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트에 제시된 미래의 전망은 모두 로랑 슈미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최근 블록체인이 다시 화제가 된 바 있다. 블록체인 기술로 만들어진 ‘비트코인’이 기술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아이디어 중의 하나로 평가 받으며, 시가 총액이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등 주목을 받고 있는 덕이다. 무(無)로부터 만들어진 전혀 새로운 형태의 통화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전 세계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사용하여 커피부터 전자제품에 이르는 다양한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의 가상 통화 시스템은 블록체인이 가져올 변화의 일부분일 뿐으로, 앞으로 더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GE 그리드솔루션 사업부, 스마트 그리드 전략 리더인 로랑 슈미트(Laurent Schmitt)애게 블록체인의 구조와 가능성에 대해 들어본다.
우선 블록체인(링크)이 무엇인지 간략하게 되짚어 보자. 블록체인은 복잡한 기술이지만, 끊임없이 즉시 업데이트되는 거대한 장부 같은 것이라 생각하면 이해하기 좋다. 누군가 비트코인으로 뭔가를 사고 팔면, 이 거래는 매번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모든 거래가 가상의 기금에 따라 즉시 정산되고, 영구적으로 검색이 가능한 상태로, 게다가 익명으로 기록된다. 따라서 거래 청산 기관이나 신용카드 회사 같은 중개인이 필요 없다.
금융업계는 이미 이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블록체인을 사용해 빠르게 송금하고, 은행의 P2P(Peer-to-peer) 소비자 거래를 촉진하는 새로운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술의 실용화에 대한 기대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블록체인은 금융계만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 아니다. 미래에는 법적 권리 증서, 음악, 예술, 심지어 재생에너지까지 가치를 지닌 대상이라면 모두 블록체인으로 거래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재생에너지를 거래할 때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부분이다. 블록체인을 이용한다면 전력 회사와 가정이 재생에너지를 투명하게 매매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할 때 ’발전량 조절이 어렵다’는 점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햇빛과 바람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기에, 발전량이 너무 많거나 적어질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 발전량이 적은 경우는 신뢰할 수 있는 수력발전소나 화력발전소를 가동해 부족한 양만큼 보완하면 되지만, 발전량이 너무 많으면 대처하기 곤란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GE는 프랑스 남부 카로(Carros)에 새로운 유형의 커뮤니티를 창출하기 위해 지원하고 있다. 이 마을 주민들은 모두 전력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이기도 한 이른바 ‘프로슈머(Prosumers)’의 선구적 존재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 마을에서는 기본적으로 모든 주택이 작은 자가 발전소이며, 주민들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전력을 집에서 생산한다. 집에서 생산한 전력은 직접 사용하거나 저장할 수 있고, 심지어는 판매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전력의 흐름은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는 범위)’을 유지할 수 있다.

프랑스 남부 도시 카로 (이미지: Getty Images)
이런 현실이 가능해진 것은 카로에 있는 세계 최초의 스마트 태양광 발전 송전망 덕분이다. 카로는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전력망에 통합하는 대규모 실험의 시작이다. GE는 프랑스 송전망 운영사인 에네디스(Enedis)와 공동으로 가정집과 상업용 건물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수요반응(Demand Response) 기술을 도입해 전력망 전체에 전기를 저장하는 설비를 설치하고 있다. 또한 전력망에서 발생하는 수요를 예측하고 일기예보를 소비 정보와 결합해 GE의 분산에너지 자원 관리(Distributed Energy Resource Management, DERM) 소프트웨어로 분석한다.
이 시스템의 힘으로 카로는 소비자들이 (보다 정확하게는 프로슈머들이) 필요에 따라 전력을 즉시 사고 팔 수 있는 ‘마이크로 그리드(Micro-grids)’ 집합체로 변모했다. 낮에 사람이 집에 없을 때면 주택 소유자는 가정에서 발전한 전력을 전력 수요가 높은 기업에 판매할 수 있다. 귀가 후에는 인근의 축전지나 전기 자동차, 또는 에너지 가격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업으로부터 전력을 구매할 수 있다.
호주에서도 이와 비슷한 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호주 에너지 분야의 신생업체 파워 레저(Power Ledger)는 최근 블록체인으로 개인간 전력 판매를 허용하는 시험 프로그램을 퍼스 주변에서 시작했다.
이 새로운 경제를 성립시키는 열쇠가 바로 소프트웨어이다. ‘DERM’ 같은 소프트웨어가 이 같은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총전력량이 실제 송전 용량을 초과하지 않도록 관리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분명히 현재를 새로운 수준으로 높여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이다. 비트코인에 더해 ‘그린 코인’을 주고, 많은 양의 전력을 즉시 이동시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스마트 그리드와 블록체인을 함께 사용하면 저렴하고 친환경적인 재생에너지를 송전망에서 주택으로, 주택에서 송전망으로 항상 투명한 방법으로 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아직 그 가능성을 살짝 살펴보는 것에 지나지 않지만, 언젠가는 누구나 전력 프로슈머가 될지도 모른다. 카로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그 미래는 밝을 것이 틀림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