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영(Quartz)으로 만든 유리 소재는 여러 과학 실험에 꼭 필요한 비밀 재료라고 할 수 있다. 석영은 온도 변화에도 금이 가지 않으며, 대부분의 화학물질에 대해 불활성이고, 빛에도 반응하지 않는다. 이런 특성 덕분에 석영은 완벽하게 투명하다. 온도가 낮을 때 석영은 단단한 상태이며 형태가 변하지 않지만, 높은 온도에서는 변형이 쉬워진다.
“석영 유리라고 하면 보통 크리스탈을 생각하기 쉬운데요, 하지만 그건 오해입니다.” GE글로벌리서치 첨단소재 연구원이며 석영 전문가인 토머스 맥널티는 이렇게 말한다. “석영은 고체 결정 같은 특성이 뚜렷하지만, 실제로는 비결정질(Amorphous)입니다.”
맥널티는 석영 유리가 강철의 녹는점보다 높은 화씨3,600도(섭씨1,982도) 이상의 온도에서 초순도 실리카(Silica, 이산화규소)를 가열하여 만들어진다고 설명한다. “실리카는 밝고 하얀 모래사장의 모래알 같습니다. 지구상에서 이 실리카를 구할 수 있는 곳은 몇 군데 되지 않는데, 그 중 한 곳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죠.”
석영의 높은 녹는점 때문에 작업자들은 이 물질을 다룰 때 텅스텐과 흑연으로 만든 용광로를 사용한다. 여기에서 만들어진 석영 유리는 순수한 실리카 분자로 구성된 비결정질 고리를 가지고 있는데, 이로 인해 석영 특유의 성질이 나타난다.
석영 유리가 열 충격에 노출되었을 때에 그 형태를 유지하는 것도 이런 비결정형 구조 덕분이라고 한다. 석영 유리의 소위 열팽창 계수는 대부분의 금속보다 약 100배 가량 낮다. “한쪽 끝은 차갑게, 반대쪽 끝은 뜨겁게 해도 석영 유리는 깨지지 않습니다.” 맥널티의 이야기다.

최근 석영 유리는 인간이 만든 가장 완벽한 구체 중의 하나를 만드는 데 쓰였다.
이 구체는 지구 주변 시공간의 곡률을 측정하기 위해 고안된 우주 실험에서 한 부분을 담당했다. (이미지 저작권: NASA)
석영 유리로 작업을 하는 엔지니어들은 먼저 재료를 튜브 모양이나 기타 기본적 형태로 모양을 잡은 뒤, 이후 공정을 위해 연구실로 보낸다. 뉴욕주 북부에 위치한 GE글로벌리서치에 근무하는 두 명의 전담 직원은, 이 석영 유리 튜브를 이용해, 화학자를 위한 맞춤형 반응장치나 클린룸의 퍼니스(Furnaces)에 들어가는 머플 튜브, 특정 실험에 맞게 제작된 비커와 기타 실험용 장비들을 만들고 있다.
이 경이로운 물질에도 약한 점이 있다. 맥널티는 석영 유리의 단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표면에 흠집이 생기면 기계적 특성을 꽤 빨리 잃게 됩니다. 이건 힘을 견디는 구조재가 아니라 기술적인 재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말로 많은 튜브가 필요하게 되죠.”
바로 이 순간이 빌 존스(위의 사진)가 활약할 때다. 그는 GE에서 33년간 맞춤형 유리 제품을 만들어온 인물이다. 존스는 특수 유리 선반에 있는 흑연 소재 고정대 속에 석영 튜브를 고정하고, 반원 모양의 가스 토치로 가열한다. 화씨 3,000도(섭씨 1,649도)에 이르면 튜브는 캐러멜처럼 끈끈해지는데, 이때 흑연 주걱을 사용하여 원하는 모양으로 가공하는 것이다. “이런 기술을 가르쳐주는 학교는 없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배워야 하죠. 예술과도 약간은 비슷합니다.” 맥널티는 석영 유리의 가공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