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즈마 코팅이란 용어는 기술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알 듯 모를 듯한 느낌을 주는 말이다. 어디에서 들어본 기억은 있고 심지어 TV 광고 등에서 본 것도 같은데,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다는 사람도 아마 많을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플라즈마란 물리학 용어로 ‘물질의 제 4상태’로 불리는 상태를 가리킨다. 가장 에너지가 낮은 물질 상태인 고체는 에너지를 받으면 액체로 바뀌고, 여기에 에너지가 더해지면 기체 상태가 된다. 기체에 에너지가 더해져 전기적 방전이 일어나면, 전하를 띤 양이온과 전자들이 전체적으로 전기적 중성을 이루는 플라즈마 상태에 이른다. 우주의 99%는 이 플라즈마 상태로 되어 있다.

Luc Viatour / www.Lucnix.be
우리 주변에서도 플라즈마 상태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극지방의 오로라, 태양, 번개, 핵 융합로 등을 비롯하여 형광등이나 네온 전등 등이 플라즈마 상태이다. 산업에서도 플라즈마를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다. 특히 플라즈마 상태를 이용하여 무엇을 새기거나 표면을 처리할 수 있다는 사실에 착안, 반도체나 금속 처리, 물질 합성 등의 산업에서 다양하게 이 기술을 활용한다
플라즈마 기술을 이용하면 미세공정이 가능해지고 친환경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도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다양한 응용 분야에 비해 플라즈마 상태를 만들기 위한 공정은 쉽지 않다. 플라즈마 코팅만 해도 갖추어야 할 상황과 조건은 상당히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위의 사진을 보자. 무엇처럼 보이는가? 얼핏 보기엔 그냥 단순한 컨테이너 박스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안에는 무려 15억 원의 가치에 상당하는 기술이 숨어 있다. 이 안에는 로봇 팔, 플라즈마 건, 밀폐 코팅 셀(공기나 습기가 침입하지 않도록 밀폐된 셀) 등 플라즈마 코팅을 위한 장비가 들어 있는 것이다.
“SF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입니다. 비용이 많이 들었던 기존 플라즈마 코팅 기술을 대체할 만한 새롭고 산뜻한 방법이 나온 것이죠.” GE 엔지니어의 설명이다. 운송용 상자가 컨테이너가 목적지에 도착하면, 포장을 풀고 안에 든 로봇 팔, 플라즈마 건, 조종실, 냉각 장비, 열 교환기 등을 조립하면 플라즈마 코팅 시설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이때 작업자는 뜨거운 플라즈마 스프레이와 안전 거리를 유지하는 데에 신경을 써야 한다.
설치는 조립식이지만 완성된 효과를
플라즈마 코팅은 내구성이나 비부식성(非腐蝕性)이 중요한 물질에 사용된다. 엉덩이나 무릎에 이식하는 인체용 이식 자재부터 자동차나 오븐, 항공기 같은 산업용 부품에 이르기까지 무엇에나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호주의 퍼스에서 열린 GE 오일앤가스 워크숍에서는 플라즈마 코팅 셀 기술을 단순 부품부터 터빈 부품까지 적용할 수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 GE 파워앤워터의 가스 특수공정 책임자 마커스 웨버(Markus Weber)는 지난 2년 동안 플라즈마 스프레이 장치의 모듈을 만드는 연구를 해왔다. 현재 그는 이 기술을 나이지리아에서 처음 적용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플라즈마 스프레이 장치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한다.
“코팅 셀은 밀폐된 방입니다. 그 안에서 로봇 팔이 고속 산소 연료(HVOF: High Velocity Oxy-Fuel) 토치와 플라즈마 토치를 사용하여, 금속이나 세라믹 입자를 다양한 재료의 표면에 분사하죠. 플라즈마 스프레이를 작동시킬 수 있는 시설을 만들자면 예전엔 3~6개월이 소요되었습니다. 하지만 모듈 유닛을 이용하면 1~2주만에 완성할 수 있어요.” 로봇 팔은 조종실에서 작동시킨다. 이는 고온의 플라즈마 스프레이와 빠르게 움직이는 로봇에서 사람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다. “플라즈마 스프레이 건은 1만 6천 도의 온도와 130데시벨에 이르는 소음을 발생시킵니다. 또한 플라즈마 스프레이가 작동할 때 나오는 빛은 용접할 때 발생하는 빛만큼 밝죠. 기계가 작동할 때 사람들이 가까이 있으면 위험합니다.” 라고 웨버 씨는 말한다.
플라즈마 스프레이 토치는 수냉식 노즐을 통해 가스를 분사한다. 이 가스는 노즐 안에 자리 잡은 전극에 의해 플라즈마 불꽃, 소위 ‘깃털’로 변형된다. 금속이나 세라믹을 포함한 분말을 플라즈마 깃털에 붓고, 빠른 속도로 가열하여, 코팅해야 할 물체의 표면에 분사한다. 이때 코팅되는 물체는 균일한 코팅을 위해 턴테이블 위에서 빠르게 회전한다. 마커스 위버 씨가 설명하는 코팅 과정은 이렇다. “수백만 개의 분말 입자가 일제히 표면을 강타합니다. 이것이 서로 결합되면서, 표면과 충돌하여 코팅을 만들어냅니다.”
모듈화된 로봇 코팅 시설 덕분에 GE는 전세계 여러 사업장에 플라즈마 코팅 기술을 빠른 속도로 적용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각 지역에서 더 한층 편리하고 신속하게 제품의 수리나 제작을 할 수 있었다. 높은 기술 수준을 보여주는 GE의 모듈형 플라즈마 코팅 시설은, 역설적이지만 기술보다 사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고에서 개발되었다.
“코팅 셀, 열 교환기, 로봇 팔, 플라즈마 건 등이 모듈 시설 안에 들어맞기 때문에, 우리는 플라즈마 건과의 안전 거리를 확보하면서 작업할 수 있는 온전한 시스템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플라즈마 코팅 시설은 오븐만큼 뜨겁고, 제트 엔진처럼 시끄럽고, 태양처럼 눈부십니다. 로봇이 플라즈마 건을 잡게 만든 것도 바로 그 때문이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