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수천 년 전부터 로봇이나 스스로 움직이는 무언가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청동 거인 탈로스(Talos)를 생각해 보자. 크레테와 유로파를 지키기 위해 헤파이토스가 만들었다는 탈로스는 어쩌면 고대인들이 꿈꾼 로봇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중세 이후 현대까지 꾸준하게 로봇을 주인공으로 한 예술 작품들이 창작되고 있으며, 오늘날 세계 곳곳의 어린이들은 여전히 다양한 로봇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아직 현실에서는 예술이나 대중문화에 나오는 것 같은 지능형 로봇을 찾아보기가 여전히 힘들다. 대신 산업용 로봇의 개발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 4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산업박람회 하노버 메세(Hannover Messe)2015는 “인더스트리 4.0”을 주제로 다양한 최신 기술을 소개했는데, 폭스바겐은 센서를 내장하여 물체에 접촉하면 자동적으로 움직임을 멈추는 로봇 팔을 전시하여, 생산 현장에서 사람과 협동할 수 있는 로봇을 선보였다. 이미 세계적으로는 2013년부터 산업용 로봇의 안전 요구 사항에 대한 국제 규격을 개정한 바도 있다. 그 이후 안정성을 확보한 로봇에 대해서는 안전망(safety cage)을 필수적으로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방향으로 규정이 바뀌었다. GE를 비롯한 메르세데스 벤츠 등 여러 기업에서 사람과 로봇의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GE벤처가 투자한 리싱크 로보틱스(Rethink Robotics)의 스콧 애커트(Scott Eckert) CEO는, 90퍼센트에 달하는 제조 과정에서 아직 자동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기존의 산업용 로봇은 비싸고 안전망도 필요한 데다가, 전용 프로그램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또 다른 작업에 투입하려면 재 프로그래밍 및 이동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쉽게 다른 작업으로 옮겨가기도 힘들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에커트의 회사는 안전망 없이 작업자 바로 옆에서 반복적이고 지루한 작업을 도와줄 수 있는, 협력할 줄 아는 로봇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 작품이 바로 백스터(Baxter)이다. 백스터는 현재 이미 여러 GE 연구소를 비롯한 미국의 여러 공장에 도입되어, 작업자들과 함께 부품을 조립하고, 물건을 포장하고 있다. 최근, 리싱크 로보틱스에서는 백스터에 이어 민첩성과 유연성이 필요한 정밀 작업에 특화된 한팔 로봇, “소여(Sawyer)”를 출시했다. 에커트는 “’소여’를 통해 로봇이 제조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작업의 영역이 상당히 넓어졌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새로운 산업의 시대를 선도하는 GE는 이런 로봇 기술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 GE리포트에서 애커트와 함께 이 로봇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GE 리포트: 왜 새로운 로봇을 출시하게 되었나요?
스콧 애커트: 서킷보드 테스터나 CNC 기계 등 정밀기계 운용 업무가 가능한 로봇을 찾는 수요를 소여가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반복성이 높은 업무는 자동화될 여지가 충분할 뿐만 아니라, 고성능의 협업이 가능한 외팔 로봇인 소여에게 아주 이상적인 업무 조건이기도 합니다. 소여는 마치 사람이 일하는 것처럼 일하도록 디자인되었습니다. 실제 작업 현장 즉 구조화가 완전하지 못한 환경에도 잘 적응하고, 여기에 수반되는 다양한 상황에도 잘 적응하지요.
GE 리서치: 소여는 정말 협력할 줄 아는 로봇입니까?
스콧 애커트: 네, 그렇습니다. 기존의 산업용 로봇은 비싸기도 했고, 사람과 함께 일하기 위해서는 안전망도 필요하며, 동작 지시를 위한 전용 프로그램도 있어야 합니다. 기존 업무에서 다른 업무로 전환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죠. 소여는 똑똑하며 비용도 경제적이고, 협력할 줄 아는 로봇입니다. 직접 일을 가르칠 수도 있고, 업무 전환도 정말 간단하게 할 수 있으면서, 별다른 보호 장비 없이도 작업자 옆에서 안전하게 함께 일할 수 있어요. 지금까지 경제적인 이유나 현실적인 이유로 자동화하지 못하고 있던 제조 공정의 90퍼센트를 소여를 통해 자동화할 수 있었습니다.

