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은, 토마스 에디슨을 ‘최초로 전구를 실용화한 사람’이라고 기억한다. 하지만 에디슨은 그 이상의 수많은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모험적인 발명가이자 사업가로 자신의 특허를 새로운 산업에 활용하여 다양한 사업을 했다. 한가지의 예로 GE가 있다. 1892년 종합금융투자은행 JP모건은 에디슨의 ‘에디슨 제너럴 일렉트릭 컴퍼니’와 엘리후 톰슨의 ‘톰슨-휴스턴 일렉트릭 컴퍼니’의 합병을 진행하여 GE의 탄생을 도왔다. 이후 GE는 연간 1,486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는 거대 산업 기업으로 성장했고 현재 MRI 스캐너부터 가스터빈, 제트엔진에 이르는까지 산업 전반에 걸친 모든 것을 생산한다.

보잉 드림라이너에 장착된 GEnx 제트엔진. GE의 항공 기술은 발전 산업에서 비롯되었다.
GE의 사업 분야들이 저마다 동떨어져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사업들의 기원은 에디슨이 빛과 전기를 만나게 했던 역사적인 순간 그리고 그의 연구소로 거슬러 올라간다. 에디슨의 전구에 대한 연구는 X-레이와 의료 영상 산업으로 이어졌다. 또한 GE의 전문 분야인 발전과 가스터빈 엔지니어링 기술은 GE항공을 낳았다. 이런 기술 공유는 양방향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현재 GE항공의 엔지니어들은 그들의 제트엔진 노하우를 이용하여 발전 분야 엔지니어들이 더 효율적인 가스터빈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 이것이 바로, GE스토어 개념이다.
GE스토어가 만들어내는 시너지 덕분에 2014년 GE는 파워앤워터 부문과 항공 부문에서만 도합 50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당시 GE 전체 매출의 1/3 이상에 이른다. 알고 보면 GE스토어는 최근에 생겨난 것이 아니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GE의 발전과 항공이 쌓아온 협업의 역사를 사진을 통해 알아보자.

에디슨의 전구와 전기 기구의 보급으로 전기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 초기 기업들은 피스톤 엔진을 이용하여 발전을 했지만, 곧 더 효율적인 증기터빈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1903년, GE의 엔지니어 찰스 커티스(Charles Curtis)와 윌리엄 에미트(William Emmet)는 로드아일랜드 주 뉴포트에서 당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증기터빈 발전기를 개발했다(위 사진 참조). 이는 기존 피스톤 엔진 발전기보다 공간은 1/10, 비용은 2/3나 절감할 수 있었다.(이미지 저작권: 아담 세나토리/GE리포트 Image credit: Adam Senatori/GE Reports)

터빈 엔지니어 샌포드 모스(Sanford Moss)
같은 해인 1903년, GE는 젊은 터빈 엔지니어 샌포드 모스(Sanford Moss)를 고용했다(사진). 그는 코넬 대학에서 가스터빈 관련 박사 학위를 막 마친 후였다. 모스는 원심력을 이용하여 공기가 가스터빈에 들어가기 전에 압축하는 원심식 가스압축기(radial gas compressor)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모스의 초기 실험은 실패했다. 그가 만든 기계는 연료 소모가 너무 많거나 출력이 너무 적었다. 하지만 그의 특허와 혁신적인 압축기 설계는 훌륭했고, 활용도가 높았다. 용광로에 공기를 공급하거나 병원 기송관 시스템에 전원을 공급하는 등의 일에 그가 만든 압축기가 사용되었다. 본인은 몰랐겠지만, 그는 라이트 형제가 최초의 비행을 성공하기 전에 이미 제트엔진으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한 것이다.

