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GE글로벌리서치에서 근무하는 한 과학자는 고장난 부품을 수리하는 쿨(Cool)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그 방법은 표현 그대로 ‘쿨한’ 것이었다. 초음속(Supersonic) 노즐을 통해 미세한 금속 입자를 분사해 손상된 부품을 수리하기 때문에 콜드 스프레이(Cold Spray)라는 이름이 붙은 이 기술은 블레이드 같은 항공기 엔진 부품을 교체하지 않고도 수리할 수 있어 큰 장점을 가진다.
GE글로벌리서치에서 코팅 및 표면연구 실험실을 총괄하며 ‘콜드 스프레이’ 개발을 주도한 안테네 케비드(Anteneh Kebbede) 씨는 “콜드 스프레이 기술은 1인치 혹은 그 이상 되는 두께를 가진 완전히 새로운 부품을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 기술이 제조 산업의 기업들에 가져다 줄 잠재 이익은 계산하기도 힘들 정도로 어마어마합니다. 상상해보세요. 스프레이 건(Gun) 같은 도구로 노후 부품을 원래 상태로 복구할 수 있는 겁니다. 마치 기계 부품을 위한 ‘청춘의 샘’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GE 엔지니어들은 이미 이 ‘청춘의 샘’에 푹 빠져 있다. 올해 초 GE항공 자회사인 아비오 에어로(Avio Aero)는 이탈리아 바리(Bari)에서 이 기술의 실증 실험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달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항공기 제트엔진인 GE90의 변속장치 부품 수리에 처음으로 이 기술을 실제로 사용했다.
이 사례는 무척이나 중요하다. 3D프린팅 기술과 유사성이 많은 ‘콜드 스프레이’ 기술은 소재를 절삭 가공하여 부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재를 적층해서 제조하는 적층제조(Additive Manufacturing) 기술의 일종인 것이다.
첨단의 적층제조 기술 중에서도 ‘콜드 스프레이’ 기술은 흔치 않은 존재다. 금속용 3D프린터 대부분은 티타늄이나 다른 금속 분말을 레이저로 가열하고 녹인 다음 여러 층으로 겹겹이 쌓아 형태를 만드는 것인데, 이 기술은 컴퓨터 설계 파일에서 직접 새로운 부품을 만드는 데 잘 어울린다.
하지만 기존 부품에 열을 가한다면, 특정 결정체를 가진 소재의 구조나 기계적 특성이 변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그레고리오 디마그리(Gregorio Dimagli) 아비오 에어로(Avio Aero)의 리페어(Repair) 개발 매니저는 “눈이 내린 뒤 날이 따뜻했다가 다시 추워지면 빙판으로 변하는 것처럼, 금속을 한번 가열한 뒤에 냉각하면 그 성질이 변화해버리는 겁니다”라고 설명한다.

‘콜드 스프레이’는 금속을 절삭해서 제조하는 것이 아니라 3D프린팅과 동일하게 소재를 적층하는 방식으로 부품을 만드는 적층제조 기술의 일종이다. (사진: Avio Aero)
아비오 에어로의 바리 공장에서 진행되는 ‘콜드 스프레이’ 공정은 사람이 걸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큰 대형 냉장고 같은 금속 작업실(Chamber) 내부에서 진행된다. 작업실 내부에는 수리가 필요한 부위에 5 미크론 (0.005 밀리미터) 정도의 미세한 금속 분말 입자를 분사할 수 있는 초음속(Supersonic) 노즐을 정착한 로봇 팔이 설치되어 있다. 초음속 노즐은 강력한 에너지로 금속 입자를 표면에 뿜어 수리할 부위를 고체 상태로 접착시킨다. 바리 실험실의 리페어 개발 엔지니어인 줄리오 롱고(Giulio Longo)는 “금속 입자가 장전된 총(Gun)에서 분사되는 금속 입자는 고장난 부품을 복원해주거나, 동역학적 이유로 파손된 곳을 복구시킬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콜드 스프레이 기술이 3D 프린팅 기수로가 다른 점이 하나 더 있다. 일반적으로 3D프린터는 컴퓨터 설계 파일로부터 부품을 프린트(적층)한다면, ‘콜드 스프레이’ 장비는 고장난 곳을 보다 정확하게 복원할 수 있도록 실제 제트엔진 부품을 디지털로 스캔한 후, 그 스캔 데이터를 기초로 적층 가공이 이루어 진다.
이러한 성과는 아비오 에어로와 바리(Bari) 폴리테크닉 대학과의 7년간의 파트너십의 결과라고 말 할 수 있다. 바리 캠퍼스의 애퓰리어(Apulia) 리페어 개발 센터에서는 항공기 부품 보수 및 수리를 위해 GE 엔지니어들과 기계공학 교수, 전문가들이 매일같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콜드 스프레이라는 첨단 테크놀로지로 모범 사례를 만든 만큼, 항공기 엔진 수리에 있어 적층제조 기술의 중요성은 앞으로 급속도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