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하고 1년도 채 안된 시점에 앱스토어(App Store)를 론칭했다. 그 결과 아이폰 사용자가 자신의 니즈에 맞는 앱을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아이폰의 활용도는 점점 증가했다. 앱 스토어 등장으로 소비재 시장은 되돌릴 수 없는 변혁의 길로 접어들었다.
2015년 9월 말, 산업계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GE의 연례 콘퍼런스 마인드+머신 2015가 열린 것이다. 이 자리에는 제조업, 발전, 항공 등 각 산업의 리더와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 약 1,500여 명이 모여 산업인터넷의 지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GE는 이 콘퍼런스를 통해 소프트웨어, 인터넷에 연결된 기계, 고도의 분석 기술을 융합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또한 GE는 디지털 산업기업으로 변모를 선언하고 차세대 산업시대를 선도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마인드+머신 2015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위한 사이트 공개다. 개발자들은 이제 predix.io 사이트에서 프레딕스 플랫폼에서 운용되는 다양한 산업용 앱(어플리케이션)의 개발 도구를 확인할 수 있다. 클라우드 기반의 프레딕스는 실시간으로 각종 기계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가져와 분석하여 운영자를 의사결정을 위한 통찰로 바꿔 놓는다. 수준 높은 분석 기술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결과이다. 운영자는 이런 통찰을 바탕으로 기업 자원을 최적화하여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발전, 항공, 헬스케어, 조선해양 등 전통적인 분야에서 활동하는 기업이 니즈에 적합한 산업용 앱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산업이 다시 주인공이 되는 시대로
GE가 제안하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통해 기업 자산이 운영되는 현장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 실시간 데이터와 예측 분석 기술과 고객의 니즈에 기반해서 말이다. 아래 동영상에서는 프레딕스가 어떻게 동작하는지 보여준다.
기업이 기계와 자산에 센서를 부착하여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하면 데이터가 클라우드로 전달되어 고도의 분석 도구로 분석된다. 이 데이터는 기업에게 다시 가치 있는 정보와 통찰을 제공한다. 단순한 과정 같지만 이를 실행으로 옮기는 것은 결코 만만한 과제가 아니다.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은 전통적인 산업 기업에게는 매우 도전적인 과제다. 설령 소프트웨어 개발을 무사히 완료했다 해도 소프트웨어를 계속 시의 적절하게 업데이트해야 하며 새로운 버전의 소프트웨어 배포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즉, 사업의 본질에서 벗어난 부분까지 기업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산업 기업에는 스마트한 엔지니어들이 많지만 아직 산업인터넷에 익숙한 개발자들은 찾기 쉽지 않다. 엔지니어들의 분야에 따라 가진 스킬셋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스스로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솔루션을 처음부터 끝까지 내부에서 개발하기 보다 최적의 메이크 바이(Make-Buy) 전략을 구사하는 편이 낫다. GE의 프레딕스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모듈 카탈로그에서 원하는 솔루션과 서비스를 찾고 저마다 구체적인 상황에 맞추어 커스터마이즈 한다면 산업 기업의 고민은 한 층 가벼워질 것이다. 기업은 서비스/솔루션 개발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클라우드 플랫폼인 프레딕스가 처리해준다. 기업이 특정 분야에서 축적해온 전문 지식과 GE의 산업인터넷 앱을 결합하면 최고의 성과를 가장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다.
GE는 이미 여러 분야에서 프레딕스 클라우드 기술 산업용 앱을 사용하고 있다. 발전 분야에서는 “버추얼배터리(Virtual Battery)”라는 앱을 사용하여 발전기가 주파수 변동의 10%까지 축적 한다. 그 결과 송배전 시스템에 전력을 제공할 수 있어 발전 사업자는 추가 배출을 기대할 수 있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방법론으로 풍력발전단지 운영을 최적화하여 발전량을 20%이상 향상시켰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생각하는 공장’ 기술을 적용하여 고객사의 가동 정지 시간을 10~20%나 줄였다. 이 기술은 GE 내부에서 사용하고 있지만 P&G같은 외부 기업에서도 이미 사용 중이다.
물론 predix.io는 아직 베타 단계이고 앞으로 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하지만 소비자 시장은 세계적으로 점점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고 이제 자연스럽게 다시 산업이 주인공인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다.
주인공이 되기 위해 준비할 것은?
새로운 산업인터넷 시대를 앞서 나가기 위해 기업은 어떤 능력을 갖추어야 할까? 기업에게는 무엇이 필요할까? 미래를 위해 기업은 다음 세 가지 능력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첫 번째, 모델링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GE 프레딕스는 첨단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다양한 조건에서 산업 현장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시뮬레이션하여 얻은 통찰을 기반으로 산업 현장의 효율 개선가능성을 예측한다. 기업은 이런 가상 모델링을 통해 물리적 자산에 맞닥트릴 위험이 현실화되지 않게 하고 잠재적인 결과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기업은 가치 사슬의 모든 단계에 존재하는 자산을 모델링하거나 사업에 필요한 다양한 자원을 모델링할 수 있어야 한다. 중요한 점은 모델링이 더 상세할수록 최적화 수준이 높아진다는 사실이며 그럴 경우 재무적인 이익도 증대된다는 사실이다.