1917년 11월, 제1차 세계대전이 절정에 달했을 때 GE의 E.W 라이스(E.W. Rice) 회장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전신인 국립 항공자문위원회(National Advisory Committee for Aeronautics)에서 모스의 원심압축기(radial compressor)에 대한 문의를 받았다. 제1차 세계대전은 항공기가 투입된 최초의 전쟁으로, 미국 정부는 모스가 리버티(Liberty) 항공기 엔진 성능을 개선해주길 원했다. 이 엔진은 해수면 기준 354 마력의 출력을 냈지만, 공기 밀도가 낮은 높은 고도에서는 출력이 반으로 급감했다. 모스(사진 오른쪽)는 자신의 압축기를 활용하여 공기가 엔진에 들어가기 전에 압축시키면, 공기 밀도를 높여 엔진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계 장치를 이용하여 피스톤 엔진의 실린더를 기존 방식으로 흡입하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의 공기로 채우는 것을 슈퍼차징이라고 한다. 모스는 터보 슈퍼차저를 설계했는데, 리버티 엔진에서 배출되는 뜨거운 배기가스로 원심 터빈(radial turbine)을 돌리고 엔진 내 공기를 압축하도록 했다. 1918년, 콜로라도 파이크 피크 산(Pike’s Peak) 정상 14,000피트(약 4,267미터) 높이에서 터보 슈퍼차저 성능 시험이 진행되었다. 이 시험에서 리버티 엔진은 해수면 기준과 같은 352 마력의 출력을 냈다. GE가 성공적으로 항공 산업에 진출하는 순간이었다.

최초의 르 페레(Le Pere) 복엽기는 터보 슈퍼차지 기능이 있는 리버티 엔진을 장착하고 1919년 7월 12일 이륙했다. 모스의 기록에는 “지금까지 제조된 GE 슈퍼차저는 18,000 피트(약 5,486미터) 고도에서 해수면 기준 절대 기압을 낼 수 있게 설계되었는데, 이는 절대 공기압의 두 배 증가시키는 압축기와 관련이 있다.”라고 씌어 있다.

모스의 터보 슈퍼차저가 장착된 항공기는 여러 개의 세계 고도 기록을 세웠다.

1937년,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기 직전, 미국 육군 항공대는 GE에 대규모 주문을 했다. 보잉 B-17, 콘솔리데이티드(Consolidated) B-24 리버레이터(Liberator), P-38 전투기, 리퍼블릭 P-47 선더볼트 등의 항공기를 위해 터보 슈퍼차저를 개발 및 생산해달라는 것이었다. GE는 메사츄세츠 주 린(Lynn)에 슈퍼차저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1939년, 모스는 최초의 터보프롭(turboprop) 엔진 개발을 제안했다. 가스터빈 엔지니어로 시작한 모스는 후에 미국 국립 항공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었다.

이 시기 GE 항공 사업의 발달은 단지 시작일 뿐이었다. 1941년 미국 정부는 GE에게 영국에서 프랭크 휘틀 경(Sir Frank Whittle)이 개발한 최초의 제트엔진 중 하나의 생산을 요청했다. (휘틀 경은 이 공적으로 기사 작위를 수여 받았다). “허시 허시 보이즈(Hush Hush Boys)”라 불리던 GE의 엔지니어 그룹이 새로운 제트엔진 부품을 설계하고 재설계 및 시험을 거듭해 극비로 I-A라는 이름의 시제품을 납품했다. 1942년 10월 1일, 미국 최초의 제트기인 벨(Bell) XP-59A가 캘리포니아 주 무록 호수(Lake Muroc)에서 이륙하여 짧은 비행을 실행했다. 이로써 미국에 제트엔진 시대가 시작되었다. 최초의 제트엔진 J33과 J35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이어서 GE는 생산 수량을 달성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미 육군은 GM(General Motors)과 앨리슨(Allison)에 생산을 아웃소싱했다.

GE는 제트엔진 연구에 대한 투자를 두 배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제트엔진 J33과 J35에서는 원심식 터빈이 공기를 압축했다. 모스의 터보 슈퍼차저에 사용된 것과 유사한 설계이다. 이제 GE의 엔지니어들은 축류식 터빈(axial turbine)이 장착된 엔진 개발에 착수했다. 이 엔진은 공기를 엔진의 축방향으로 밀어낸다(오늘날 모든 제트엔진이 채택한 방식). 그 결과 J47 제트엔진이 개발되었다. 이 엔진은 F-86 세이버(F-86 Sabre)와 거대한 콘베이어 B-36 전폭기(Convair B-36 strategic bombers) 등 많은 항공기에 장착되었다. GE는 3만 5,000대의 J47 엔진을 생산했고, 이 기종은 역사상 가장 많이 생산된 엔진으로 기록됐다.

