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수석이코노미스트 마르코 아눈지아타(Marco Annunziata)는 산업인터넷과 미래 첨단기술이 글로벌 경제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해 세계에서도 손 꼽힐 만큼 깊은 식견을 갖춘 인물이다. 그는 <퓨처오브워크>나 <상호연결성의 가치> 등 첨단기술의 앞날을 다룬 중요한 백서를 계속 발표해왔다. GE리포트에서는 2015년 7월 GE코리아가 개최한 “이노베이션 포럼 2015”(링크)에 참가차 한국을 찾았던 그를 직접 만나, 격변하는 산업 경제 속에서 한국이 선택해야 할 미래를 물었다. 그는 이미 “기계끼리 소통이 되는 손목시계”를 매일 착용하고 있으며, 업무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산업인터넷을 적용해 나가는 중이라고 했다.
GE의 당신을 비롯해서 구글의 할 베리언(Hal Varian)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프레스턴 맥어피(Preston McAfee)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고용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말씀하신 기업에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필요한 이유는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글로벌 경제에서 상호연관성이 점점 더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경제의 현황을 기업에 알려주고,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 조언해줄 수 있는, 글로벌 경제의 역학 관계를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글로벌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고 현재 어떤 일이 생기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은 기업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업이 중요한 사안에 대해 특정한 관점을 갖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특히 객관적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것을 도울 수 있지요. 국제무역, 보호주의, 현지 계약 위반 같은 문제를 예로 들어볼까요? 이코노미스트(경제학자)는 이런 문제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해당 기업의 직원으로서 가진 정보를 가미하게 되겠죠. 마케팅이나 R&D 분야의 활동과는 분명히 달라질 겁니다. 기업에 이코노미스트가 있다면 좀 더 신뢰성 있으면서 기업의 입장을 반영한 정책을 제안하게 되지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GE 같은 기업은 기술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기업과 차이가 있습니다. 구글의 할 베리언은 저도 잘 알고 지내는 사이인데, 뛰어난 경제학자로 옥션(경매) 이론의 전문가이죠. 그가 구글에서 한 일 중 하나는 구글의 광고 부문에 사용되는 옥션 메커니즘을 설계한 것입니다. 구글 같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바로 그 기술을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국제 금융과 국제무역에 관련된 사안에서 전문성이 있지요. 따라서 GE에 적합했던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경제학자들은 실제 기업인들보다는 금융 전문가나 정책 입안자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면서 GE의 직원들이나 GE 협력업체와 커뮤니케이션 할 일이 많으셨을 텐데, 이런 경험을 통해 아눈지아타 씨는 어떤 변화를 겪었습니까? 당신이 합류한 후에 GE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제 사고방식은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GE에 합류하기 전, 금융 분야나 IMF에서 일했을 때는 금융 분야 사람들이나 정책 입안자들과 주로 교류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투자은행에서 근무할 때는 그나마 기업 고객이나 기업인과 이야기할 기회가 조금 있었습니다. 금융가나 정책 담당자만 만나게 되면 글로벌 경제에 대해 매우 제한적인 생각만 가지게 됩니다. 즉 어떤 국가에서 무역이나 채권에 변화가 잦을 경우, 큰 흐름만 보게 되는 것이죠.
GE에 합류한 이래, 저는 여러 지역에서 현업에 종사하는 실무진부터 중역진에 이르기까지 GE의 수많은 직원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들과 소통하면서 GE 내의 의사결정 방법, 투자 여부 결정 방법, 투자처 선정 방법, 원자재 가격 및 환율 변동 대처방법 등에 대한 정보를 얻었습니다. 그런 소통을 통해 글로벌 경제를 바라보는 방식이 바뀌게 되었어요.
글로벌 경제를 살필 때에도 이런 요소들을 늘 염두에 두고, 인재와 에너지 비용, 기업하기에 더 좋은 환경 등 제 역할이 필요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찾게 되었습니다. 생산성을 증대시키고 경제성을 높이는 견인 요인을 비교적 잘 알고 있기에, 제가 합류한 이후 그런 부분에서 GE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져온 변화 중 한 가지 자랑할 만한 것이 있다면, 예전과 비교할 때 많은 사람들이 이제 PPT 형식으로 작성되지 않은 자료를 열린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웃음) 저는 PPT로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저는 PPT는 ‘읽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PPT라는 형식은, 말이 막힐 때 ‘그림을 보시죠.’ 하면서 사용하는 도구예요. 프레젠테이션을 같이 하지 않으면 거기에 정보를 담거나 전달할 수 없어요. 그래서 저는 제 방식대로 보고서를 작성했고, 시간이 흘러 사람들이 그런 보고서에 점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리포트를 반복해서 읽고 그런 글이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제 입장에선 매우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죠.
또 다른 한 가지 변화라면, 저의 설명을 통해 GE 직원들이 글로벌 경제와 그것이 GE에 미치는 영향을 매우 쉬운 언어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제가 이 회사에 합류했을 때 두 부류의 사람들이 존재했습니다. 제프 이멜트 회장처럼 이미 글로벌 경제를 상당 부분 이해하고 있는 이들(제프는 뉴욕 연방준비이사회의 구성원이기도 합니다. 그는 늘 글로벌 경제를 꿰뚫고 있습니다.)과, 논조가 제 각각인 신문 사설을 읽으며 글로벌 경제에 관해 혼란을 느끼는 이들이었습니다.
저는 GE에서 글로벌 경제의 변화를 읽는 방법을 매우 쉬운 언어로 설명하는 역할을 해온 것 같습니다. 글로벌 경제에 일어나는 변화를 기업에 알려주는 동시에, 기업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에 조언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기업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도왔다고 생각합니다. 경제학이 의사결정의 일부분이 되도록 끌어온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