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에서는 일분 일초의 시간이 수익과 직결되며, 시간을 아끼는 것이 곧 비용을 아끼는 것이다. 때문에 가스터빈 같은 매우 복잡한 산업 장비를 제조하는 과정은 만만치 않다. 가스터빈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가장 까다로운 부분 중 하나는 터빈의 압축기와 휠을 조립하는 공정이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그린빌에 위치한 GE파워의 가스터빈 생산시설에서는 부품을 수직방향으로 한 번에 쌓아 올리는 방식을 이용한다. 필요에 따라, 일부 부품은 열을 가한 후 쌓아 올린 다음 균일한 비율로 냉각하므로써 부품끼리 단단하게 밀착하게 한다.
하지만 이 공정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부품을 원하는 대로 조립하려면, 조립과 냉각 과정에서 작업장의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이런 작업 환경이 12~36시간 가량 유지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지 못하면 결함이 발생하여, 값비싼 재작업(Rework) 공정을 거쳐야 할 경우도 있다. GE의 리비 웨이먼(Libby Wayman)은 “부품이 조립되고 냉각되는 과정에서 온도 데이터를 직접 볼 수 있다면, 추가 업무를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GE 에코매지네이션 파트너십을 이끄는 웨이먼은 솔루션을 찾기 위해 인텔과 함께 팀을 꾸렸다.

터빈 휠의 클로즈업 사진. (이미지 저작권: GE리포트/크리스 뉴Chris New)
인텔과 GE는 터빈 조립대 주변의 온도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지능형” LED 조명을 사용하는 방안을 생각해냈다. 타타 컨설턴시 서비스(Tata Consultancy Services)는 공장에 설치된 지능형 LED와 클라우드를 연결하여 이 프로젝트에 필요한 데이터 시각화와 분석을 담당할 프레딕스 앱(App)을 개발했다.
GE의 스타트업인 커런트(Current)에서 이미 산업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LED를 개발했기 때문에, 엔지니어들은빠르게 프로젝트에 착수할 수 있었다. 커런트의 엔지니어들은 GE디지털과 협업하여 센서가 수집한 실시간 온도 정보를 프레딕스에 연계했다. 프레딕스는 인텔의 소프트웨어 게이트웨이도 연계할 수 있는 GE의 클라우드 기반 산업인터넷 운영체제이다.
이 시스템을 활용한 이후로, 금속제의 가스터빈 부품을 조립하고 냉각하는 동안 다양한 위치에서 온도를 측정 및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작업자들이 언제 부품 작업을 계속하는 것이 안전한지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시범 프로젝트를 통해 재작업에 걸리는 몇 주일의 시간과 수십만 달러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웨이드 헤린(Wade Herrin) GE 제조 엔지니어링 및 기술 COE (Manufacturing Engineering and Technology Center of Excellence) 리더는 말한다.

사우스캐롤라이나 그린빌 소재 GE파워 공장의 가스터빈 조립 라인. 이 터빈은 다수의 터빈과 컴프레서 휠로 만들어진다.
왜 스마트 조명인가?
조명 설비에 센서를 내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조명은 어디에서나 폭넓게 사용되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3억 대 정도의 스마트폰이 있다. 그런데, 조명 설비의 숫자는 이미 70억을 넘어선다. 인텔 산업(사물)인터넷 그룹 부사장 토니 닐 그레이브스(Tony Neal-Graves)는 “조명 설비는 이미 고정된 위치에서 전력을 공급받고 있기 때문에 센서를 추가하기 쉽습니다. 데이터를 수집하고자 하는 장소 어디에나 이미 조명이 있죠.”라고 설명한다.
웨이먼에 따르면 전세계 에너지 소모량의 33%를 산업 분야가 차지한다고 한다. 따라서 제조업에서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은 환경 문제에 있어 큰 발걸음을 내딛는 것을 의미한다. “친환경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경제와 산업 분야가 서로 대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입니다.”

그린빌의 터빈 워크숍에서 데이터 수집을 위해 지능형 LED를 사용하고 있다. (이미지 저작권: GE파워)
에코매지네이션은 새로운 사업 가치
GE는 2005년에 에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환경 관련 문제에 GE의 기술을 활용해 대응하는 것으로 고객에게는 사업가치를 제공하고, 동시에 지속적으로 새로운 수익의 흐름을 창출하는데 집중하려는 것이다.
에코매지네이션 10주년을 맞은 지난해, GE는 인텔, 월마트, BHP 빌링턴(Billiton), 토탈(Total), 스탯오일(Statoil),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 MWH 글로벌(Global), 마스다르(Masdar) 등 8개 업체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하나의 기업이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시범적으로 실시된 그린빌 터빈 조명이 바로 첫 번째 파트너십 프로젝트이다.
이 시범 프로젝트는 단 한 대의 터빈 작업대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절약되는 에너지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이후 인텔과 GE 팀은, 동일 기술을 기반으로 인텔 사무실에 원격 센서가 부착된 LED 조명을 배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17년 초까지 GE와 인텔은 조명기반 센서를 타 기업에도 판매하여 공장이나 사무실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닐 그레이브스는 전망한다. 센서가 설치되면, 주변온도, 습도, 일산화탄소, 그리고 자리비움 등을 검지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책상은 있는데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없다고 시스템이 감지할 경우, 이 책상은 자동적으로 회사 내 유연작업공간 데이터베이스에 “비어 있음” 상태로 등록되는 식이다. 또, 현재 사람이 몇 명이나 있는지를 조명 센서에서 감지해 조명이 조절되거나, 에어컨을 쾌적한 수준으로 맞추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런 혁신이야말로 마치 머리에 전구가 환하게 켜지는 듯한 새로운 발견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