J47엔진은 다른 분야에도 응용되었다. 1962년에 개발된 오늘날까지 가장 빠른 속도의 제트 자동차 스피릿 오브 아메리카(The Spirit of America)에 쓰였고,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제트 추진식 열차라는 기록을 갖고 있는 열차에 한 쌍이 장착되어 있기도 하다. 또한 철로에 쌓인 눈을 치우는 대형 분사식 제설기에도 사용된다.

1948년, GE는 독일의 전쟁 난민이자 항공 분야의 선구자 게르하르트 노이만(Gerhard Neumann)을 영입했다. 노이만은 곧 제트엔진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그는 가변 스테이터(variable stator)라는 혁명적인 혁신을 이뤄냈다. 이를 통해 파일럿이 터빈 내부 압력을 변화시킬 수 있고 항공기가 평소에도 음속보다 빠르게 날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GE에서 노이만의 가변 스테이터가 장착된 제트엔진 J79(아래 사진)의 시험을 시작했을 때 엔지니어들은 J79의 어마어마한 출력량 때문에 다른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1960년대, GE의 엔진을 장착한 XB-70 발키리(Valkyrie) 항공기는 음속보다 3배 빠른 속도인 마하3 이상의 속도로 비행했다.
성능이 향상되면서 항공 엔지니어들은 그들의 가변 고정익(variable vanes)을 비롯한 설계의 혁신들이 발전소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제트엔진을 지상에서 쓸 수 있도록 변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1959년 T58 헬리콥터 엔진이 1,000 마력의 터빈으로 바뀌고 지상이나 배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데 사용될 수 있었다. J79 제트엔진을 기반으로 유사하게 개발된 기계는 15,000 마력을 냈다. 1950년대 GE항공은 메사추세츠 린(Lynn)에서 신시내티 주로 옮겼는데, 이 지역에서는 10대의 J79 제트엔진으로 대형 전력 발전기 전원을 공급했다.

이렇게 항공기 엔진을 응용해 만든 터빈은 GE의 첨단기술 활용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에 놓인다. GE는 이런 응용 사례를 “항공파생형(aeroderivatives)”이라 부른다. 항공 기술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항공파생형 터빈은 발전 산업뿐 아니라 해군의 7만 6,000톤의 스프루언스급(Spruance-class) 구축함의 전력 발전에도 쓰였다. 이 터빈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여객 페리인 프란치스코(Francisco)호에도 사용된다. 프란치스코호는 1,000명의 승객과 150대의 차량을 싣고 58 노트의 속도로 항해할 수 있다.

오늘날 전세계에서 수많은 항공파생형 엔진이 사용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이집트의 경제가 성장하면서 증가한 전력 수요를 공급하는 중이다.

노이만의 가변 고정익 기술은 (위 사진) GE의 최신 가스터빈인 9HA 헤리엇(Harriet)에도 사용된다. 헤리엇은 세계 최대, 최강, 최고 효율을 자랑하는 가스터빈이다. 헤리엇 가스터빈은 2대만으로도 소규모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만큼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최근 GE항공은 적응형 사이클 엔진 (ACE: Adaptive Cycle Engine)이라고 불리는 차세대 제트엔진을 (위 사진) 개발 중인데, “간단히 말해, 적응형 사이클 엔진은 민간 항공기와 전투기 엔진에서 가장 좋은 점만 모은 새로운 설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공군 연구소에서 프로젝트를 이끄는 제드 콕스(Jed Cox)는 이렇게 설명한다.
이처럼 GE스토어의 정신은 GE를 창립한 토마스 에디슨으로부터 시작해서 오늘날의 발전 산업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오늘날 고객에게 필요한 모든 해결책을 제시하는 GE의 첨단 기술력뒤에는 알고 보면 이런 오랜 역사가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