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D프린트된 GEnx-2B 엔진용 브라켓을 손에 든 브랜델(왼쪽)과 마르티넬로(오른쪽). GE항공은 컨셉레이저의 금속 3D프린터로 위의 부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3D프린팅 기술은 그 놀라운 능력 때문에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적층제조(Additive Manufacturing)라고도 불리는 이 기술은 설계자들에게 새로운 미래를 열어줬다. 과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거나, 절대로 불가능했던 특수한 형상을 설계하고 제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3D프린팅은 잠재력이 큰 기술이지만 GE 엔지니어인 피터 마르티넬로(Peter Martinello)는 현실을 냉철하게 분석한다.
“하나의 부품만을 만들기 위해서 적층제조 기술을 사용한다면 최고의 선택입니다. 그러나 동일한 부품을 수천 개씩 양산해야 한다면, 기존 제조업과 상황이 비슷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전체 생산 공정이 이전보다 더 복잡해 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마르티넬로는 이 현실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에 위치한 GE항공의 적층제조기술센터(ATC)의 선임 설계 엔지니어인 마르티넬로는 2016년 LEAP 엔진에 사용되는 연료 노즐(Fuel nozzle)을 금속 3D프린팅 기술로 양산하는 데에 기여했다. 호두 정도의 크기의 매우 복잡한 이 부품은 예전에는 20개의 작은 부품이 결합되어 있었다. 현재 GE는 연료 노즐을 하나의 부품으로 매주 600개씩 3D프린트하고 있다.
마르티넬로와 그의 동료들은 적층제조 기술을 활용한 양산 공정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 올렸다. 10개월에 걸친 프로젝트를 통해 연구진들은 보잉 747 항공기의 GEnx 엔진에 장착되는 대형 부품을 적층제조 기술로 양산하는 새로운 공정을 개발했다. 또 GE 엔지니어들은 신형 금속 3D프린터를 양산 공정에 맞추도록 개선했다.
2016년에 GE가 인수한 컨셉레이저(Concept Laser)의 금속 3D프린터를 활용하여 양산 공정을 설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적층제조기술센터의 수석 엔지니어 대니 브랜델(Danny Brandel)은 “개발 단계에서는 이런 저런 변수를 조정하는 것이 문제가 없지만, 일단 양산 단계로 넘어 가면 모든 변수는 고정되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특히 항공 산업은 안전과 품질을 철저히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미연방항공청 (FAA)의 엄격한 규정도 준수해야 한다.
GE항공은 2018년 여름 미국 알라바마 주 오번(Auburn) 소재의 공장에서 GEnx 엔진을 위한 부품 양산을 시작한다. GE항공의 적층제조 통합생산팀 총괄인 에릭 개틀린(Eric Gatlin)은 아래와 같이 말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한 이유는 지금까지 시도한 적 없는, 여러 건의 최초라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컨셉레이저의 금속 3D프린터를 활용하여 인증 받은 최초의 프로그램이며, 설계부터 생산까지의 10개월 안에 마무리한 첫번째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GE항공의 적층제조기술센터 (Additive Technology Center)
그러나 한때는 이 프로젝트의 실현 여부가 불투명했다.
GE는 LEAP 엔진의 연료 노즐, 카탈리스트(Catalyst) 터보프롭 엔진의 부품 등 복잡한 형상을 가진 부품의 제작에 3D프린팅 기술을 사용했다. 설계자의 상상대로 거의 모든 형상으로 만들어 낼 수 있었고, 여러 부품을 하나의 부품으로 통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탈리스트 터보프롭 엔진에 들어가는 855개의 부품을 단 12개로 줄였다.
또, 검사할 부품의 개수가 줄어들면서 부품의 유지 보수도 쉬워진다. 또한 생산 라인에서는 볼트와 너트의 적정 재고를 유지할 필요가 없어지고, 3D프린팅용 금속 분말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 되기 때문에 공급망도 크게 단순화될 수 있다.
그런데 GEnx 엔진에 장착될 대형 부품 중 하나인 브라켓은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사람 갈비뼈 정도의 크기인 브라켓은 정비할 때 엔진커버를 지지하는 역할을 하는 데, 이처럼 이 단순한 브라켓은 여러 개의 부품을 하나로 통합하는 그런 특징이 없다. 이미 하나의 금속 부품이었고, 이미 하늘을 날고 있는 기존 엔진에도 장착되어 있었다. (GEnx 엔진의 첫 비행은 2010년)
적층제조 기술을 어디에 적용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애디티브 글로벌 경영팀은 이 브라켓의 금속 3D프린팅생산 여부 같은 근본적인 것부터 논의를 시작했다. GE항공의 공급망, 엔지니어링, 엔진생산라인의 기술자들이 2주마다 모여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에릭 개틀린은 이렇게 회상한다.
“처음 이 프로젝트 이야기가 나왔을 때, 우리는 ‘뭔가 이상한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적층제조 기술을 활용하면 부품의 생산 속도가 가속화되고 비용도 절감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최초의 GEnx 엔진은 밀링 가공으로 브라켓을 만들었다. GEnx 엔진 개발 프로그램이 시작될 때에는 큰 금속 블록에서 브라켓을 만들었다. 최종 제품이 완성될 무렵에는 금속 블록의 절반 이상을 깎아냈다. 팀은 이 부품을 3D프린터로 생산하면 폐기물의 90%나 줄일 수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이제는 3D프린터로 인쇄하고 볼트 구멍과 클레비스 핀을 몇 개만 깎아내면 완성된다.
