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네, 수련이 핀 연못(일본식 다리), 1899, 프린스턴 대학 아트뮤지엄 소장
Claude Monet, The Water Lily Pond (The Japanese Bridge), 1899, Princeton University, The Art Museum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인상주의 미술을 사랑한다. 모네, 마네, 세잔, 고흐, 르누아르, 시슬리, 세잔 같은 화가들의 이름은 우리에게 얼마나 친숙하다. 인상주의 화가들 특유의 형태와 기법 그리고 특히 그들이 담으려 했던 자연의 생생한 빛은 오늘날의 관객들에게 여전한 감동을 준다. 하지만 이런 인상주의 예술이 기술의 발전 덕분에 등장했다고 말한다면 의외라고 느낄 사람도 많을 듯하다.
예술이 기술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인지 우리는 가끔 잊고 산다. 아니 오히려, 예술이라고 하면 기술의 반대편에 위치해 있고, 기술에 맞서 “인간적”인 삶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을까?
1850년 즈음 본격화된 산업혁명은 당대 사람들이 살아가던 삶의 모든 측면을 바꾸었다. 당연하게도 이 혁명은 당대 유명 예술가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화학이 발전하면서 수십종의 새로운 안료를 만들 수 있었고, 그 재료를 이용해 화가들은 그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영롱한 색깔의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구태의연한 과거의 관습에 반기를 들었던 재능 넘치는 젊은 화가들이 만든 참신한 기법과 스타일은 인상주의라는 이름으로 미술사에 혁명을 가져왔다. 인상주의는 자연에서 예술가가 받은 인상을 눈에 보이는 대로 표현하려 했다는 점에서, 이전의 예술 사조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오늘날의 디자이너와 예술가들도 이런 혁명적 변화에 직면해 있다. 신기술에 힘입어 과거의 관습에 도전한다는 시대적 요구 앞에 서게 된 것이다. 레이저를 이용한 3D 프린터, 3D ‘인쇄’나 3D ‘페인팅’ 기계, 그 외 첨단제조기술 장비를 이용하여 지금까지는 제조가 불가능하다 생각했던 부품이나 제품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기술로 인해 예술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뉴욕 아트 앤 디자인 박물관(Museum of Arts and Design)에 전시된 나임 조세피(Naim Josefi)의 하이힐 멜로니아(Melonia)는 3D 프린팅 기술로 만들었다. (GE는 최초로 달에 간 우주인의 부츠 소재를 만든 바 있다.
직접 금속 레이저 용해(DMLM) 방식 같은 3D 프린터 기법은 레이저 빔을 사용하여 미세한 금속 분말로부터 고형의 물체를 만들어낸다. 인상주의가 빛을 이용해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고자 한 것을 떠올려 본다면, 빛이 다시 사물이 되는 이러한 방식을 거꾸로 된 인상주의라 불러도 좋지 않을까? GE항공의 엔지니어들은 DMLM 방식으로 차세대 LEAP 제트엔진의 연료 노즐을 제조했다. GE 파워앤워터 부문에서는 첨단제조기술의 적용 범위를 넓히고자 최근 사우스캐롤라이나 그린빌에 새로운 첨단제조센터를 착공했다.

전자 빔 용해 방식의 3D 프린팅으로 만든 티타늄 소재의 격자형 입방체. 동물의 뼈를 연상시키는 형태다. ‘유기적’인 이 디자인은 일반적인 입방체보다 2/3나 가볍지만, 압축 강도는 동일하다.
첨단제조기술의 잠재력은 막대하다. GE항공의 경우, LEAP 엔진의3D 프린팅 연료 노즐은 기존 제품보다 5배나 오래가는 내구성을 자랑한다. 3D 프린팅을 활용한 덕분에 디자인이 한결 단순해졌고, 그로 인해 용접 횟수가25회에서 단 5회로 줄었다.
GE 파워앤워터가 새로 건설한 그린빌 센터에서는 적층식 제조, 용접, 접합, 고온세라믹등의 신소재 기술을 집중 연구하게 된다. 이 센터의 목표는 쾌속조형 (Rapid Prototyping, RP)을 더 손쉽게 하여, 제품 개발 속도를 높이는 데에 있다. 발전용 고효율 대형 가스 터빈 같은 신제품들이 이로 인해 더 신속하게 시장에 출시될 수 있다. 그린빌 센터의 엔지니어들은 이미 3D 프린터와 첨단 레이저 장비를 활용해서 수많은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전에는 여러 시간이 소요되던 복잡한 용접 작업이 몇 분 안에 끝날 정도로 작업의 효율이 높아졌다. 3D 프린터를 사용하면 별도의 대규모 장치를 설치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린빌 센터의 경우 개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첨단제조기술로 인해 제품 개발주기가 70% 수준으로 단축될 것이라고 GE는 예상하고 있다.

회전하는 가스 터빈 압축기. GE의 그린빌 공장에서 촬영.
7,000 만 달러(약 71억 원)를 투자한 그린빌 센터는 2015년 하반기에 문을 열게 되며, 80개 이상의 새 일자리를 만들게 된다. GE는 향후 10년 동안 연구 센터를 포함한 그린빌 공장에 4 억 달러(약 405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재미있는 우연이지만, 그린빌 센터에 투자된 비용은 모네의 작품인 「수련」의 경매낙찰가격과 비슷하다. 인상주의 미술이 지난 100년 간 사람들을 감동시켰던 ‘새로움’이라는 가치가, 이제 레이저 신기술이 만들어내는 디자인으로 이어져 미래를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