리싱크 로보틱스에서 만든 협력할 줄 아는 로봇 소여와 CEO 스콧 애커트.(사진 크레딧: 리싱크 로보틱스)
GE 리포트: 다른 로봇을 계속 출시 할 의향이 있나요?
스콧 애커트: 그럼요. 백스터를 출시하면서 우리는 안전하면서 상호작용도 할 수 있는 로봇이 무엇인지 시장에 알릴 수 있었습니다. 소비자들의 끊임없는 요구 사항을 알고 있기에, 우리는 계속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여 똑똑하고 협업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로봇을 계속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우리 회사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인테라(Intera)는 앞으로 출시될 여러 로봇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백스터가 그 첫 번째 대상이고, 소여는 두 번째가 되겠지요.
GE 리포트: 소여가 백스터와 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스콧 애커트: 소여는 백스터와 달리 팔이 하나뿐이고 차지하는 면적도 더 작습니다. 작업 공간에 딱 맞는 크기로, 고도의 민첩성과 유연성이 필요한 정밀 작업에 적합합니다. 소여는 또 백스터와는 달리 기계 관리 작업을 수행하기에 용이한 모터와 기어 부품이 장착되어 있죠. 백스터와 마찬가지로 소여에도 머리에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는데요, 여기에 추가해서 소여는 손에 광원이 내장된 코그넥스(Cognex) 카메라를 장착하여 보다 정밀한 비전 작업이 가능합니다. 이 밖에도 소여와 백스터 모두 작업자가 직접 작업 범위를 가르칠 수 있고, 인테라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통한 직관적인 유저 인터페이스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GE 리포트: 백스터와 소여가 함께 일하게 될까요?
스콧 애커트: 백스터는 재료 이송이나 박스 포장, 하역 등에 적합하고 소여는 기계 관리에 적합하죠. 이런 작업들이 모두 필요한 공장에서는, 소여와 백스터가 함께 일하게 될 수도 있을 거라 예상합니다. 사실 초창기에 소여를 구매하신 고객 중 여러분이 이미 백스터를 사용하던 고객이기도 했습니다.
GE리포트: 소여를 통해 가장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스콧 애커트: 소여가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에 적용되는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 로봇이 제조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작업 영역이 상당히 넓어졌습니다. 또한 우리는 소여를 발판 삼아 리싱크 로보틱스를 미국을 넘어 세계의 주요 제조업 시장에 올려놓고자 합니다. 작업 영역 확장과 지역적인 확장, 이 두 가지 요소의 결합 덕분에 소여를 통한 우리의 기회는 기존에 비해 열 배나 더 높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소여의 형제 격인 백스터는 이미 미국의 여러 공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사진 크레딧: 리싱크 로보틱스)
GE 리포트: 언제쯤 소여의 활약을 볼 수 있을까요?
스콧 애커트: 올 여름에 기본 기능을 장착한 소여를 출시할 예정이며, 연말에는 전반적인 기능을 모두 탑재하여 내보낼 계획입니다. 현재 소여는 베타 테스트가 진행 중인데, GE와 자빌(Jabil), 스틸케이스(Steelcase) 등의 주요 고객들과 함께 고성능 업무 테스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GE 리포트: 소여가 협업 가능한 로봇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며, 협업 가능한 로봇은 제조 공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보십니까?
스콧 애커트: 백스터로 인해 우리는 로봇과 사람이 어떻게 함께 일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로 인해 다양한 제조 환경에서 어떻게 유연성을 부여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를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로써 협업 가능한 로봇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정의할 수 있었죠. 수많은 신규 어플리케이션 적용이 가능한 고성능 로봇 소여를 통해, 이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고자 합니다. 제조업 공정에서 90퍼센트는 아직도 자동화되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스마트하고 협업 가능한 로봇을 활용하면 오늘날 제조업 공정의 인건비와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가 됩니다. 또한 근로자에게 더 나은 직업과, 생산자에게 더 높은 생산성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요.
GE 리포트: 향후 5년간 협력 가능한 로봇 시장이 어떻게 진화할 것이라고 보십니까?
스콧 애커트: 앞으로5년 안에 협력 가능한 로봇이 대부분의 주요 제조업 시장에 빠르게 적용될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많은 제조업자에게 이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일뿐더러, 기존에 생각했던 로봇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하기에(우리 회사 이름처럼 뉴 싱크를 해야 한다는 말이죠), 적용 속도가 처음에는 느릴 것입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협업 가능한 로봇의 이점이 명확해지면서 그 속도도 빨라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