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불에서 녹지 않는 눈뭉치, 병 속에 담긴 번개, 이야기를 들어주는 벽. 보통사람들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이런 일들을 토머스 에디슨은 불가능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다만 그는 당대의 기술적인 한계로 이를 실현할 기회를 얻지 못했을 뿐이다. 지난 2월 11일은, 미국 발명가의 날(National Inventors’ Day)이며 GE창립자 에디슨의 생일이다. 이날에 맞추어 GE는 이 모든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이야기들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상을 공개했다.
제프리 설리번(Jeffrey Sullivan)은 GE글로벌리서치 유전체 연구실의 책임자이다. 즉, 그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 수많은 물질”을 연구하고 있다. 작년 가을 인공 번개를 만들어 병에 담고 이 에너지로 자동차의 시동을 거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GE리포트는 이 실험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싶어서 그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GE리포트: 당신의 연구실에서는 어떤 연구를 진행합니까?
제프리 설리번: 항공 엔진, 터빈, 의료 영상 진단 기기, 전력망(Grid) 외 다양한 기술에 사용되는 모든 종류의 절연체를 연구합니다.
그런 연구가 병에 번개를 담는 일에 어떻게 도움이 됐나요?
이번 도전은 정말 독특했습니다. 지금까지 아무도 시도한 적이 없었죠. 하지만 GE만의 지식 공유 체계인 ‘GE스토어’ 덕분에 빠른 속도로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맨 처음 한 일은 무엇입니까?
일단은 팀을 구성했습니다. 고압 연구소와 전력변환 연구실에서 연구원을 5명 정도 모았고, 번개 전문가도 한 명 초빙했습니다.
번개 전문가라는 직업이 실제로 있습니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놀랄 것 같은데, 실존합니다. GE가 만드는 제트엔진부터 풍력 터빈, 전력망 등의 제품은 번개를 맞고도 견딜 수 있어야 하니까요. 우리는 이번 프로젝트를 세 가지 과정으로 나눴습니다. 우선 번개를 만드는 것, 다음으로 번개를 병에 담는 것, 그리고 이 도전이 성공했음을 증명하기 위해 그 에너지로 자동차에 시동을 거는 것이지요.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이었습니까?
의외로 번개 생성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매사추세츠 주 피츠필드(Pittsfield) 시에 있는 특수연구실까지 가야 했는데, 그곳의 전력 공급한도가 얼마인지도 몰랐으니까요. 또한 인공 번개는 자연 발생적인 번개와는 다르다는 점도 변수였습니다.
어떤 점이 다른 것이죠?
사실 번개는 여러 요소로 구성됩니다. 번개가 제일 처음에 번쩍하고 빛날때, 사실 보기만큼 에너지가 많지 않습니다. 에너지는 첫 번째 충격 이후에 도착하죠. 자연에서는 이 모든 일이 거의 동시에 일어나지만, 연구실에서는 이런 요소가 분리되기 쉽습니다. 그렇기에 기술적으로 번개를 만들어야 했죠. 우리는 자연번개와 인공번개의 이점을 모두 살린 하이브리드 번개를 만들었습니다. 장치 내부에 공간을 띄워 고압의 섬광을 흡수한 후 전압을 낮춰 훨씬 높은 전류와 에너지를 모으도록 했습니다. 최소한의 요소만 갖춘 단순한 번개를 만들어낸 셈이죠.
“최소한의 요소만 갖춘 단순한 번개”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연구실에 있는 펄스 발생기는 최대 240만 볼트까지 견딜 수 있습니다. 이번 실험에서는 약 100만 볼트 정도에 근접한 것 같습니다.
번개를 담는 용기는 어떤 것을 사용했습니까?
연구실에서 직접 만든 것을 썼습니다. 기기 카탈로그에 있는 표준 슈퍼캐퍼시터(Supercapacitor)가 포함돼 있었죠. 이 용기라면 자동차 엔진을 가동시킬 만큼 충분한 에너지를 담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용기를 사용해 제 차인 도요타 ‘캠리(Camry)’와 동료의 혼다 ‘시빅(Civic)’의 엔진에 시동을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캐퍼시터는 에너지를 흡수하는 속도에 제한이 있습니다 캐퍼시터에 에너지를 너무 빠르게 방출시키면, 장치 내 전압이 위험한 수준까지 상승하고 아크 방전을 발생시킵니다. 이런 현상을 섬락(Flashover)이라고 합니다. 이를 막기 위해 번개의 마지막 수전 전극과 콘덴서 사이에 인덕터(Inductor)를 설치했습니다. 덕분에 초기에 피크 속도를 늦춰서 섬락을 발생시키지 않고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었죠. 이 문제를 해결하니 콘덴서에 전류를 담는 일은 아주 수월했습니다.
자동차 엔진에 시동을 걸기에 충분할 만큼의 번개를 확보할 수 있었나요?
우리는 자동차 시동을 거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약 5천 줄(Joules)로 계산했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헤어드라이어를 5초 동안 사용할 만한 에너지면 충분하다는 겁니다. 그러나 제작진이 가져 온 차는 시동 걸기가 더 수월한 소형 2기통 엔진을 탑재한 구형 ‘피아트 500’였어요. 우리는 배터리를 제거하고 배터리 케이블을 용기에 연결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1천 줄 정도로도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