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수준의 보스턴아동병원(Boston Children’s Hospital) 영상의학실 소아신경과 의료진은 매일 3~5만 장에 달하는 어린이의 뇌 사진을 살펴보아야 한다. 이들은 발달장애 징후를 보이는 아동의 MRI촬영 분석 전문가들이다. 이 작업은 매우 어렵고 중요하다. 아동의 뇌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발달하기 때문에, 어린이의 뇌 촬영 결과를 분석하는 일은 성인의 경우와는 매우 다르다. 어린이의 정상적인 뇌 발달 상태를 질병으로 잘못 해석해 불필요한 걱정을 초래하고 검사를 실시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체 영상의학 전문의 중 소아신경과 전공은 3%에 불과하다. 소수에 불과한 이 소아신경과 전문의들마저 주로 보스턴아동병원 같은 대도시 병원에 배치되어, 다른 지역에 있는 어린이들은 잘못된 진단이나 불필요한 검사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문적인 뇌 검진을 필요로 하는 어린이들의 수도 결코 적지 않다. 미국의 경우 아동 인구 중 1/6이 신경학적 발달 지연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최근 GE헬스케어는 MRI 장비로 촬영한 어린이의 뇌 영상을 다른 병원의 비전공 임상의가 보아도 질병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보스턴아동병원과 공동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MRI 영상 데이터베이스가 기계학습(머신러닝)을 수행하고, 정상과 질병을 구분하고 진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되어줄 뇌 촬영 영상 데이터를 스스로 축적하도록 만드는 데에 이 협업의 목표가 있다.
현재 영상의학과 의사들은 진퇴양난의 상황을 맞고 있다. 이들은 보통 어른 환자의 촬영 영상을 해석하고 질병을 진단하는 데에 숙련되어 있다. 예를 들어 외상을 입은 환자의 폐 상태나 시급한 조치가 필요한 내출혈 여부를 확인하는 전문가인 것이다. 영상의학과에서 매일 다루는 수천 장의 엑스레이나 MRI 사진 중 대부분은 정상 판정을 받는다. 하지만 이런 정상 케이스를 확인하는 동안, 정작 치료가 시급한 증상을 담은 영상은 순서를 기다려야 하고 그만큼 치료도 지연된다.
GE가 의료 영상을 검토하여 긴급 조치가 필요한 케이스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알고리즘 딥러닝 라이브러리를 개발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CSF)와 협력(링크)하고 있는 이유가 이것이다. 이 알고리즘이 전 세계에 전파되면, 전공 여부와 상관 없이 모든 임상의가 동일한 지식 및 통찰에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2020년이면 GE의 헬스클라우드(Health Cloud, 링크)에는 이와 유사한 앱이 수백 개 존재할 것이다.
GE는 단순히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미래에 중요해질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그 대신, 디지털 산업화를 통해 비용, 품질, 접근성이라는 의료산업의 오래된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전문 의료진이 없는 지역에서 뇌 영상촬영을 필요로 하는 아동을 위해, 매일 다루는 수천 장의 영상에 효과적으로 우선순위를 매기기 위해 눈과 시간이 모자라는 숙련된 영상의학 전문가들을 도우려는 것이다.
GE헬스케어는 한 세기에 걸쳐, 세계 영상의학 및 검진 분야에서 여러 병원과 협력하며 의료사업을 운영해왔다. 의료산업의 번성과 침체를 목격해왔고 엑스레이와 유방조영술, MRI 같은 이제는 우리에게 친숙해진 몇몇 의료 기술을 구현해내기도 했다. 이제 GE헬스케어는 디지털과 산업,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기계와 학습이 서로 결합하는 과정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변혁이라고 믿고 있다. 변혁이 헬스케어의 표준이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보건이나 의료 부문을 넘어 더 넓은 세상으로 번져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