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나 해외에서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해 집에서 배송 받는 것은 이제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었다. 그런데 대만의 바이오의약품 제조사인 JHL 바이오테크는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하이테크 의약품 공장 전체를 온라인으로 주문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GE는 큐바이오(KUBio)라 불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일회용(Single-Use) 모듈형 바이오 의약품 공장에 필요한 부품을 독일, 스웨덴, 미국에서 제작했다. 이 부품은 얼마 전 유럽을 떠나 JHL의 바이오테크 신규 공장이 세워질 중국 후베이 지방의 성도(省都)인 우한으로 향했다.
GE의 조립식 바이오의약품 공장인 큐바이오는, 선박이나 트럭으로 운송할 수 있는 62개의 조립식 모듈로 구성되어 있다. 이 플랜트는 전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한달 안에 조립이 가능하다. 우한의 바이오레이크(Biolake) 사이언스 파크에 완성된 모듈이 도착하면, JHL은 중국 현지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게 된다. 이 의약품들은 기존의 생산 공정을 이용했더라면 가격이 훨씬 더 비싸졌을 것이다.
바이오의약품은 일련의 복합 단백질로 구성된 새로운 종류의 의약품을 의미한다. 개인별 맞춤형 의약품의 시대인 요즈음 바이오의약품은 현재 가장 활발하게 성장하는 의약품으로 꼽히며 오늘날 질병과의 싸움을 선도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의 종류는 합성 인슐린에서 항암제, 류마티스성 관절염이나 기타 질병을 치료하는 약까지 폭넓은 분야에 걸쳐 있다. 현재 5,000종 이상의 바이오의약품 후보 제품이 연구개발 과정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오의약품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1,700억 달러 이상이며, 매년 15~18%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의약품은 기존 의약품의 이미지를 바꿔 놓고 있으며, 사람들에게 장수와 건강을 약속한다. 하지만 최근까지 이러한 의약품은 오직 몇몇 부유한 국가들에서만 생산되고, 그런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만 제공되고 있었다.
큐바이오 시스템의 장점
GE헬스케어의 기업 솔루션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책임자 리사 스택(Lisa Stack)은, “조립식 공장이라는 개념 자체는 GE 내부에서 꽤 오래 전부터 논의되었습니다. 모든 것들이 미리 계획되고 설계되어 있는 큐바이오는 GE의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기본 골격이 설계된 공장입니다. 원하는 대로 수정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미 검증된 설계를 그대로 사용하여 시작합니다. 고객이 위치한 곳까지 바이오의약품을 바로 배송할 수도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JHL의 최고 경영자 라쵸 조르다노프(Racho Jordanov)는 “우리의 비전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오의약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모든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미국에서 생산된 바이오의약품을 쉽게 공급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아직 충족되지 못한 의료적 수요가 많은 아시아 지역에서 이처럼 혁신적인 모듈형 공장은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의약품를 이용해 의약품 생산을 위한 배양공정을 진행할 경우 값비싼 세정 및 멸균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 이는 곧 의약품 제조 시설을 더 작고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불어 다른 종류의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재빠르게 공장을 변화시킬 수도 있게 된다.
GE헬스케어의 큐바이오에는 바이오의약품 생산 장비부터 전체 프로젝트를 조율하고, 필요한 부속 시설까지 모든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현장으로 배송되는 모듈에는 공조(HVAC) 시스템, 클린룸, 전기/수도 같은 유틸리티 시설 대부분과 플랜트 가동에 필요한 모든 배관 시설 등 장비의 80~90%가 사전에 설치되어 있다.
올리비에 로에일로(Olivier Loeillot) GE헬스케어 라이프사이언스 아시아 사장은, “전체 바이오의약품 제조 공장의 98%가 아직까지 모듈형 방식이 아닌 전통적인 방식으로 지어져, 공장 설계와 건축이 먼저 이루어지고 완공과 운영까지 1년여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큐바이오는 진정 혁신적이고 차별화되어 있다”고 말하며, “모든 공정이 병렬적으로 이루어져 (설계와 건축에 필요했던] 총 1년 반이라는 시간을 아낄 수 있기에, GE의 컨셉은 완전히 차별화된다. 빠른 속도야말로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는 기업에게 필수적인 것”이라고 언급했다.
바이오의약품 제작을 위한 모듈이 중국 현장에 도착하면, GE는 플랜트 조립과 장비 감리, JHL 직원 교육을 담당한다. 중국 우한에서 완공되는 큐바이오 공장은 바닥 면적 약 2,400 평방미터(축구장 절반 크기)로, 2,000리터짜리 일회용 바이오 리액터(Bioreactors)를 포함하고 있다.
JHL의 조르다노프 최고경영자는 큐바이오의 필요성을 이렇게 말한다. “모든 공정에서 품질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바이오 의약품 생산의 복잡한 프로세스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매우 정교한 장비와 이 장비를 설치할 매우 정교한 공장 모두가 필요합니다.”
GE의 큐바이오는 한국을 비롯 브라질,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에서 관련 프로젝트가 현재 논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