GE는 이 새로운 공정으로 사내에서 부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되어, 공급 비용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팀은 또한 미세하게 설계를 조정하여 브라켓의 무게를 10% 줄였다. 항공분야에서 약간의 무게라도 줄이는 것은 의미가 있다.

오하이오 주 피블스 시험대에 있는 GEnx 엔진
그러나 프로젝트는 아직 절반이 남았었다. 엔지니어 팀은 컨셉레이저의 금속 3D프린터로 부품 양산을 준비하고 있었다. 미국과 독일의 엔지니어들은 매일 오전 7시 30분 전화 회의로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다음 단계를 생각했다. 마르티넬로는 이 과정이 매우 긴밀한 공동작업이었다고 회상한다.
팀은 컨셉레이저의 M2 프린터를 선택했다. 이 프린터는 한 쌍의 레이저를 사용하여, 한 번에 4개의 브라켓을 프린트할 수 있는 중간 크기의 빠른 프린터이다.
팀의 초기 과제 중 하나는 프린터 장비에서 만들어진 브라켓의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다. 먼저 강력한 레이저로 분말을 녹여 소정의 형상을 성형할 때 발생하는 연기를 배출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연기를 처리하지 않으면, 레이저에 의해 만들어진 용융 금속에 그을음이 쌓여 부품의 밀도가 변화될 뿐만 아니라, 안개를 통과한 태양광처럼 레이저가 분산되어 선명도가 떨어지게 된다. 내외부 모두가 고품질인 부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공기의 흐름이 매우 중요하다.
브랜델과 동료들이 3D프린팅 장비를 양산 공정에 사용하기 위해 준비하는 데에 수 개월이 걸렸다. “단순히 하드웨어를 개선하기 보다 실제로 손을 더럽히면서 장비 내부의 구성을 이해하면서 즐겁게 준비했습니다.”라고 브랜델은 말한다. 먼저 장비 내부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센서와 고해상도 카메라를 설치했다. 레이저의 전력과 안전성, 프린팅 챔버의 산소 농도 등의 요소들을 체크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개별 장비의 성능에 초점을 맞추지만, 미래에는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보내 프린터 장비 전체의 매개변수를 모니터링 하고, 잠재적인 문제를 조기 발견할 수 있는 패턴을 발견하고자 합니다. 모든 것을 정량화하고 생산 공정의 변수를 제거하고자 합니다.”라고 마르티넬로는 설명한다.

올해 판보로항공쇼에 선보인 보잉 747-8 항공기 탑재된 GEnx-2B 엔진. 카고로직에어(가운데), 카타르 항공(왼쪽)의 제트기에 탑재된다.
부품을 프린트할 수 있는 재료를 준비하는 것도 어려운 과제였다. 팀은 기존에 사용하던 인코넬 625라는 니켈 기초 합금대신 FAA가 엔진 내부 용도로 기승인한 코발트-크롬 합금으로 브라켓을 프린트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코발트-크롬 합금으로 경제성을 맞추기 위해서는 한 번에 4개의 브라켓을 인쇄해야 했다. 적층제조기술센터의 설계자들은 평균적인 컴퓨터 모니터 크기의 하나의 구조판에 4개의 브라켓을 서로 연결하듯 맞추는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캐틀린은 “보기엔 모든 조각이 맞춰진 상태의 나무 블록 퍼즐 같습니다. 프린트할 때에는 이것이 하나의 부품인지 4개의 부품인지 구분하기가 어렵지만, 구조판에서 떼어내면 따로따로 분리되어 하나의 비행기에 필요한 브리켓을 한 번에 얻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지난 봄 브라켓 양산 준비를 위해 적층제조기술센터와 오번 공장의 엔지니어들은 협업하면서 의견을 교환했다. 프린팅 변수뿐만 아니라 열처리 및 검사 공정 등도 함께 논의했다.
한편 개틀린, 마르티넬로, 브랜델 등은 이미 다음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금속 3D프린팅이 가능한 부품 리스트 100개 이상을 확인했다. 그 중 1/3은 카탈리스트 엔진과 같은 신제품이지만, 나머지는 브라켓 등 기존 부품을 재설계하는 것이다. 이런 프로젝트는 적층제조 분야에서 아주 큰 새로운 시장이다. 예를 들어 LEAP 제트 엔진, 보잉의 신형 광동체 항공기인 777X용 GE9X 엔진, 군사용 프로그램 등 다른 엔진 제품의 비용과 무게를 대폭 줄이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적층제조 기술은 아직까지 새로운 분야이기 때문에, 37세의 마르티텔로는 여전히 현장에서 계속 배우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업무를 시작한지 3년이 지났습니다만, 지금도 금속 3D프린팅 기술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왜 그렇게 하려고 하는지 자문자답하고 있습니다. 공학의 기본적인 원리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적층제조 기술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새로운 도구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기술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설계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를 이해해야 하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