 공장을 운영하는 것처럼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한 사람이 아프면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서 똑같은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창의적인 일이라면 무엇이나 다 “사람”이 중요합니다. 아트디렉터나 디자이너의 일은 다른 사람이 대체해서 똑같이 해낼 수 없죠? 연구 개발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업무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구의 핵심이 뭔가요? 경계를 넓히고, 새로운 것을 개척하는 일입니다. 연구 개발이 성공하려면 이런 쪽으로 특별한 재능이 있고 특별한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야 해요. 관리자는 그들이 자신의 꿈을 세상 속에서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하는 겁니다. 제대로 된 사람들이 모이면, 그들을 북돋우면서 좋은 환경을 제공해야 합니다.
그 사람들이 뭔가 새로운 것, 뭔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새 아이디어를 내면,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에게 그 생각을 전달해야죠. 확신을 가지고 생산담당자를 설득합니다. 그 다음엔 그 상품/서비스를 팔 수 있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죠. 이 모든 과정에서 지식을 전달하고, 기술을 전달하고, 아이디어를 전달해야 합니다. 모든 과정에서 사람을 대하는 기술이 필요하죠. 아무리 뛰어난 생각을 가진 천재라고 해도, 그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고 나눌 수 없다면 소용이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연구 개발에선 모든 측면에서 사람을 대하는 기술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한 가지 혁신을 하려면 온 회사가 다 필요하다
Q: 그렇다면 이 이야기의 연장선상에서,성공적인 파트너십을 이루기 위해 지켜야 할 원칙들은 어떤 것일까요?
Dr. Haertel: 우선 첫 번째로 파트너십 구축 역시 “사람이 하는 일”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파트너십은 계약서나 법 조항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파트너십이란 신뢰를 쌓는 것, 그리고 목적을 공유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점이 너무나 중요합니다. 두 번째, 파트너십은 시간이 필요한 문제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어떨 땐 단기적인 파트너십이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건 단기적인 결과이기 쉽습니다. 당신이 어떤 기업을 파트너로 원한다고 해서, 그들이 당신을 원하는 건 아닙니다. 먼저 상대방과 나 사이에 공동의 관심사가 겹치는 영역을 찾아야 하죠. 이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과정입니다.
회사 안에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함께 일하는 건 오히려 단순합니다. 문제는 외부와 협력해서 일해야 할 때죠. 외부 단체나 기업과 일하기 위해서는 연구 인력만 필요한 게 아닙니다. 기술 부서, 제조 부서, 법률 부서에 인력지원 부서까지 다 동원될 수밖에 없어요. 특히 혁신적인 협업을 위해선 회사 전체가 개입해서 모든 기능을 다 동원해서 지원해야 합니다. 연구 개발자 개인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에요.
아프리카 속담에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다 필요하다”는 말이 있는데요. 이와 똑같이 “한 가지 혁신을 하려면 온 회사가 다 필요하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넓은 시야를 가져야만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혁신이란 말 그대로 모든 사람이 함께 일해서 어떤 것을 시장에 내놓는 일입니다. 파트너십의 구성원 모두가 마찬가지에요.
테크놀로지 포럼, 세션 T를 배우자
Q: GE글로벌리서치에서 혁신과 협업을 위해 진행하는 세션T에 대해 설명을 부탁합니다.
Dr. Haertel: 혁신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연구 부서와의 교류와 토론이 중요합니다. 우리 센터에서는 ‘세션T’라는 것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당연히 테크놀로지의 ‘T’를 의미하겠죠. 이 포럼에는 고객기업의 팀들과 함께 GE의 연구개발, 마케팅, 세일즈 부문에서도 참석합니다. 고객에게 미래에 대한 전망을 묻고, GE가 생각하는 미래에 대해 설명하고, 이 두 가지 미래가 합의를 보기 위해서는 어떤 시나리오가 가능한지를 논의합니다.
먼저 고객이, 본인이 이 산업이 어떻게 발전할 것이라 예상하는지를 발표합니다. 예를 들어 오일앤가스 기업이 고객사라고 생각해보죠. 그럼 고객이 먼저 자기들은 이전과 다른 에너지원을 기대한다, 극 지방의 석유자원 같은 게 중요해질 것 같다, 이런 식으로 발표를 하는 겁니다. 그러면 우리 연구소에서, 우리 생각에 고객에게 필요한 건 무엇이고 우리 제품은 어떤 로드맵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을 하죠.
그럼 모든 사람이 찬성할 것 같지요?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고객의 반응은 이런 식이기 쉬워요. “난 당신들이 왜 그런 일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그건 말도 안되는 것 같아요, 우리 회사에 필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 이런 피드백은 우리에게 무척이나 소중합니다. 거기에 따라서 우리 프로그램을 다시 조정하고, 다시 연구를 진행하고 논의를 발전시킬 수 있으니까요. 이런 식으로 시장을 개발하고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면 긍정적인 결과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시장의 방향이나 생산 계획에서 완전히 다른 관점을 가지게 되죠.
Q: 세션T는 얼마나 자주 열립니까?
Dr. Haertel: 사업 분야에 따라 다릅니다. 어떤 분야에선 자주 열리는데요, 오일앤가스 산업에서 세션T가 특히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매년 주요 고객사들과 함께 세션T를 실행합니다. 경우에 따라 고객들을 분산시켜 따로따로 세션T를 시행하기도 하고, 매년 정기적으로 전 세계 고객들을 모아서 시행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산업 분야의 변화가 잦기 때문에 세션T 역시 자주 열릴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고객들과 한 방에 모여 있으면 뜻하지 않은 일이 생기기도 하죠.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나 사용중인 우리 장비에 대해서 불평을 늘어놓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회의의 중심은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가 아니라 미래의 산업 현황에 있기 때문에, 결국 세션의 주제는 미래에 대한 것으로 집중이 되곤 합니다. 모든 산업 분야에 세션T가 필요한 건 아니겠죠. 한번 정해진 파트너와 오래도록 수요 공급 관계를 유지하는 산업도 있습니다. 하지만 변화나 혁신이 자주 일어나고, 그런 혁신이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분야라면 세션T의 중요성이 클 것입니다.
아이디어의 맨 처음부터 마지막 상황을 생각해야 한다 – 카를로스 하르텔 GE글로벌리서치 유럽총괄 인터뷰 (2부) – 읽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