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 아눈지아타(Marco Annunziata)는 GE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를 담당하고 있다.
이 글의 관점은 GE의 관점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밝혀둔다.
“포켓몬 고” 현상이 신드롬이라 부를 만한 열기로 전세계를 휩쓸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포켓 몬스터를 잡으러 나선 사람들 소식이 화제가 되었고, 게임에 몰두하다 다치는 사례도 종종 발생했다. 일부 지역으로 서비스가 제한되는 한국에서는 단순히 이 게임만을 위해 속초로 떠나는 사람들로 관광 특수가 생기기도 했을 정도이다. “포켓몬 고”는 지금까지의 게임 어플과는 무엇이 다를까? 지금까지 대부분의 게임들은 게임의 특성에 따라 즐기는 사람들이 특정 그룹으로 나뉘어지곤 했다. 반면 ‘포켓몬 고”는 광범위한 사람들의 일상 깊숙이 스며들어 많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GE수석 이코노미스트 마르코 아눈지아타 역시 이 “포켓몬 고” 현상에 주목했다. 그는 출시 1주일만에 미국 전역을 휩쓴 이 게임을 분석하면서, 특히 디지털 기술이 우리의 일과 놀이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관심을 두었다. 그가 최근에 블로그에 발표한 글을 함께 읽으면서, 이 흥미로운 게임을 미래 산업의 변화에 대한 하나의 새로운 징후로 이해해 보면 어떨까.

(사진 저작권: 게티 이미지)
게임과 기술 혁신이 통합되고 있다. 이 둘이 각자의 산업 영역을 넘어서면서, 차세대 성장의 물결을 위한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모두는 노는 것을 좋아한다. 최근의 포켓몬 고 광풍을 조명한 보고서를 보자.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뉴욕 센트럴 파크와 샌프란시스코 거리를 돌아다니며 우스꽝스럽게 생긴 생명체를 잡으러 다니는 것을 보게 된다.
이처럼 놀라운 포켓몬 고의 성장세를 보면, 디지털 혁명이란 일과는 관계 없이 오직 노는 것에만 연관되고, 생산성이나 경제 성장에는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은 게임이나 소셜미디어와 관련된 것일 뿐이라는 시각이 옳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나는, 기술에 회의적인 다수의 경제학자들도 이미 포켓몬의 마성에 빠져 야외에서 이 게임을 즐기고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솔직히 내가 지금 책상 앞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도, 야구 경기를 너무 격하게 즐긴 나머지 허벅지 통증이 생겨, 포켓몬 고를 할 만큼 오래 걷지 못하기 때문이다 포켓몬 고는 모빌리티, 즉 이동성이 전부인 게임인 것이다.
당신이 도심이나 공원, 해변을 거닐면, 스마트폰 카메라가 주변 환경을 기반으로 만들어 내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화면을 통해, 실제 현실 속 나무나 공원 벤치에서 당신을 지켜보는 가상의 생명체를 발견하게 된다. 포켓몬 고 게임에 대해 글을 쓰다 보니, 나도 빨리 통증을 이겨내고 밖으로 나가 게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포켓몬 고는 출시 1주일만에 증강현실(AR) 기술을 우리 모두에게 각인시켰다. 증강현실이란 “가상의” 물체를 우리가 사는 주변 세상의 일부로 만드는 디지털 기술이다(우리를 다른 세상에 몰입시키는 기술인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과는 다르다). 이 새로운 앱은 컴퓨터의 성능과 빅데이터, 위치정보 소프트웨어의 발전을 이끌어내어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고 경험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말 그대로 포켓몬 고 앱은 게임 체인저다.
증강현실은 게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제트엔진을 유지보수 하거나, 수리해야 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이러한 작업은 쉽지 않다. 하지만 어떤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지 시각적으로 알려주는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있어서, 음성 명령에 따라 단계별로 작업 공정을 안내해준다면 어떨까?
프라자팟과 팀원들이 마이크로소프트 키넥트(Kinect)로 GE 생산시설 내 기술자들의 동선을 분석하고 있다. (사진 저작권: GE)
또, 해상에서 원유시추를 위한 구조물에 설치된 복잡한 기계류의 정비나 수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아무리 똑똑하고 경험이 많은 작업자라고 해도, 머릿속에 모든 기술적인 세부사항을 다 숙지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두꺼운 현장 정비 매뉴얼 여러 권을 챙겨가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특수 한 태블릿을 챙겨가 카메라를 장비에 갖다 대면, 태블릿이 기계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기계를 열지 않아도 내부를 보여주며 어떤 작업이 필요한지 알려주는 것은 어떨까.
GE를 비롯한 기업들은 이런 종류의 산업용 AR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여, 업무를 좀 더 생산적이고 안전하며 조금이라도 더 재미있게 만들고자 노력 중이다. 가상현실 기술 역시 증강현실 기술처럼 혁신적인 도약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가상현실은 너무나도 현실적이어서 사람의 감각을 거의 압도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몰입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가상현실 기술로 공장 전체의 작업공정을 시뮬레이션 할 수도 있다. 현존하는 공장의 데이터를 활용해 가상현실에서 실제와 다른 조건을 적용했을 때, 기술적인 문제로 생길 영향을 파악하거나, 급작스런 수요 폭증 등으로 인한 시장 조건 변화를 시뮬레이션 할 수도 있다. 이처럼 가상현실은, 작업 흐름이 어떤 방식으로 반응하는지 볼 수 있도록 하여 이전까지 예측하지 못했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게 하고, 생산 공정을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공장최적화 방안을 모색 중이었는데, 가상현실이 좋은 방법일 것 같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네하 프라자팟(Neha Prajapat) GE 엔지니어링 툴 전문가의 말이다. 프라자팟 역시 포켓몬 고 사용자이기도 하다.
AR / VR 기술은 생산성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변화는 이미 진행중이다.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은 디지털 산업 세계의 다양한 분야에서 상당한 수준의 효율성 향상을 이끌어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효율 향상을 이끌어내면서도 재미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까? 뛰어난 온라인 게임 역량을 전세계 전력망 현대화에 활용 중인, 내 동료 클라우디오 카르넬리(Claudio Cargnelli)에게 물어 보는 편이 좋을 듯하다.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라는 단어는 정말 멋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말이지만,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디지털과 산업은 점점 융합하여 하나가 되고 있다. 게임과 기술 혁신이 융합되고 있으며, 이러한 혁신이 산업 전반에 걸쳐 확장됨에 따라 차세대 경제 성장을 이끌어 나갈 것이다. 이제 나는 밖으로 나가 사무실 근처에서 내가 잡을 수 있을 만한 포켓몬이 있는지 찾아보려고 하는데……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떨지?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이 우리가 생활하고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꾸게 될지 더 많은 이들의 생각을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