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시대인 오늘날, 많은 기업에서 경영의 핵심으로 ‘디지털 변혁(Digital Transformation)’을 꼽는다. 전세계 트렌드를 예측하는 능력이 뛰어난 기업일수록 ‘IoT 즉 사물인터넷이나 AI(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에서 앞서가고 있다.
마루베니,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로 혁신하다
마루베니(丸紅)는 일본을 대표하는 종합상사의 하나로 전력사업에 강점이 있다. 최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경영을 혁신하기 시작했는데, 그 결과를 주목할 만 하다. 마루베니는 IoT 기술과 빅데이터에 대한 수년의 연구를 거쳐 ‘IoT・빅데이터 전략실’을 신설했다. 후쿠무라 도시히로(福村俊宏) 전략실 부실장은 “오랜 역사의 마루베니는 종합상사 이제 제3의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마루베니의 첫 번째 전환점은 1980년대였다. 엔고와 수출 무역의 침체로 마루베니는 무역에서 해외사업투자로 사업을 확장했다. 두 번째 전환점은 2000년대였다. 자원 가격의 상승과 신흥 국가들이 주도한 글로벌 경제 성장의 파도를 타고 투자 수익 확대에 주력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자원 가격의 침체와 신흥국의 발전 속도가 느린 현실에서 볼 수 있듯 세계 경제의 모든 부문에서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또 정치 상황과 지정학적 리스크 역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에 일조한다.
“제3의 전환기에서는 규모를 추구할 뿐만 아니라,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성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IoT와 인공지능은 큰 시장이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마루베니는 이런 솔루션을 판매하고 신규 사업을 성장시키는 것보다는 기존 사업에서 가치를 창조하는 쪽을 더 중시합니다. 따라서 먼저 디지털 변혁으로 마루베니의 경영을 혁신해 기존 사업자와의 경쟁에서 차별화를 도모하려 합니다.” 후쿠무라 도시히로 부실장의 설명이다.
발전 운영의 효율화, 일본에서 세계로
식품부터 의류, 화학, 항공 그리고 선박까지 16개의 영업 본부로 구성된 마루베니에서 전력본부의 수익은 안정적이다. 일본에서는 ‘마루베니 신전력(丸紅新電力)’이란 브랜드로 전력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마루베니는 아시아, 중동, 유럽, 오세아니아 등 전세계에 발전소를 가진 글로벌 발전기업이기도 하다. 마루베니는 세계적으로 1,180만kw의 전력을 생산하는데, 이는 싱가폴 전체 발전 용량의 90%에 달하는 큰 규모의 발전량이다.
“이 정도 규모로 전력을 생산하면 연간 2,000억엔 (약 2조원) 가량의 비용이 소요됩니다. 발전소의 운영 과정과 현장 작업은 꾸준히 개선해왔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1%라도 운영 효율을 더 높일 수 있다면 연간 20억엔(약 200억원) 규모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죠. 전력 사업자에게는 안전하고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만, 저렴하게 전력을 제공할 수 있어야 경쟁력을 갖게 됩니다. 우리는 IoT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효율성과 차별화를 꾀할 것입니다” 마루베니의 쿠리하라 마사유키(栗原聖之) 전력본부 IoT·신에너지 솔루션사업추진 부장의 말이다.
마루베니는 먼저 치바현 소데가우라(袖ヶ浦)시 천연가스 복합화력발전소와 나카소데(中袖)의 클린 파워 설비에 GE의 산업인터넷 클라우드 플랫폼인 프레딕스를 연결해 신뢰성과 생산성을 향상하기로 결정했다.
신뢰성 향상을 위해, 프레딕스에서 동작하는 솔루션인 자산성과관리(APM: Asset Performance Management, 링크)를 활용한다. 이는 물리적 엔지니어링 모델과 경험적 지식을 살린 고급 분석 능력을 제공한다. 가스터빈이나 보일러 등의 설비에 장착된 센서는 설비의 온도, 진동, 액체나 가스의 압력 수준 등 다양한 상태를 감지한다. 프레딕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수집된 데이터는 APM으로 분석되며, 기존 점검 시 사람의 능력으로는 알아차리지 못했을 정도의 작은 이상도 초기 단계에 발견해 성능 저하나 고장, 예상치 못한 설비 정지를 미연에 방지한다. 각 부품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면 전력 수요가 높은 시기를 피하는 등으로 유지 관리 계획이 가능하고, 그 밖에도 유지 보수를 위한 다운타임(전력 생산이 불가능한 가동 중지 기간)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수익이 상당히 개선된다.
