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간에 복잡한 문제의 해결책을 만들어 내야 하는 해커톤(Hackathons)은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에게는 올림픽 경기와 비슷하다. 일반적으로 해커톤에 참가하는 개발자들은 상금이나 그 분야에서 명예를 얻기 위해 경쟁한다. 그런데 ‘지구를 살리자’는 좀더 멋진 목표를 내건 개발자들이 있다.
작년 GE가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한 ‘Minds+Machines 2017’ 컨퍼런스에서는 최초의 애퍼톤(Appathon)이 열렸다. App(앱)을 만드는 해커톤이다. 약 100명의 개발자들이 참가한 이 애퍼톤에서는 30시간 안에 산업용 사물인터넷(IIoT) 앱을 설계하고 개발해야 했다.
경쟁에 참가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수석 프로그램 매니저인 크리스티안 베르그(Christian Berg)는 “아주 짧은 시간 안에 가치 있는 것을 만들어 내야만 했기 때문에 엄청나게 집중해야 했습니다.”라고 말한다. 베르그(Berg)와 마이크로소프트의 동료 마이크 자왁키(Mike Zawacki), 마르텐 반 데 보스푸르트(Maarten van de Bospoort), 제나 굿워드(Jenna Goodward), 셜리 왕(Shirley Wang)으로 이루어진 팀은 ‘BYODevice Demand Response’라는 이름의 앱으로 우승을 거두었다. 이는 개인 소유의 기기를 업무에 활용한다는 ‘Bring Your Own Device (BYOD)’라는 표현에서 가져온 것이다.

BYOD 앱의 기계학습 화면
이 앱은 전력망에서 전력 수요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기반으로, 전기 소비 기기에 대한 최적의 사용 시간을 제안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재생에너지의 소비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한다.
BYOD 앱은 기본적으로 우리 주변에서 계속 늘어나고 있는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활용한다. 전기자동차, 프린터, 식기세척기, 휴대전화, 세탁기, 냉장고, 조명기구, 노트북 등 다양한 IoT 기기에 이 앱을 다운로드 할 수 있다. 보다 많은 기기가 네트워크에 연결되면, 앱은 보다 충실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팀이 개발한 앱은 GE의 산업인터넷 플랫폼인 프레딕스(Predix)를 기반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최적의 충전시간 및 전력 소비 또는 방전 시간을 결정하여 기기가 보다 ‘스마트”하게 전력을 소비하도록 돕는다. 즉, 현재의 전력 수요가 얼마이고, 그 시점에서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이 얼마나 되는 지를 먼저 확인한다.

전력망 운영 관련 화면
마이크로소프트 재생에너지 프로그램 매니저인 제나 굿워드(Jenna Goodward)는 “이 앱은 전기를 사용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을 우리 주변의 모든 기기에 알려줍니다. 예를 들면 이 앱이 설치된 노트북 컴퓨터는 밤 10시에 전원 코드를 콘센트에 꽂아 두었어도, 실제 충전은 새벽 3시가 되어야 시작됩니다. 반면 공급 전력의 대부분이 재생에너지로부터 나온다면, 온도조절기는 건물 냉방을 지속하라는 신호를 하루 종일 받게 됩니다. 재생에너지의 생산량은 바람의 속도가 변하거나 해가 지면 변화하기 때문이죠.”라고 설명한다.
마이크로소프트 개발팀은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2가지 가능성 있는 아이디어를 검토했는데, 최종적으로는 BYOD 앱이 수백만의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확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여 개발을 진행했다.
BYOD 앱은 전력망에 공급되는 재생에너지의 최대값, 일반 가정의 전기요금, 소비 이력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한다. 그리고 좀 더 청정하고 비용 절감 효과가 높은 방법이 무엇인지 예측하여 앱이 탑재되어있는 기기에 전력을 공급한다.

(사진제공: Getty Images)
마이크로소프트의 개발자인 자와키(Zawacki)는 이 앱은 전기의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킬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설명한다. BYOD 앱을 많은 기기에 도입하고 활용하면, 전력회사는 큰 수요 변화를 겪지 않아도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더운 여름날 오후 6시엔 사람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 에어컨 스위치를 켜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전력 사용량이 급증한다. 하지만, BYOD앱이 있다면 설정 온도를 살짝 올려 전력소비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에어컨에 알려 줄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전력망을 보다 효율적이고 저렴하게 운영할 수 있다.

기기 관리 화면
이 앱은 또한 에너지 생산 업체가 전력망에서 수요 급증을 완화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검토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예를 들면, 앱에 접속된 식기세척기나 의류건조기는 전력 수요가 많은 시간을 피하도록 작동 시간을 조절하고, 집에 돌아올 때 탈 전기자동차가 더 많은 전력을 사용하도록 지시하는 것이다. 혹은 프레딕스를 기반으로 수집된 데이터로, 날씨가 좋아서 전기요금이 일시적으로 내려갈 경우, 노트북 컴퓨터와 전열기를 바로 충전할 수 있도록 통보한다.
앞으로는 마치 주식 시장처럼 전력수요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앱을 개발하는 것이 가능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