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캐시 허친슨(Cathy Hutchinson) 씨는 뇌간경색으로 목 아래쪽이 마비되었다. 그러나 14년 뒤인 2011년, 그녀는 커피가 든 보온병을 들어 입으로 가져가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58세의 허친슨 씨는 손을 움직일 수 있을 만큼 회복된 상태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허친슨 씨는 어떻게 커피를 마실 수 있었던 것일까? 이 모든 일은 그녀가 생각만으로 로봇 팔을 움직일 수 있어서 가능했다.

생각만으로 로봇 팔을 제어해 15년 만에 처음 스스로 커피를 마신 캐시 허친슨 씨.
허친슨 씨가 로봇을 움직인 것은 두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라는 기술 덕분이다. 이는 손과 팔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뇌의 영역에 미세 전극을 이식하는 임플란트 기술이다.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허친슨 씨의 뇌에 이식된 96개의 미세 전극은 뇌세포에서 생성된 신호를 수집하고, 컴퓨터로 신호를 전송하면, 컴퓨터가 전송된 신호를 분석하여 로봇 팔의 움직임으로 변환한다는 것이다.
이 기술은 학제를 넘어선 전문가가 모여 형성한 브레인게이트(BrainGate) 팀이 개발했다. GE글로벌리서치의 과학자들은 뇌 신경 세포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더욱 심도 있게 이해하기 위해 브레인게이트와 협업하고 있다.

초소형 뇌 임플란트가 허친슨 씨의 생각을 ‘읽고’ 있다. (GIF 출처: 브라운 대학)
“뇌에 전극을 이식해서 커피를 마시는 등의 일상 행동을 수행하는 단계까지 근접했습니다. 보통 사람은 이런 일을 팔과 손을 움직여 쉽게 할 수 있지만, 스스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죠.” 브라운 대학의 신경과학자 존 도너휴(John Donoghue) 씨의 말이다. 그는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미 국가보훈처, 스탠퍼드 대학,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Case Western Reserve University)과 공동으로 연구하며 브레인게이트를 이끌고 있다. “신경과학의 장기목표는 마비나 수족 손실을 입은 사람들이 스스로 움직이고 동작을 통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이 연구는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는 데 있어 큰 도약입니다.”

GE 브레인 임플란트 탐침의 시제품. (이미지 저작권: GE글로벌리서치)
뇌와 기계 사이의 장벽을 탐험하는 사람은 도너휴 박사 팀만이 아니다. “GE는 신경 자극과 기록을 위해 특별히 설계한 “초소형 전자공학 뇌 임플란트”를 제작합니다.” GE글로벌리서치 크레이그 갈리건(Craig Galligan) 전기 엔지니어의 이야기이다. 그는 허친슨 씨의 뇌에 이식된 것과 유사한 신경 임플란트를 설계한다. “외과 수술을 최소화하면서 뇌에 신경 탐침(Neural Probe)을 이식하고, 특정 영역을 타겟으로 하려고 합니다. 어떤 특정 신경 세포를 겨냥하고 그 영역만 자극해야 하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간의 신경 세포. (GIF 출처: Invention Factory)
갈리건 팀은 두뇌-컴퓨터 인터페이스가 향후 10년간 어떻게 진화할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갈리건은 GE글로벌리서치 블로그)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저명한 신경외과 의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탐침 구조의 크기가 임플란트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확실했습니다. 탐침의 폭이 좁아야 조직 손상이 적고, 장기간에 걸쳐 잘 동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GE글로벌리서치에서는 제트엔진의 소재, 나비의 날개에서 영감을 받은 화학 센서, 고해상도 의료 스캐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첨단 연구 개발이 이루어진다. 갈리건은 뇌에 이식하는 탐침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GE글로벌리서치의 MEMS 마이크로스위치(Microswitch)를 연구하는 동료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분야를 넘어서는 첨단 기술의 협력을 GE스토어라고 부른다.

제프 애시 연구실에서 테스트 중인 기기. (이미지 저작권: GE글로벌리서치)
MEMS(마이크로 전자기계시스템)는 인간의 머리카락보다 얇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 기술을 이용해 배터리 수명, 의료기기, 항공 시스템에 이르는 모든 것을 관리할 수 있다. MEMS 연구팀의 도움으로 갈리건과 동료들은 길이 2mm에 폭 30마이크론의 탐침을 제작해 시험할 수 있었다. 이는 사람의 머리카락 굵기보다 더 가는 크기이다.
GE는 독자적으로 만든 황금 합금으로 탐침을 제작하여, 일반적으로 전기 절연용으로 사용하는 파릴렌(Parylene)을 4마이크론 두께로 절연 코팅했다. 그 후 UV 레이저로 탐침 끝부분에 코팅된 파릴렌을 제거했다. 탐침이 뇌의 특정 영역에만 전기가 통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회로를 형성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이러한 작업들은 신경 탐침을 실제 임상 연구로 평가하기 전, GE연구진에 의해 필수로 거쳐야 하는 과정입니다” 갈리건의 이야기이다.
갈리건은 사전 임상시험이 고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GE가 만든 탐침은 신호 대 잡음비(SNR)가 뛰어나기 때문에, 신경의 스파이크 파형을 확실하게 측정할 수 있습니다. 신호를 기록한 결과는 폭이 넓은 신경 탐침으로 테스트한 결과와 비교할 만했습니다. 폭이 더 넓은 탐침은 조직 손상이 커서, 폭이 좁은 시제품만큼 오랫동안 사용할 수 없을 것입니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토대로 임상 시험을 지속하기 위해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연구비 지원을 신청했다. 장기적 목표는 이를 계속 실험해 인간에게 사용하는 것이다.

브레인게이트의 존 도나휴 (이미지 출처: 브라운 대학교)
갈리건의 동료인 제프 애시(Jeff Ashe)는 도너휴 박사의 브레인게이트 팀과 공동으로 뇌 신경세포에서 발생하는 전기 자극을 연구해왔다. 애시는 이렇게 말한다.
“세포 수준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매우 궁금했습니다. GE가 설계한 센서는 매우 작으며, 개별 신경 세포에서 전달되는 전기 자극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개별 신경 세포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기록하고 분리할 수 있다면, 신경 세포가 생성하는 정보와 신경 회로의 기능도 해석할 수 있을 겁니다. 훗날 이 작은 임플란트가 뇌 질환 치료를 도울 것입니다. 뇌세포의 신호를 듣고, 이들의 언어를 이해하며, 다시 뇌에게 말하는 도구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뇌와 기기가 서로 소통하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