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과 탄소는 서로 잘 어울리지 않는 짝이다. 이 두 물질은 지구에서 가장 풍부하 지만, 자연 상태에서는 서로 결합하는 일이 결코 없다. 실험실에서 이 둘을 화학적으로 결합하려면 엄청난 열과 압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들이 일단 결합하여 탄화규소(Silicon Carbide, SiC)라는 물질로 바뀌면, 이 물질은 대단한 물건이 된다.
“탄화규소는 차세대 기기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요소입니다.”라고 GE글로벌리서치센터 다니엘 머펠드(Danielle Merfeld) 선행기술개발 전무는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 중 하나인 다이아몬드의 특성과 전자 기술 어디에서나 쓰이는 반도체 기술인 실리콘의 특성을 결합한 것이 바로 탄화규소입니다. 전력 반도체에 사용될 새로운 소재 중 최선의 물질입니다. 탄화규소는 높은 전압을 더욱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고, 기존 실리콘 반도체 대비 세 배 이상의 에너지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제 곧 기관차, 비행기, 풍력발전터빈에 이르는 모든 것을 더 높은 온도에서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동시킬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데이터센터에서 탄화규소 전력 반도체를 새로 장착하면 효율을 5% 향상시킬 수 있다. 탄화규소 기술 덕분에 항공기 제조업계에서는 여객기 무게를 1,000 파운드(약 454킬로그램) 정도 경량화할 수 있고, 운송 분야에서 기관차 무게를 5% 감소시킬 수 있으며, 풍력 및 태양열 인버터의 전력 손실을 절반으로 감소시키고,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의 연료 소모를 10% 줄일 수 있다.
현재 GE는 뉴욕주립대 폴리테크닉대학 연구소, 뉴욕 주, 기타 산업 파트너들과 함께 뉴욕 유티카에 신규 탄화규소 제조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25여년 탄화규소를 연구해온 GE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1억 달러 상당의 지적재산권을 공여하기도 했다.
GE글로벌리서치를 살펴보며 탄화규소 기술과 GE의 미래를 한번 예상해 보자.
GE는 1991년에 탄화규소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탄화규소를 활용한 최초의 제품은 UV 포토다이오드(UV Photodiode)였다. 이는 가스터빈 내의 엄청난 고열을 견디며 불꽃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강한 내구성을 가졌다. . 탄화규소로 제작한 최신 제품들은 유정(Oil Wells)의 내부, 운항 중인 비행기와 선박, 하이브리드 자동차 후드 하부 등의 뜨겁고 가혹한 환경 속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력반도체가 포함된다.
탄화규소 칩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클린룸에서 200개 이상의 공정을 거친다. 또한 기업들은 실리콘, 탄소, 금속산화물들의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들을 해결해야 한다. 위 사진과 기사 첫머리에 등장하는GIF이미지는 탄화규소 칩 제작의 초기 공정 모습을 보여준다. 작업자들이 스핀 코팅 장비를 사용하여 얇은 감광액 (photoresist)을 도포한 후 웨이퍼에 패턴을 만든다.
100여 년 전 탄화규소가 최초로 사용된 용도는 연마재였다. 오늘날 제조되는 탄화규소 칩은 튼튼한 구조 덕분에 신뢰성이 뛰어나며, 잠재적 수명이 100년에 이른다. 이로 인해 장기간 문제 없이 운영해야 하는 심해의 유정이나 해상 풍력터빈 등에 적합하다.
뉴욕 유티카에 위치한 탄화규소 칩 제조시설에서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4인치짜리 웨이퍼보다 면적이 두 배 이상인 6인치짜리 웨이퍼를 이용해 탄화규소 칩을 생산하게 된다. 웨이퍼 크기가 커지면 생산 비용이 감소하고 생산량이 늘어난다. 위의 GIF 이미지는 탄화규소 웨이퍼 위의 칩을 검사하는 전자현미경을 보여준다.
GE가 생산하는 탄화규소 칩은 MOSFET(Metal-Oxide Semiconductor Field Effect Transistor, 금속 산화막 반도체 전계효과 트랜지스터)라고 불린다. 탄화규소 칩은 기계 내부의 전력 관리에 도움을 주고 약 섭씨 200도의 고온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보통의 실리콘 칩은 이런 환경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위 사진은 패턴 형성 초기 단계의 제작 중인 6인치 웨이퍼다.
탄화규소 웨이퍼 하나에는 수백 개의 칩이 집적된다. 1,000 볼트 이상, 100 암페어까지 처리할 수 있다. 위 사진은 완성된 웨이퍼로, 개별적인 MOSFET 칩을 볼 수 있다.
청록색의 파워 모듈의 근접 사진. 전원과 신호를 공급하기 위해 와이어 본딩으로 연결된 탄화규소 MOSFET 3개가 보인다. 이 모듈은 파워 엘릭트로닉스 시스템에서 핵심적인 구성 요소다. 입력되는 전력을 소비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안정된 정현파 (Sine Waves)로 변환하는 역할을 한다.
GE 엔지니어들은 탄화규소 파워 모듈의 두 가지 변종을 연구하고 있다. 청록색 모델이 와이어 본딩으로 연결된 것과는 달리, 위 사진 속 노란색 모듈은와이어 본딩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 “탄화규소 MOSFET는 고성능 기기입니다.” GE글로벌리서치의 선행기술부문 책임자인 류비사 스테바노빅(Ljubisa Stevanovic)은 이렇게 설명한다.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기존 엔진보다 훨씬 빠른 레이싱카의 엔진과도 같습니다. 청록색 모듈은 픽업 트럭처럼 튼튼하고 전통적인 디자인을 보여줍니다. 반면 노란색 모듈은 와이어로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는 말하자면 포뮬러원(Formular 1)의 섀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 빠르게 달릴 수 있죠.”
“빠른 속도가 필요하면 와이어 본딩을 사용하지 않는 탄화규소 모듈을 사용하는데, 놀라울 만한 성능을 제공합니다.” 스테바노빅의 말이다. 위 사진에 보이는 황금빛 직사각형은 트랜지스터이며, 은빛 정사각형은 다이오드이다.
이 탄화규소 파워블록(Power Block)은 전자제어, 에너지저장, 냉각소자를 포함한 몇 개의 탄화규소 모듈로 구성된다. 엔지니어들은 다양한 분야의 전력 관리를 위해 이 장치를 사용할 수 있다. “탄화규소 파워블록은 가장 효율적인 최소형 패키지 내에서 최대 전력을 전달합니다. 완전히 최적화된 이 내장형 유닛은 풍력 및 태양광 발전시설, 기관차, 데이터센터, 그 밖의 다양한 분야에서 전력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라고 스테바노빅은 말한다. “이 결과물은 GE 스토어의 완벽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파워블록은 GE의 사업 전반에 걸쳐 서로 다른 시스템에 적용될 수 있죠. 덕분에 어플리케이션 엔지니어의 업무가 쉬워집니다.탄화규소를 사용할 때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없어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