모델링 대상이 되는 산업 자산이 이미 산업인터넷 서비스를 기반으로 제작된 것이라면 상세한 모델링이 용이할 것이다. 그러나 산업인터넷을 염두에 두지 않은 기계들은 모델링이 보다 어렵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좋은 방법 중 하나가 표준화이다. 석유와 가스 산업에서는 표준화 트렌드가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모든 산업에서 현실적으로 구현되기는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면 조금 느슨하게 모델링을 하더라도 모델링 결과 실현할 수 있는 재무적 이익을 먼저 실증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결과는 실제로 경험해야 알 수 있다. 프레딕스가 물리 세계에서 성공적이라 말할 수 있기 위해서는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거둔 성과로 입증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네트워크화 기술이다. 산업 자산들을 어떤 방식으로 인터넷에 연결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제작된 지 10년이 넘은 산업 자산은 네트워크 연결을 염두에 두지 않고 제조되었다. 이런 자산을 어떻게 네트워크로 연결할까? 철도 산업을 보자. 자동 운전 기관차가 존재할 정도로 이미 디지털화가 진행 중이지만 철도망 전체 수준에서 디지털 기술로 최적화하기는 쉽지 않다. 철도망에서 중요 노드를 네트워크화하는 것부터 만만치 않다. 이 모든 활동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렇다고 오래 전 출시된 제품들을 방치해 둘 수는 없다. 디지털의 수용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지 고민해야 한다. 이런 문제에 대비해 GE는 향후 “프레딕스 레디(Predix ready)”를 염두에 두고 모든 제품을 개발하고 출시할 것이다.
세 번째로는 보안이다. 사이버 보안은 산업 분야뿐 아니라 우리 삶 전반에서 중요해졌다. GE는 월드테크를 인수하면서 파이어월 기술을 프레딕스의 핵심 서비스로 포지셔닝했다. 최근 EU가 세이프 하버(Safe Harbor)를 무효화함에 따라 현지에 데이터센터를 세우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 따라서 데이터를 현지화하여 저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어도 사업의 초기 단계에서라도 말이다.
산업인터넷을 위한 네트워크는 정교하고 보안이 철저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구축하는 일에는 시간과 노력이 수반된다. 현재 디지털 트윈 모델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엔지니어가 사이트에 직접 가서 고객과 함께 모델을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한다. 최근 고객사들은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700여 대의 보잉 737 항공기 운영을 최적화하기 위해 GE와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GE는 이미 차세대 사업도 준비 중이다. 궁극적으로 모든 것은 재무 측면과 연결되며 결과적으로새로운 사업 모델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현재로는 어떤 사업 모델이 될지 명확하지 않지만 모델링, 기계 학습, 클라우드, 데이터 분석기술이 결합된 모습일 것임은 틀림없다.
포인트는 산업의 생산성 향상이다
업계에서는 생산성 향상이 가장 큰 과제이다. 하지만 최근 5년간은 생산성 향상의 폭이 그리 크지 않았다. 전세계 산업 생산성 향상은 1% 수준으로 하락했다. 1990년대부터 2010년까지 연간 4%의 향상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아주 큰 차이다. GE의 경우 공급망에서 생산성을 1% 향상시키면 약 5천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한다. 세계적으로 산업 생산성이 1% 향상된다면 향후 15년간 글로벌 GDP는 10조~15조 달러나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GE는 물리 세계와 디지털 세계의 융합을 선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이다. GE가 산업인터넷 기술로 스스로 효과를 증명했던 것처럼 기업이 오랜 시간 축적한 산업 지식과 전문 기술을 고객과 공유하게 되면 생산성은 더욱 향상될 것이다. GE의 산업 지식과 전문 기술을 촉매로 활용한다면 실시간으로 통찰과 결과를 도출해낼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다. 결국 이런 활동이 모여 2,250억 달러 이상의 산업 앱 경제의 등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가치 제안은 명확하다
GE가 디지털 산업 기업으로 변모하려는 시도는 아직 초기 단계 진행 중이다. 그러나 GE는 소프트웨어와 솔루션 포트폴리오로 5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60억 달러 규모의 주문을 추가로 수주한 상태이다.. GE는 내년이면 2만 명의 개발자가 프레딕스 플랫폼에서 앱을 개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20년이면 매년 150억 달러 규모의 비즈니스가 구축될 예정이다. 이 모든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머지 않아 GE는 산업 앱 혁명의 중심에 서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