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산업인터넷과 소비자인터넷 분야에서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까? 정답은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에 있다.
요즘 사람들은 일상에서 디지털 기술에 푹 빠져있다. 이제 디지털은 일상 생활에서 필수적인 존재다. 디지털 기술로 우리가 실제 살아가고 있는 물리적 세계와 연관된 의사결정을 내린다. 온라인 쇼핑을 하고, 가상의 디지털 조언자에게 질문을 하며, 매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슈퍼컴퓨터에 의존한다. 아날로그 인간이지만, 우리는 이미 디지털화되었다. 항공기 엔진, 기관차부터 발전소 터빈, 그리고 의료용 영상장비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들을 생산하는 거대 인프라 제조기업인 GE 역시도 디지털화되었다.
GE의 디지털 변혁 과정을 보면 급변하고 폭넓게 변화하는 기술 기반 사회에 무엇이 필요한 지를 예측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몇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GE를 지멘스나 UT(United Technologies) 등의 산업기업과 주로 비교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 2020년까지 소프트웨어 탑 10 기업이 될 것이라고 선언한 GE는 우리의 생활 방식을 바꿔온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IBM 같은 거대 인터넷 및 소프트웨어 기업들과 비교되기 시작했다.
GE는 산업인터넷이라고 부르는 거대한 생태계로 물리적인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융합하는 기업으로 전환 중인데, 앞서 언급한 기업들과는 접근법이 매우 다르다. 구글은 검색으로, 아마존은 온라인 쇼핑과 AWS 클라우드 서비스로 기업을 성장시켰는데, GE는 무엇으로 기업을 성장시키고 있을까? GE는 프레딕스(Predix)라는 클라우드 플랫폼에서 여러 산업에서 활용되는 기계와 프로세스의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구축한다. GE의 프레딕스 플랫폼은 거대한 산업용 사물인터넷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것이다. 대량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사람과 사물을 연결하는 것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소비자인터넷과는 달리, 산업인터넷은 무한히 많은 산업 관련 데이터 속에서 특정한 비즈니스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즉, 고객이 수백만, 혹은 수십억 달러의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도록 “짚 더미 속에서 바늘을 찾아”내는 것과 같다. 다만 그 바늘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먼저 어느 곳을 둘러봐야 할 지를 알아야만 하고, 어느 곳을 둘러볼지 알려면, 기계나 프로세스의 모든 측면을 꿰뚫고 있어야만 한다.
어느 곳을 둘러본다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구글과 아마존을 한번 살펴보자. 구글에서는 매일 천만 건의 광고가 클릭되며, 아마존에서는 매년 50억개의 상품이 판매된다. 이 두 경우 모두, 빅데이터가 수집되고 분석되어 더욱 만족스러운 결과를 제공하는데 사용된다. 구글은 광고를 활용해 검색엔진 데이터로 소비자와 판매자를 연결하여 양 쪽 모두에게 이득이 될 수 있도록 한다. 아마존은 온라인 고객을 통해 얻은 빅데이터로 소비자가 관심 있어하는 제품을 보여준다. 빅데이터에 근간한 이런 비즈니스 모델은 구글과 아마존 모두를 성공적으로 이끌 었다.
GE의 고객기업 한 곳이 보유한 모든 항공기의 전체 비행 경로를 1년 동안 관리한다고 가정하면, 얼마나 많은 이벤트를 관리해야 할까? 여러분은 천문학적으로 많은 이벤트를 다루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물론 1년 동안 항공기 운항에서 발생하는 실제 데이터의 양은 소비자 인터넷에서는 볼 수 없는 엄청나게 큰 분량이다. 다만 우리가 실제로 신경 써서 다루어야 할 이벤트의 수는 사실 매우 적다. 백만 회 비행 당 29건 정도에 불과하다. 바로 이 점이 산업의 세계에서 소프트웨어를 다룰 때 만나게 될 근본적인 난제다. 어디를 둘러봐야 할지 정확히 알지 못하면 길을 잃고 헤맬 뿐만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결과도 절대 얻어낼 수 없게 된다.
