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인터넷의 표준화를 이끄는 조셉 살보 (Joseph Salvo) 인터뷰 (1부) – 읽어보기
조셉 살보(Joseph Salvo), 산업인터넷 컨소시엄(Industrial Internet Consortium, IIC)의 디렉터, 창립자. GE글로벌리서치에서 복잡계 엔지니어링 연구소(Complex Systems Engineering Lab)를 운영.
조셉 살보 박사는 산업인터넷 기술의 구루(Guru) 라고 할 수 있는 인물로, 산업인터넷 컨소시엄을 창립하여 이끌고 있다. GE리포트 코리아에서는 한국을 찾은 그를 만나 GE의 산업인터넷과 이 기술이 만들어가는 미래에 대한 견해를 물어보았다.
GE리포트: 산업인터넷 기술이 산업화를 이룬 기존 선진국만이 아니라 개발도상국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보십니까?
서구에서는 소프트웨어에 대해 많은 기술을 축적해왔고 그 기술을 여러 다른 분야로 확장하여 이용해왔습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에서는 소프트웨어가 아닌 물리적인 산업 역량을 키우기 위해 선진국들을 따라가는 단계입니다. 따라서 국가마다 산업인터넷에 대한 입장과 의견이 다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산업 생태계와 환경이 조성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런 환경이 없다면 다른 지역에 비해 기술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죠.
사실 실리콘밸리는 특수한 생태계라고 봐야 합니다. 투자 자본과 지식이 풍부한 양질의 노동력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훌륭한 대학들이 있으니까요. 다른 곳에서 그런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수십 년이 걸릴 겁니다. 마이크로칩이며 메모리 시스템, 컴퓨팅 장치 등부터 다시 만들어야 하니까요. 이런 기반이 없다면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최근 몇 년 동안 아시아 지역을 여행하며 관찰한 결과, 소프트웨어 개발 부문에서 막대한 발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시작된 매우 독특하고 창의적인 기술이 국경을 넘어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죠.
예를 들어, 제가 쓰고 있는 휴대전화에 있는 소셜 미디어 어플리케이션은 중국에서 개발한 것입니다. 이 앱을 통하면 아시아에 있는 수많은 제 친구들과 계속 연락할 수 있고 또 매일 제 중국어도 연습할 수 있어요. 데이터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또 산업인터넷이 확립되고 관련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이런 새로운 기업들이 점점 더 많이 생겨나고 더 큰 창의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크라우드 소싱과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은 수백 수천만의 사람들이 산업인터넷에 가까이 갈 수 있는 도구가 되어줄 것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관련 기술에 접근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아무 장벽 없이 산업인터넷 기술에 개입할 수 있어요. 그것도 물리적인 위치에 상관없이 말입니다.
GE리포트: 그렇다면 이런 변화는 단순한 기술적 변화가 아니라 일종의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산업인터넷을 향한 변화가 소규모의 전환이 아닌 이유는 무엇입니까?
산업인터넷은 제조 공정 전체를 바꾸는 패러다임 전환으로 작용할 것이라 믿습니다. 헨리 포드가 고안했던 조립 라인 방식은 자동차 제조 분야에 매우 효율적인 방법론이 되었습니다. 복잡한 기계 시스템을 만드는 방식에서 혁명을 일으켰던 것입니다. 또한 이는 조립 라인의 변화였을 뿐 아니라, 복잡한 기계를 단순 부품과 단순 작업으로 분해하자는 아이디어였습니다. 평균적인 사람이라면 단시간에 숙달할 수 있는 단순 작업 말이죠.
그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 제조 분야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헨리 포드가 어렸을 때 함께 자란 농부들이 그의 공장에 들어와 일하면서 매우 복잡하게 발달된 기계 부품을 조립하게 된 것입니다. 또한 그들은 그런 작업 방식 덕분에 자동차의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스스로 그 자동차를 구입했죠.
산업인터넷과 관련 기술은 제조 방식의 혁신, 크라우드 소싱, 혁신적인 협업 플랫폼 등을 의미합니다. 이는 새로운 창조를 위한 도구가 되어, 전세계의 더 많은 사람들이 산업인터넷 기술과 관련된 일을 하도록 만들 것입니다.
GE리포트: GE의 솔루션 프레딕스는 산업인터넷 기술 표준화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요?
기술 표준화라는 개념을 좀 더 생각해 볼까요? IIC에서는 개별 표준을 정의하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 대신 막대한 시장을 창출하고 단시간에 산업인터넷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요. 따라서 우리가 표준 구조를 공개한다 해도 그것이 유일한 표준은 아닙니다. 이 표준을 접한 사람들이 스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이디어를 얻기 바랍니다. 어떤 것이 표준이 될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은 시장입니다.
프레딕스 플랫폼과 솔루션은 산업인터넷으로 확장된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데에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프레딕스를 이용하면 사람들은 다양한 어플리케이션과 솔루션을 이전보다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죠. 또한 과거에는 구축하기 어려웠던 구조와 시스템을 구축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될 겁니다.
