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유명한 이 말은 <손자병법>에 등장한다. 이 말은 비단 전쟁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 특히 건강에도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치매 같은 뇌질환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오랫동안 한국인들은 알츠하이머, 즉 치매를 노망이라고 불렀다. 어느 날 갑자기 남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하거나, 주변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증상이 생겨도 이를 병이라고 생각하기보다 노화에 따른 ‘자연의 섭리’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에게까지 막대한 정신적 고통을 주고 삶의 질을 위협하는 알츠하이머는 분명, 뇌세포를 포함한 신경계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질병이다. 질병이라는 말은 진단과 예방이 가능하다는 말과 같다. 알츠하이머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그 병에 대해서 더욱 잘 알고 미리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알츠하이머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어떨까?
치매 경각심 높지만 초기증상 인식은 낮은 한국인
최근 GE헬스케어가 한국 성인 남녀 1,000명을 포함해 전세계 10개국의 1만 명을 대상으로 벌인 ‘건강 증진을 위한 인식의 중요성-신경 질환에 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같은 신경 질환에 대한 한국인의 경각심은 매우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 질환이 의심될 경우 치유 가능성이 없더라도 발병 여부를 알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대해 글로벌 평균(74%)에 비해 높은 비율의 한국인(81%)이 ‘그렇다’라고 답해 브라질(91%), 영국(82%)에 이어 호주(81%)와 함께 세 번째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그림 1> 또한, 신경 질환에 대한 정확한 조기 진단을 받을 기회가 ‘상당히’ 또는 ‘매우’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도 93%로 글로벌 평균(90%)을 웃돌았으며, ‘신경 질환의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에 조기진단 받을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87%로 브라질(94%), 러시아(89%)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나아가 ‘보험이 적용되지 않을 경우 본인이 조기 진단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응답자 비율이 글로벌 평균인 51% 보다 높은 64%를 기록하기도 했으며<그림2>, 이는 중국 (83%), 인도 (82%), 인도네시아 (71%)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수치였다. 한마디로 한국인들은 알츠하이머 같은 신경 질환의 여부를 미리 알고자 하는 욕구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크다는 이야기다. 달리 말하자면, 그만큼 알츠하이머 등의 신경 질환을 두려워하고 염려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욕구만큼 알츠하이머라는 질병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일까?
이번 조사에서 한국인의 알츠하이머 초기 증상에 대한 인식 수준은 타 선진국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알츠하이머 증상에 어떤 것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기억상실(66%)’, ‘일상생활 수행능력 저하(56%)’, ‘판단 능력 저하(59%)’, ‘언어 장애 (56%)’ 등 널리 알려진 증상에 대한 인지도는 글로벌 평균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성격 변화(28%)’, ‘감정 행동의 급변(28%)’, ‘의욕 저하(11%)’ 같이 알츠하이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타 증상에 대한 인지도는 글로벌 평균 대비 20% 이상 낮게 나타났고, 미국•영국•호주 등 선진국과는 그 차이가 약 40%까지 벌어졌다. 특히, ‘감정 행동의 급변’ 및 ‘의욕 저하’ 항목에 대한 인지도는 글로벌 최하위 수준이었다.
알츠하이머, 조기 발견이 희망이다
한국치매협회 이사이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성윤 박사는, “알츠하이머 초기 단계에서 이 병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이 알츠하이머를 겪고 있는지 알기 위해 알츠하이머 초기 증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며, “알츠하이머는 성격 변화나 감정 기복 등 흔히 알려지지 않은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한 지식이 없을 경우 환자를 방치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GE헬스케어 코리아의 시아 무사비(Sia Moussavi)대표이사는 “알츠하이머는 아직 완벽히 치유할 수 없는 병이지만, 그 원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조기에 발견할 경우 증상을 어느 정도 완화시키거나 늦추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정부와 의료기관들은 활용 가능한 모든 진단장비와 기술을 동원해 환자들이 증상을 최대한 빨리 인지하고 관리해 알츠하이머의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며, “GE헬스케어는 2020년까지 총 5억 달러 (약 5,142억 원)를 투자해 치매뿐 아니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뇌졸중, 뇌진탕, 다발성 경화증, 외상성 뇌손상 등 각종 신경 질환에 대해 새로운 진단 솔루션을 개발하고, 소비자 교육을 강화하며, 현재 진행 중인 신경 질환 연구를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경우 고령화의 심화로 현재 60만 명에 이르는 알츠하이머 환자 수가 2030년에는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그런 만큼 어떤 나라보다도 알츠하이머 초기 증상에 대한 교육 및 홍보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는 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보다 낮은 비용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을 위한 더 건강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GE의 약속이 어느 때보다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