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조금 유행이 지나간 듯하지만, 과거 서부영화가 큰 인기를 누리던 시절이 있었다. 선과 악이 맞서고 선량한 사람들이 위험에 빠진 상황에서 주인공이 통쾌하게 악당을 무찌르는 모습을 보며 관객들은 환호했었다. 서부영화에 등장하는 카우보이의 중요한 무기 중 하나가 바로 로프를 이용한 올가미였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올가미를 빙글빙글 돌리다 멋지게 휙 던져 도망가는 가축을 잡기도 하고, 때로는 악당을 꼼짝 못하게 묶기도 했다. 물론 이 올가미 던지기 기술은 소떼를 돌보는 카우보이들에게는 현실적으로 필요한 생존 기술이었다.
이런 올가미로 별을 잡을 수 있다면 아마 누구나 허황한 이야기라며 웃을 것 같다. SF 영화나 동화책에 나오는 에피소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미국 항공우주국 즉 NASA는 올가미로 별, 또는 초소형 위성을 잡을 수 있다고 진지하게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4년 6월, NASA는 NASA Innovative Advanced Concepts (NIAC) 프로그램의 우승자로 워싱턴 소재의 한 회사가 내놓은 카우보이 우주선 아이디어를 채택해 약 1억 원의 상금을 지급했다. ‘무한의 밧줄(Tethers Unlimited)’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회사는 자신들이 제안한 아이디어인 ‘그물로 소행성을 잡아 회전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우주선’을 1년 동안 개발해왔다.
나노위성 크기의 우주선은 예술가의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킨 듯한 모습이다. 무중력상태 랑데부와 그물 포획 (Weightless Rendezvous And Net Grapple to Limit Excess Rotation) 방법으로 소행성의 과도한 회전을 억제한다는 컨셉의 우주선의 이름은 랭글러 (WRANGLER)다. 랭글러는 카우보이를 의미하니, 로프를 소행성을 잡는다는 개념과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랭글러 시스템은 거대한 소행성의 회전을 멈추기 위해 두 가지 기술을 이용한다. 첫 번째는 GRASP인데 소행성을 붙잡고(Grapple) 위치를 조정해서(Retrieve) 안전한 소행성(Secure Payload)으로 만드는 기술이다. 즉, 팽창식 튜브를 이용하여 그물을 배치하여 소행성을 포획할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 기술은 윈치가 내장된 테더(케이블)을 이용해서 소행성의각운동량을변화시키는것이다. 각운동량 교환장치는 길고 가는 테더로 두 개의 물체을 연결하는 것으로, 한쪽의 물체에서 다른 쪽 물체로 운동량과 에너지를 넘겨주는 장치이다. 즉 양쪽 물체가 존재하는 위치에 따라 중력에너지의 크기가 다른데, 그 차이 때문에 두 물체는 서로 밀치는 힘을 받게 된다. 즉 운동량과 에너지가 교환되는 것이다. 바로 이 원리를 이용하면 소행성의 각운동량을 테더로 이동시켜, 소행성을 잠잠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물과 테더을 이용하여 소행성의 각운동량의 크기를 줄일 수 있다면, 나노위성 크기의 시스템으로 거대한 소행성이나 아주 큰 우주선의 회전량을 줄이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라고 NASA는 말한다.
이 아이디어가 효력을 발휘한다면 미국 항공우주국의 장기적인 운석 포획 및 궤도변경 계획은 한결 단순해지며 위험성도 줄어들게 된다. 소행성을 잡아 회전 속도를 저하시킨 후, 그것을 다시 달보다 바깥 쪽의 안전한 궤도로 옮기고, 우주비행사가 그 소행성을 탐사하는 방식이 되는 것이다.
테더스 언리미티드(Tethers Unlimited)사는 NASA로부터 이미 1억원의 상금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후속 연구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향후 2년 동안 5억원의 연구비를 지원을 받아 아이디어를 더욱 구체화할 것이다. 이 시스템은 NASA의 소행성 궤도수정미션 (Asteroid Redirect Mission, ARM). 뿐만 우주 쓰레기를 제거하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