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IBM은 스팀펑크(Steampunk)의 미학이 산업적으로 유행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스팀펑크란 20세기 산업 발전의 바탕이 되었던 엔진, 전기모터와 같은 기술대신, 증기기관과 같은 과거 기술이 크게 발달한 가상의 과거, 또는 그런 과거에서 발전한 가상의 현재나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가상현실, 사이보그처럼 전자통신 기술의 영향으로 변모되는 미래를 묘사한 사이버펑크(Cyberpunk)에서 사이버(Cyber) 대신 증기기관의 증기(Steam)를 합쳐서 만들어진 것이다. 아날로그의 감성과 기술적 고찰이 결합된 스팀펑크 미학은 이미 현대 문명에서 하나의 “밈(meme)” 즉 문화유전자로 자리잡았다. 수많은 영화나 소설, 애니메이션, 게임 등이 스팀펑크 스타일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 팬들이라면 <셜록 홈즈>, <젠틀맨 리그>,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등을 떠오를 것이다. 스팀펑크 스타일은 초기에 일부 계층만 좋아하던 이 스타일이 음악 분야 트렌드가 되고, 수작업으로 소량 제작되던 관련 상품이 기성 상품으로 대량 생산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미국 테네시주 킹스포트(Kingsport)에 위치한 이스트만 케미컬(Eastman Chemical Company)에서 발전 설비를 감독하는 제이슨 필포트(Jason Philpott)에게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제작된 증기 기계가 단순한 미학이나 스타일이 아니라 엄연한 일상의 현실이다. 현재에도 증기 터빈을 이용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우리 회사에서 열과 전기를 생산해내는 증기 기관을 보면,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이 기계가 과연 신뢰할 만한지, 수명은 어떤지 궁금해하죠. 하지만 이 기계는 완전히 색다른 이야기입니다.”
필포트가 언급하고 있는 기계는 바로 GE에서 제작한 17대의 증기터빈 발전기 라인을 말한다. 이 제품군을 갖춘 발전소에서는 160 메가와트 규모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이 중 가장 오래된 터빈은 무려 1936년부터 계속 가동 중이다.

1936년 제작된 GE 터빈은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주관하는 에너지스타 어워드(ENERGY STAR Award)를 수상했다.
증기 터빈을 사용하는 열병합(Combined Heat and Power, CHP) 시스템은 ABB에서 생산한 두 대의 발전기와 17대의 보일러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시스템은 최근 미국 환경보호청에서 선정하는 에너지스타 열병합상(ENERGY STAR CHP Award)을 수상하기도 했다. (ABB는 스위스 취리히에 본사가 있는 엔지니어링 기업이며, 전력 및 자동화 기술 분야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발전소에서는 석탄을 전기로 변환하면서 78% 이상의 효율을 보이며, 전력망에서 공급되는 전기나 기존 증기 발전과 비교할 때 연료 소비가 14% 적다. 미국 환경보호청이 높이 평가한 부분이 바로 이런 측면이었다. 환경보호청의 예상에 따르면 열병합시스템 기술 덕분에 이스트만 케미컬은 연간 약 4,500만 달러를 절감할 것으로 추산된다.

스케넥터디 웍스 공장의 옛 모습. 이곳에서 GE터빈은 이스트만의 발전용 터빈 시리즈를 제작했다.
증기 터빈을 활용한 열병합 시스템을 이용하면 발전소에서 방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현재 연간 약 358,000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있는데, 미국 환경보호청은 이것이 기존 발전소에서 44,000 가구를 위한 전기 생산에서 나오는 온실가스와 맞먹는 수치라고 밝혔다.
이스트만 발전소에 있는 17대의 GE터빈의 평균 기령은 거의 54년에 이른다. 그 중 가장 오래된 터빈이 전기를 생산하기 시작한 78년 전부터 GE의 기술자들은 오늘날까지 변함없이 계속 터빈을 모니터링하며 정비하고 있다.

터빈 생산은 과거부터 중공업으로 불렸다.
70년이 넘은 가장 오래된 증기터빈은 뉴욕 스케넥터디에서 생산되었으며, 현재까지도 그곳에서 증기 터빈을 제작하고 있다. GE의 증기 터빈은 알제리,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전세계에서 이용된다.

증기터빈의 로터, 스케넥터디 공장
1897년 GE는 스케넥터디에서 증기 터빈 사업을 시작했다. 이는 유럽에서 찰스 파슨스(Charles Parsons)와 구스타프 드 라발(Gustaf de Laval)이 자신들의 첫 번째 터빈을 유럽에서 만든 후15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하지만 조금 늦게 시작된 GE의 증기 터빈은 오늘날까지 변함없이 제 역할을 해내는 중이다. 더구나 환경에 대한 기여라는 새로운 가치까지 창출하고 있다. 스팀펑크 예술을 사랑하는 팬들이라면 아마,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을 결합한 GE의 이런 기술적 성취를 환영해줄지도 모른다. 이런 스팀 터빈 시스템은 그야말로 날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전시(戰時)에도 스케넥터디에서 증기 터빈을 만들던 근로자들은 밴드까지 있었다. 하지만 레파토리에 아마 펑크 락은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