뢴트겐이 X선을 발견한 것이 1895년, 사람들이 엑스레이를 이용한 지 벌써 100년이 넘었다. 의료 영상 분야의 발전은 멈추지 않았고, 1980년대 후반에 등장한 자기공명영상 즉 MRI(Magnetic Resonance Imaging)는 어느새 우리에게 친숙한 진료 수단이 되었다. 최근에는 한 단계 더 진화한 MRI가 등장했다.
GE가 개발한 고성능 MRI 장비 디스커버리 MR 950(Discovery MR 950)에는 7테슬라의 자성(磁性)을 가진 자석이 사용된다. MRI는 이름 그대로 자석의 전자기를 이용하기에, 성능이 뛰어난 자석을 쓰는 것이 관건이 된다. 7테슬라의 자석은 지구 자기장보다 14만 배나 강력하고, 병원에서 쓰이던 기존 장비의 자성보다 5배나 강한 자기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일반 MRI 장비보다 훨씬 강력한 성능 덕분에 GE의 새로운 장비는 암이나 루게릭병, 뇌 외상, 간질, 자폐증 등의 질병과 장애 연구에서 향상된 기능을 보인다. 이전에는 연구자들이 확인하기 어려웠던 부분까지 선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인체 조직이나 해부학을 탐구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7 테슬라의 자기장이 어느 정도인지 보통 사람들은 실감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유럽 입자물리연구소(CERN) 의 강입자 가속기(LHC:Large Hadron Collider) 터널에서 고에너지 입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회전시킬 때 발생하는 자기장이 8 테슬라이다. 7테슬라의 자성을 가진 자석을 만드는 데에 필요한 기술력을 짐작할 만한 사례다. GE 헬스케어의 MRI 기술 담당 발데브 알루와리아 씨는 “우리는 현재 의료기술의 한계를 넘으려고 노력합니다.”라고 말한다.
테슬라 사의 사이먼 피타드 박사는 “길이 3.35미터, 무게 40톤의 7 테슬라 자석에 적용되는 기본적인 기술 자체는 일반적인 3 테슬라 자석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10배나 많은 전선과 5배나 많은 에너지 축적이 필요합니다.”라고 밝혔다.
7 테슬라의 자석이 초전도성을 띠고 강한 자기장을 형성하도록 하기 위해서 중요한 과정은 바로 냉각이다. 최대한 온도를 낮춰 캘빈 온도 4도(영하 269도)를 유지해야 한다. 이 냉각 과정을 위해 최소 2주일의 시간과 1만 리터의 액체 헬륨이 필요하고, 냉각 후 자석을 충전하는 데에 다시 40시간이 걸린다.
미켈라 토세티 박사가 이끄는 이탈리아 IMAGO7 연구 재단의 자기 공명 연구팀은 유럽에서 GE의 7 테슬라 장비를 처음 사용하였다. 이 팀은 루게릭병, 파킨슨병 등의 신경 퇴행 질환으로 인한 뇌 병변과 간질 연구에 이 장치를 써왔는데, 조만간 어린이의 뇌종양 병변에 대한 연구도 시작할 예정이다.
진행성 질환인 파킨슨병의 증상(손 떨림, 강직, 자세 불안정 등)을 방사선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술은 지금으로선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의 병력이나 신경학적 검사에 의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오진의 가능성도 없지 않다. 토세티 박사는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파킨슨병의 병리학적 측면을 GE 7 테슬라 기술로 밝힐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한다.
한편 토세티 박사의 동료인 피사대학 미르코 코소티니 박사는 7 테슬라 장비로 파킨슨병 환자 17명과 건강한 이들 21명으로 구성된 통제 집단의 뇌를 비교 연구했다. 진단 장비의 정확도를 확인하기 위해 환자들의 검사용 표본도 채취한 결과, 연구진은 중뇌에서 초승달 형태의 세포군을 구분해낼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세포군은 3개 층으로 형성된 흑질이라는 조직이다.
파킨슨병은 흑질에서 생산되는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의 부족에서 비롯된다. 코소티니 박사는 파킨슨병의 조기 발견과 치료에 이번 결과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7테슬라 장비가 이뤄낸 성과는 향후 GE의 엔지니어들이 기존 MRI 장비를 최적화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알루와리아 씨는 말한다. “7테슬라 장비로 우리는 뇌 조직을 자세하고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기존 장비와 7테슬라 장비는 많은 부품과 전자 장치를 공유합니다. 7테슬라 장비의 연구 결과와 운영 노하우 덕분에, 기존의 1.5나 3테슬라 제품을 최적화하는 과정도 더 개선될 것이라 봅니다.”
GE 헬스케어와 영국의 테슬라 엔지니어링은 국제 자기공명 학회 및 유럽 자기공명학회 연석회의에서 7테슬라 자석의 합작 생산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GE 헬스케어 사장 리처드 하우스만은, 이번 결정이 GE와 세계 유수 MRI 연구 기관 사이의 협력관계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GE의 7테슬라 장비를 갖춘 전세계의 연구소에서는 이미 알츠하이머병 연구와 관련해 상당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GE는 향후 신경과학 분야나 다른 분야의 연구 역시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