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트 엔진은 모양도 크기도 각양각색이다. 전투기는 엄청난 추력을 필요로 하기에, 날렵하고 폭이 좁은 저-바이패스 터보팬 방식의 초음속 엔진을 사용한다. 대신 이 엔진에는 많은 양의 연료가 필요하다. 반면 여객기는 더 크고 효율이 높은 고-바이패스 터보팬 제트 엔진을 사용한다. 이 엔진은 효율이 높지만 속도가 전투기에 비해 한참 느리다.
GE항공과 미 공군연구소 엔지니어들은 여객기와 전투기 엔진의 장점을 결합한 엔진을 새롭게 개발 하고 있다. “저희는 첨단기술로 새로운 세대의 엔진을 만들고 있습니다. 속도와 성능 목표를 모두를 잡으면서, 동시에 연료 소모가 25%나 줄어든 엔진입니다. 연료 소비가 줄면 전투기의 경우 작전 반경이 35%나 확대됩니다. 막대한 차이죠.”라고 GE항공의 적응형 사이클 엔진(Adaptive Cycle Engine) 프로그램 매니저인 댄 맥코믹(Dan McCormick)은 설명한다.
이 새로운 엔진은 “적응형 사이클 엔진(ACE)”이라고 불리며, 고성능이나 고효율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제트 엔진의 연료를 한 방울도 남김 없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맥코믹의 이야기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군과 민간 연구소에서 적응형 사이클 엔진을 연구해왔다. 새로운 엔진은 혁신적인 구조 변경으로 코어, 메인 바이패스, 써드 스트림의 공기 흐름을 바꾸고 최고의 추력•최적 최대화된 성능•최고의 연료 효율을 이뤄냈다.
적응형 엔진 기술은 1960년대부터 추진되었다. 제트 엔진의 선구자 게르하르트 노이만(Gerhard Neumann)은 엔진 코어를 통해 흐르는 공기의 양을 제어할 수 있다면 엔진의 성능 역시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공기가 더 많이 흘러가면 더 큰 추력과 속도를 얻을 수 있고, 적게 흘러가면 연료를 아낄 수 있다.
GE의 적응형 사이클 엔진은 이런 두 모드 사이에서 자동으로 전환된다. 전투기의 파일럿이 전투 중에는 스피드 모드로, 초계 비행을 할 때에는 연료 절약 모드로 운행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파일럿이 임무에만 신경 쓸 수 있도록 엔진은 자동적으로 관리되기를 바랐습니다. 파일럿이 ‘이제 위험은 끝났어. 이제 느긋하게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데.’라고 말하면 엔진이 스스로 재조정되는 것이죠.”

GE 최초의 가변 사이클 엔진 시제품인 YF120에 장착된 새로운 적응형 사이클 엔진. (에드워드 공군기지의 테스트 현장)
1990년대에 GE의 엔지니어들은 YF120이라는 시제품 가변 엔진을 만들어 비행 테스트를 실시했다. 이제 그 연구진은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GE항공 공장에서 최신 적응형 사이클 엔진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다. 이 엔진에는 GE의 첨단소재인 세라믹 매트릭스 복합소재(CMC)와 첨단제조기술로 탄생한 3D 프린팅 부품이 쓰인다.

YF120 엔진의 블레이드 디스크
GE의 새로운 복합소재 CMC는 다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파이버와 얇은 탄소 시트, 플라스틱 또는 세라믹을 서로 엇갈려 층층이 쌓은 구조이다. 이렇게 물질을 교차로 구성하면 티타늄이나 강철보다 가볍고 강하다. GE글로벌리서치의 복합소재 연구 책임자인 쉬리다르 나트(Shridhar Nath)는 “복합소재 개발은 연구 개발 비용도 많이 들며 실패할 위험도 큽니다. 본질적으로는 플라스틱이라 할 수 있는 물질로 티타늄을 대체하려 하는 것인데, 처음엔 무에서 시작해야 했습니다. 탄소섬유 블레이드가 비나 눈, 강풍, 눈, 모래나 제트 엔진 내부의 엄청난 압력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전혀 몰랐으니까요.”
탄소섬유 복합소재는 제트 엔진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 노출되는 엔진의 앞 부분에 사용된다. 반면 세라믹 매트릭스 복합소재 즉 CMC는 금속조차 녹을 정도로 뜨거운 온도인 엔진의 내부에 사용된다. 세라믹에 의해 얻어진 여열로 엔진이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더 많아지며, 엔진 전체의 효율도 높아진다. 또한 CMC는 금속 소재보다 무게는 2/3밖에 되지 않지만 강도는 2배 더 강력하다. 덕분에 부품이 더 얇고 가벼워지며, 엔진 전체의 무게가 줄어들 수 있게 되었다. 적응형 싸이클 엔진의 성능을 개선시키는 데에 CMC의 역할도 결코 작지 않았던 것이다.
연구팀은 최근 적응형 싸이클 엔진의 코어 내부 온도를 목표보다 섭씨 55도나 높이 달성했다. 이는 역사상 엔진 내부에서 기록된 최고온도이며 이를 바탕으로 좀 더 개선된 엔진을 기대할 수 있다. 높은 온도는 더 강력한 힘을 의미하며, 더 큰 연료 효율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적응형 사이클 엔진 기술은 군용기를 넘어 더 넓은 곳에서 적용된다. GE항공의 어드벤트(ADVENT, Adaptive Versatile Engine Technology) 프로젝트 매니저인 데이브 제프코트(Dave Jeffcoat)는 “GE의 차세대 엔진인 GE9X 등의 최신 엔진에는 세라믹 매트릭스 복합소재 CMC나 3D 프린팅 부품이 사용됩니다. 이번 테스트 결과를 통해 GE가 적절하고도 중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음이 증명되었습니다. 차세대 엔진 개발을 위한 든든한 초석이 마련된 것이죠.”라고 밝혔다.

적응형 싸이클 엔진 – 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