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발전이 친환경 에너지라는 사실은 이제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태양광은 날씨와 계절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람의 힘으로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햇빛을 더 강하게 만들 수는 없다. 보다 더 효율적인 태양광발전소를 만들고 싶었던 GE의 엔지니어 팀은 ‘인버터(Inverter)’에 대한 기술혁신을 선택했다. GE가 개발한 새로운 인버터는 겉으로 보기엔 작은 오두막만 한 크기의 회색 플라스틱 상자처럼 생겼지만 그 속엔 막강한 능력이 숨겨져 있다.
GE파워컨버전 엔지니어링 총괄 책임자인 블라트코 블라트코비치(Vlatko Vlatkovic)는 인버터에 대한 기술혁신을 착수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인버터는 PV(태양광)패널에서 발생하는 직류를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교류로 바꾸어줍니다. 인버터 시스템이 태양광발전소 자본 비용에서 20%가량이나 차지합니다. 이를 효율적으로 바꿔서 얻는 효과는 막대하겠지요.”
인버터로 얻어낸 경쟁력
GE는 새로운 전력반도체를 이용하여 인버터의 출력을 50%나 향상시켰다. 대응 가능한 전압을 업계 표준보다 1.5배(즉 1,000볼트에서 1,500볼트)로 더 끌어올린 것이다. 덕분에 태양광발전소 인버터로는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성을 자랑하게 되었다. 이 인버터는 태양광발전 장치가 만들어내는 전력을 4MW(메가와트)나 처리할 수 있다(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제품은 보통 1MW 수준). 즉, 태양광발전소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4대의 인버터를 하나로 대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0MW 규모의 발전소라면 600만 달러(약 7억2천만 원)에 가까운 설비 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블라트코비치는 “새로운 설계 덕분에 기존 송전선으로 더 많은 전력 송출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규모의 경제’도 얻게 됩니다. 발전소를 소유한 기업은 이제 발전소 인프라를 위해 예전처럼 많은 팬, 필터, 콘크리트 블록 등의 요소를 준비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발전소의 설계구조를 간단하게 바꿀 수 있으니까요”라고 말한다.
미국의 전력회사 넥스트에라 에너지 리소스(NextEra Energy Resources)는, 자사가 보유한 미국 전역의 태양광발전소에서 GE가 제작한 인버터를 채택한다고 발표했다. 넥스트에라의 CEO 알만도 피멘텔(Armando Pimentel)은 이 결정에 대해 이렇게 밝힌다. “우리는 믿을만할 뿐만 아니라 원가 경쟁력과 생산성 모두를 향상시키는 기술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GE의 인버터를 선택했죠.”
태양광발전의 미래는 밝아 보인다. 업계에서도 전 세계 태양광발전 장치의 출력이 향후 3년간 200GW(기가와트) 이상 늘어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북미에서만도 11GW나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참고로 현재 전세계 438개 원자력발전소의 순 발전용량은 379GW이다).
사실, 애초에 블라트코비치의 연구팀이 개발한 인버터는 지금은 GE의 일부가 된 알스톰(Alstom)의 해상 풍력발전용 인버터였다. 연구팀은 새로운 인버터가 태양광발전에도 유용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LV5 1500V’라는 이름으로 선보였다.

블라트코 블라트코비치와 그 팀은 태양광 에너지의 미래를 더 빛낼 수 있도록 밤낮으로 제품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탄화규소 칩이 발전 산업의 판도를 바꾼다
이 혁신은 시작에 불과하다. 차세대 인버터에는 강도가 높고 제조가 어려운 탄화규소(SiC) 칩이 장착될 것이다. 블라트코비치는 “탄화규소 칩은 장비의 효율을 1~2% 높여줍니다. 일반적으로 전력 회사가 새로운 가스터빈의 효율을 1~2% 향상하기 위해 지출하는 돈은 수십억 달러에 육박합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탄화규소 칩의 효과는 막대한 것이죠.”라고 전한다. (GE가 제작한 1MW의 소형 탄화규소 칩 인버터는 이미 독일에서 가동되고 있다.)
탄화규소 칩은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하다는 소재 다이아몬드와 모든 컴퓨터와 스마트폰 속에 내장되는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의 특성을 모두 지니고 있다. 물론 탄화규소 칩을 제조하려면 클린룸에서 300단계에 이르는 개별 공정을 거쳐야 한다. 블라트코비치는 탄화규소 칩에 대해, “처음 인버터 개발을 시작할 당시 탄화규소 칩은 실용 단계에 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말그대로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는’ 단계에 다다랐습니다”라고 설명한다.
블라트코비치는 GE의 탄화규소 칩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10년 전 GE오일앤가스와 GE에너지매니지먼트의 전력전자 설계부문으로 옮기기 전 그는 GE글로벌리서치에서 탄화규소 칩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실험실에서 시작하여 제품화 단계까지, 탄화규소 전력반도체 기술이 성숙해가는 모습을 쭉 지켜봐 온 것이다. 탄화규소 칩은 기관차부터 비행기, 풍력 터빈에 이르는 모든 기계의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이처럼 사업부 사이의 장벽을 넘어 인재, 지식, 기술을 공유하고 활용하려는 노력을 GE는 ‘GE스토어’라고 부른다. GE스토어에서 공유란, 제품이나 사업 간의 다양한 조합으로 나타난다. 가스터빈이 제트엔진의 노하우에서 혜택을 받거나, 의료용 스캐너가 해양에서 기계검사에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기술은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차세대’ 인버터이죠.” 블라트코비치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