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뮌헨의 GE글로벌리서치 복합소재 제조(composites manufacturing) 연구실은 겉으로 보기에 이 지역의 다른 수많은 정비소들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연구실의 내부에서는 가볍고 튼튼한 탄소섬유를 이용해 로봇팔이 복합소재 부품을 만들어내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물론 탄소섬유 복합소재는 오랫동안 존재해온 소재다. 철강이나 알루미늄만큼 강하지만 훨씬 가벼운 탄소섬유는 자동차의 차대나 항공기 동체를 포함한, 강도와 경량화가 중요한 여러 부품들에 쓰인다.
지금까지 탄소섬유 복합소재는 수작업으로 만들어졌다. 일반적인 복합소재 부품은 탄소섬유 시트와 수지(Resin)를 번갈아 층으로 쌓는 방식으로 만들어져, 일종의 하이테크 샌드위치라고 부를 수 있었다. 작업자들은 각층을 손으로 쌓은 후 오토클레이브(Autoclave)라고 불리는 산업용 압력솥에서 최종 형태로 구워낸다. 하지만 제트엔진의 팬블레이드(아래 사진) 같은 최신 복합소재 부품은 복잡한 3D 구조이기 때문에 만들기가 매우 어렵다. 로봇이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뮌헨GE 글로벌리서치의 연구팀은 더 우수한 지능과 감각을 갖춘 로봇을 만들어 작업의 능률을 향상시키고 있다.

LEAP 제트엔진에는 18개의 3D 탄소섬유 복합소재 팬블레이드가 있다 (이미지 저작권 – CFM 인터내셔널)
로봇팔을 거쳐 나오는 탄소섬유는 리넨(Linen)처럼 부드럽지만 철강보다 강도는 5배나 강하고 무게가 4배 이상 가볍다(아래 사진 참조). 뮌헨 GE글로벌리서치에서 복합소재 제조 연구를 담당하는 드라건 필리포비치(Dragan Filipovic)는 탄소섬유 복합소재에 대해 “이 소재를 모든 용도에 쓰고 싶으실 겁니다. 하지만 이 복합소재는 가격이 아주 비싸죠.”라고 말한다.
필리포비치가 소속된 팀에서는 로봇을 이용한 복합소재 제조 공정을 최적화하고 탄소섬유 소재 부품의 가격을 낮추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로봇이 특수한 디자인 소프트웨어를 이해하고 소재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궁극적으로는 인간이 만들어내려고 애썼던 복잡한 형상을 생산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LEAP엔진은 탄소섬유 소재의 팬과 팬케이스가 일체형으로 된, 세계 유일의 상업용 제트엔진이다
(이미지 저작권 – CFM 인터내셔널)
복합소재 제조업체들은 이미 공장에 산업용 로봇을 도입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의 도움을 받아 탄소섬유를 겹겹이 짜서 복잡한3D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LEAP 제트엔진에 적용된 탄소섬유 복합소재 팬블레이드의 경우 프랑스 스넥마(Snecma)의 특허 프로세스를 통해 생산된다. (LEAP 엔진을 개발한 CFM 인터내셔널은 스넥마와 GE의 합작 기업이다). 복합소재 팬블레이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탄소섬유를 직물처럼 3차원으로 짜서 최종 형태를 만들어낸 후, 이 탄소섬유 “프리폼(Preforms)”에 수지를 주입하여 오토클레이브에서 굽는다. 마지막 단계에서 내구성을 강화하기 위해 티타늄으로 마무리한다.
필리포비치와 그의 동료 스테판 반 니오이벤호브(Stefaan Van Nieuwenhove)는 로봇이 수학적 모델링을 하고 실시간 3D 레이저 스캐닝을 하며, 컴퓨터 비전 분석과 향상된 감지 능력 등을 갖도록 연구하고 있다. 연구원들은 로봇이 이런 작업을 하는 동안 스스로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인지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한다.
“결국 기계들은 이런 로봇의 두뇌와 완전히 통합될 것입니다.”라고 반 니오이벤호브는 이야기한다. 그는 또한 이 과정을 통해 기계가 “현재 작업중인 제조 공정중에 일어나는 변화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스마트한’ 기계이죠. 우리는 이를 적응형 제조(Adaptable Manufacturing)라고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