GE리포트: 산업인터넷의 도입으로 여러 시스템에서 자동화가 더 진행되면 사람들의 작업 환경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이라 보십니까? 미래에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까요?
이런 주제는 사회에 중요한 기술적 변화가 있을 때면 늘 제기되어 왔습니다. 봉건 시대에는 노동력이 조직되는 방식이 오늘날과는 매우 달랐습니다. 여러 해 동안 경력을 쌓아 숙련된 장인들의 길드(Guild)가 있었고, 어떤 기술에 통달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장인들이 만들어낸 제품들은 가격이 극히 높아서, 정말 소수의 사람들만이 그 제품들을 구입할 여유가 있었죠. 그래서 그 시대에는 신발이며 수레 등 여러 가지 물건들이 늘 부족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제품들을 구입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대량 생산이 도입되었을 때, 산업화 과정에서 이는 자원의 민주화(The democratization of the resource)와 연계되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고, 모든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그 혜택을 입을 수 있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산업인터넷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앞으로 또 다른 민주화의 물결을 보게 될 것입니다. 분명 바뀌거나 사라질 직업도 있습니다만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일자리가 훨씬 더 많이 생겨날 것이라고 믿습니다.
제 경험으로 보건대, 사람들은 지식이나 도구, 정보 등에 접근할 수 있게 될 때 그 시스템이 공정하다고 느끼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창의성을 발휘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본인과 가족을 위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냅니다.
이런 현상은 미국에서 여러 세대 동안 나타났습니다. 오늘날에는 세계 곳곳에서도 이런 현상을 찾아볼 수 있죠. 어디에서나 새로운 발명과 창업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발명과 호기심은 인간의 기본적인 특징이니까요.
산업인터넷 혁명으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의 “인간다움”을 강화해 나가고 “기계 같음”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봅니다. 1800년대 말, 1900년대 초의 방직 산업 환경을 회상해 보세요. 그 시절, 자기 아이들이 그런 환경의 공장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부모는 거의 없지 않았을까요? 따라서 우리는 우리가 처한 상황을 계속 발전시켜, 사람들이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하고, 창의적이며 호기심을 유지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GE리포트: 그러기 위해 사람들에겐 뭔가 다른 종류의 도구가 필요할까요?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겠죠. 산업인터넷이 제공하는 정보와 생산 역량은 종류가 무척 많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산업인터넷으로 인해 발생하는 막대한 양의 정보와 데이터 덕분에 모든 종류의 지식 서비스가 가능해지겠죠.
제가 그 모든 직업을 정확하게 예상할 수는 없지만 저는 실리콘 밸리부터 인도, 중국, 유럽에서 가장 수준 높은 창의력을 지닌 인재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소비자 인터넷의 데이터만으로도 이미 기존의 직업 경계를 허무는 창의적인 일자리가 많이 생겨났습니다. 산업인터넷과 함께 이제 사람들은 지속 가능하며 더 나은 삶을 추구하게 될 것입니다. 함께 협업하여 표준 기술이나 표준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GE만 해도 이미 산업인터넷을적용하여 제품을 만들고 있지 않습니까.
GE리포트: 산업인터넷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조 살보 박사님이 직면한 가장 어려운 과제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또한,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자문을 구한다면 어떤 사람을 선택하고 싶습니까?
제가 하는 일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일하고 있기 때문에 저만 업무를 마치고 “저는 자러 가야겠어요”라고 말하기가 참 어렵죠. 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서로 다른 많은 사람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이런저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협업하는 것 말입니다. 그래서 하루가 끝날 때가 되어도 두뇌를 정지시키고 쉬기가 쉽지 않아요.
세계 어디를 가나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에 오기 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를 들렀는데 이제 다시 중국으로 가야 하죠. 산업인터넷 기술을 현실로 만드는 과정에서 어디에서나 사람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의 집중된 관심을 보여줍니다. 기술자들뿐 아니라 정부, 산업, 대학, 사회 단체, 법조 단체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다 마찬가지입니다. 사회 모든 분야가 그렇죠.
이 뛰어난 두뇌들이 함께 모여, 우리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정말 어려운 과제죠.
현재 IIC에는 150여 명의 회원이 협업하고 있고 내년이면 수백 명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죠. 수백 개의 기관, 수천 명의 사람들을 대변하고 반영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숫자의 두뇌가 필요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도움을 구한다면… 몇 년 전에 돌아가신 저희 부모님을 만나고 싶습니다. 네트워크를 구축할 때면 언제나, 내가 가치 있고 도덕적으로 올바르다고 믿고 있는 것의 영향이 기술을 통해 드러납니다. 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확신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부모님을 만난다면 제가 어떻게 그 방향을 찾아야 하는지에 대해 그분들의 의견을 구하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