발전소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프레딕스에서 운영최적화 (OO: Operation Optimization) 솔루션을 활용한다. 경영 측면에서 자산 관리 운영에 도움이 되는 수준까지 해석해주는 이 솔루션은, 연료 가격과 날씨에 따라 수요 동향 같은 변동 요인과 배출 규제를 반영해 최적의 발전 계획을 지원한다. 또한 각 KPI 달성에 필요한 정보를 하나의 대시보드에 표시할 수 있으며, 관리자와 엔지니어에게 변동 요인을 감안한 통찰을 제공하여 빠른 의사 결정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
나카소데 클린 파워에서 프레딕스가 본격적으로 가동될 시점은 2018년 3월로 예정되어 있다. “일본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있는 다른 발전소에도 IoT 기술을 적용할 계획입니다.” 쿠리하라 씨의 이야기다.
세키 마코토(関真) GE 프로젝트 리더는 “발전 사업에 적용되는 IoT는 센서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투입한다고 곧바로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데이터와 분석이 보여주는 통찰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현장의 일하는 방식과 업무 프로세스 개선 등 사람에 의한 변화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개선과 변화에 매우 적극적인 나카소데 클린 파워는 회사의 전력 사업 변혁의 핵심을 담당하는 기업답게 GE팀과 함께 전력으로 변화를 지원하고 있습니다”라며 열의를 밝힌다.

마루베니 나카소데 클린 파워 | 일본 치바 현
천연가스 복합화력(복합사이클) 형식으로 100MW의 발전 능력 보유
전력산업이 산업인터넷에 투자할 시기가 왔다
전략실의 후쿠무라 부실장은 ‘IoT와 인공지능이 맞지 않는 사업도 있다’고 말한다. “IoT 기술은 어디까지나 수단입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는 가치 창조를 통해 차별화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것입니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활용이 아니라 우선 프로세스 개선 및 직원 교육 등의 다른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전력 사업은 IoT 기술을 바로 활용하기에 적합한 기회를 맞이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전력 사업과 함께 걸어온 쿠리하라 부장은 이렇게 말한다. “그 동안 전력 사업은 미래로 나아갈 방법을 모색해 왔습니다. GE와 진행한 산업인터넷 도입 계획은 매우 신속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사고방식이나 업무 프로세스가 성숙했던 기반이 있다면, 데이터의 힘으로 성과를 만들 포인트가 명확합니다. 또 기술자의 연구를 모델링하고 전개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원래는 무역상사로 플랜트의 수출입을 담당하던 마루베니는 신흥국에서의 사업 기회가 빠르게 확대된 시대에는 EPC(설계, 조달, 건설) 사업을 다루었고, IPP(민자발전개발사업자)로 발전 사업을 펼쳤다. 일본과 유럽에서 유통사업도 하고 있으며, 전력에 대해 수직적인 사업 능력까지 갖춘 기업으로 발전했다. “전력의 세계에서 산업인터넷은 결국 ‘(전력을) 만드는 측의 최적화’와 ‘사용 측면의 최적화’, 이 두 가지를 연결해 전체를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마루베니는 이같은 미래를 앞장서서 실현하고 싶습니다.” 쿠리하라 씨는 이렇게 포부를 전한다.
여러 동료들이 그랬던 것처럼, 과거 쿠리하라 부장도 ‘동남아시아의 작은 마을에 발전소를 만들기 위해 촌장의 집에 매일 찾아가, 처음 보는 식재료로 만든 음식으로 술을 나누며’ 발전소 건설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제 마루베니 전력본부는 새로운 장으로 접어들었다. 사물인터넷의 경험을 축적하고 체계화하여 미래에는 국내외 파트너 기업에게 사물인터넷 활용 방법을 지원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마루베니가 취급하는 선박 또한 발전소 유사한 방법으로 해상의 추력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발전 사업에서 쌓은 노하우를 쉽게 공유할 수 있다. 전력본부가 배양한 사물인터넷 활용의 지식과 경험은 마루베니 전체의 경영 혁신에서 엔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