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30년 전 10월의 어느 이른 아침, 뉴욕 주 북부에 위치한 GE 연구소에서는 과학자 존 솅크(John Schenck)가 임시로 만든 침상 위에 누워 있었다. 연구소는 특수한 비자성(非磁性) 못을 사용해 지은 시설이었다. 존 솅크의 몸 주변에는 지구의 자기장보다 3만 배나 강력한 대형 자석이 둘러싸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동료와 간호사가 몇 명 서 있었는데 그들이 거기 모인 이유는 솅크의 머릿속을 들여다 보기 위해서였다. 세계 최초로 자기공명스캐너 즉 MRI를 이용한 뇌의 촬영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솅크는 최근 GE와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공동으로 제작한 6부작 TV 시리즈 <브레이크 스루>에도 출연한 GE의 과학자이다. 그가 출연한 ‘뇌의 비밀을 풀다: 두뇌 능력의 해명과 그 가능성, 위협을 알아본다’편은 영화 <러시아워> 시리즈와 <패밀리맨>, <엑스맨: 최후의 전쟁> 등을 감독한 브렛 래트너(Brett Rattner)가 연출을 맡았다.
1970년대는 영상 의료 분야에 있어서 혁명적인 시대였다. GE의 연구진을 비롯한 과학자들은 엑스레이(X-ray) 기계와 인체 내부 이미지를 생성하는 CT(Computed Tomography) 스캐너를 개선하였다. 또한 핵 자기 공명(Nuclear Magnetic Resonance) 기술을 영상 의료 분야에 적용하려는 연구도 진행되었다. 이미 사용되고 있던 이 기술은, 강력한 자석을 이용하여 원자와 분자의 물리 화학적 특성을 활용하였다. 하지만 당시 핵 자기 공명에 사용되던 자석은 인체를 촬영할 만큼 강력하지는 못했다.
그 무렵 GE 영상 의료 기기의 선구자이며 최초의 GE CT스캐너를 제작했던 롤랜드 “레드” 레딩턴(Rowland “Red” Redington)은 자기 공명 기술을 연구하기 위해 솅크를 채용했다. 솅크는 물리학 학위를 소지한 젊고 똑똑한 의사였으며 롤랜드의 연구가 성공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었다. 솅크는 낮에는 대형자석을 연구하는 레딩턴의 연구실에서 연구를 했고, 밤 이나 주말에는 응급실의 환자들을 돌보았다. “그때는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솅크는 이렇게 회상한다.

성공의 시절 : 존 쉔크(서 있는 사람)와 빌 에덴스타일(Bill Edelstein). 1983년 최초의 전신 사이즈 자석인 1.5 테슬라 자석 공개 행사에 참가한 모습이다.
솅크는 독특한 배경 덕분에 MRI의 가능성을 빨리 파악할 수 있었다. CT나 엑스레이가 인체를 투과하는 방사선을 배출하는 것과는 달리, MRI 기계가 생성하는 강력한 자기장은 인체의 물 분자를 자극하고 그 분자들이 무선 신호를 발생하게 만든다. 이 신호가 인체 밖으로 나오면서 이미지를 생성하는 것이다. 인체의 모든 부분은 물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MRI는 인체 내 분자가 발생시킨 신호의 원천을 파악할 수 있고, 그 내용을 디지털화하고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인체 장기의 영상을 생성한다.
솅크와 그 연구팀은 인체를 투과하여 고해상도의 유용한 영상을 얻을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자석을 얻는 데에 2년이 걸렸다. 1.5 테슬라 수준의 이 자석은 1982년 봄 솅크의 연구실에 도착했다. 그때까지 강력한 자기장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별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솅크는 자신의 몸으로 직접 MRI의 기능을 시험해야 했다. 그는 간호사에게 자신의 생체 신호를 지켜 봐 달라고 부탁한 후 시험 시설 속으로 들어가 10분 동안 자기장에 노출되었다.
자기장 노출 이후에도 솅크에게 아무 이상이 없었다. GE연구팀은 그 해 여름 동안 고강도 자기장을 사용하는 최초의 MRI 시제품을 만들었다. 1982년 10월, 연구팀은 마침내 솅크의 뇌를 촬영할 준비를 끝마쳤다.
당시 많은 과학자들은 1.5 테슬라 수준의 자석으로는 인체의 심부 조직(Deep Tissue)에서 발생되는 신호가 포착되기도 전에 이 신호가 인체에 흡수될 것이라 생각했다. “촬영된 이미지 한가운데 까만 구멍만 찍혀 있을까 봐 걱정했습니다.” 다행히 최초의 MRI 이미지 촬영은 성공적이었다. “제 뇌의 모든 부분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 흥분되는 일이었죠.”라고 솅크는 그때의 감동을 밝혔다.
이후 1.5 테슬라 자석은 MRI의 산업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에는 전세계에서 1.5 테슬라의 자성을 이용한 약 2만 2,000대의 MRI가 사용되고 있으며, 시간당 9천 장 즉 연간 8천만 장의 MRI 의료 영상이 촬영되고 있다.

존 솅크(John Schenck)
올해로 76세가 된 솅크는 아직도 GE연구소에서 연구를 계속하며 MRI 기계 개선에 힘쓰고 있다. 첫 번째 MRI 촬영 이후 그는 해마다 스스로의 뇌를 MRI로 촬영하며 별다른 변화가 없는지 점검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MRI가 우울증이나 다른 정신질환의 검진과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처음 우리가 연구를 시작했을 때는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없을지도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병원에 MRI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