GE와 다른 몇몇 기업들이 산업인터넷에서 얻으려는 것들은 소비자 시장에서 추구하는 것과는 다르다. 소비자 시장에서 얻어진 데이터가 특정 인물이나 세그먼트가 원하는 것을 나타낸다면, 산업 데이터는 우리가 원하지 않는 것들을 의미한다. 즉 사건이 발생하기 전 문제를 찾아내 고객이 수백만, 혹은 수십억 달러를 낭비하는 것을 막아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좀더 상세히 설명해보자. 위에서 언급한 29건의 이벤트는 항공사가 항공기를 정비창으로 불러들일만한 상황을 일으킬 수 있는 이슈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항공기 엔진의 블레이드에는 파쇄(Spallation)라고 부르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부품의 재료가 부식하는 현상이다. 이런 현상은 중동 지방처럼 모래 바람이 부는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다. 수십 년간 제트엔진 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고, 여러 고객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GE는 이러한 파쇄 현상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또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
GE에서는 사실 제트 엔진의 디지털 트윈이라 부를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이 현상을 디지털로 재현하고, 그 결과를 분석해 언제 엔진 블레이드가 부식될지를 더욱 정밀하게 예측하고 고객 기업에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 이를 통보하여 미리 정비를 받을 수 있도록 조언을 제공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급작스럽게 항공기 운항이 중단하게 되는 상황으로 이어지는, 비정기적인 정비 이벤트의 발생 가능성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항공사의 금전적 손실을 방지하고 탑승객들이 운항 지연을 경험하는 상황을 회피할 수 있는 것이다.
방금 전 들었던 예시에서, 다른 제트엔진 제조사들 역시 동일한 지식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고 반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업체들은 GE가 지난 10여년간 소프트웨어에 투자한 것만큼 투자를 하지 않았다. 실리콘 밸리의 비즈니스 리더들도 이미 잘 알고 있듯이, GE는 샌프란시스코 베이(Bay) 지역에서 큰 영향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GE는 소프트웨어 분야에 10억 달러가 넘는 금액을 투자해왔으며, 전세계에 걸쳐 14,000여명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과 과학자들을 매우 짧은 기간 안에 키워냈다. 캘리포니아 샌 라몬 (San Ramon)에 위치한 GE디지털 본사에는 1,400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전세계에 수천 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여기에 시카고, 시애틀, 파리, 두바이에 신규 사무실을 개설하여 수백 명의 직원을 추가로 더 할 예정이다.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GE가 어떻게 소프트웨어 분야에 도전하고 키워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다시 한번 설명을 하자면, 산업인터넷에서 가치를 창출해내기 위해서는 물리적 영역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 매우 다른 성격의 소프트웨어 기업이 필요하다. 물론, 산업 기업이 가진 데이터를 소프트웨어 기업에게 넘겨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곳을 들여다봐야 하는지 모르고, 전문 지식 없는 소프트웨어 기업이라면 고객들이 기대하는 수준의 결과물을 얻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몇몇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제조업계와 파트너십을 맺어 자신들이 보유하지 못한 분야의 역량을 메우고 있다. 하지만 GE는 이미 물리적인 영역과 디지털 영역 모두를 넘나들고 있다.
GE의 입장에서 보자면, 제조업계가 소프트웨어 분야로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및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한 세기 이상 GE가 주도해 온 제조업의 세계로 밀고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산업 분야에서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은 소비자 분야의 그것과는 매우 다르다. 산업 분야에서는 비용 절감, 수익, 신뢰성, 품질, 안전 등의 특정한 사업적 결과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만들거나, 움직이고, 전력을 제공하고,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기계나 시스템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만 한다. 그런 역량이 있어야만 어느 곳을 둘러봐야 할 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