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인! 축구 팬들뿐 아니라 선수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열광의 순간이다. 그래서일까, 골의 여부를 따지는 골라인 판독 문제는 꾸준하게 시빗거리가 되어왔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의 결승전 잉글랜드-서독 경기의 골라인 문제는 유명한 사례다. 연장전 전반 6분 잉글랜드의 제프 허스트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고 골라인 위로 떨어진 것이 골로 인정받아 결국 잉글랜드는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훗날 정밀 분석 결과 이 골은 오심으로 드러났으나, 이미 월드컵은 잉글랜드의 품에 안긴 후였고, 당시 골대의 크로스바는 영국 축구의 성지인 런던 웸블리 구장 로비에 아직까지 걸려 있다. 하지만 역사는 아이러니하게 반복되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전의 잉글랜드-독일전에서 전반 종료 직전, 잉글랜드의 슈팅이 분명 독일 측의 골대 크로스바를 강타하고 골라인 안으로 떨어졌지만 득점으로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결국 잉글랜드는 16강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2,000분의 1초도 놓치지 않는 테크놀로지
2014년 브라질 월드컵부터는 이런 극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없게 되었다. 국제축구연맹 즉 FIFA가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골라인 테크놀로지를 도입한 것이다. 6월 15일 프랑스-온두라스의 경기는 이 새로운 기술의 위력을 생생히 보여주었다. 1:0으로 프랑스가 앞선 상황에서 후반 2분경, 프랑스 공격수 카림 벤제마가 쏜 슛이 골포스트를 맞고 골라인과 평행하게 튕겨져 나왔다. 놀란 골키퍼가 순간 공을 낚아챘으나, 공이 골라인을 통과했는지의 판단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심판은 주저 없이 골을 선언했다. 골라인 테크놀로지와 연결된 스마트워치 덕분이었다. 몇 초 후, 경기장의 관중들과 전 세계 시청자들은 전광판 리플레이 화면을 통해 공이 라인을 넘은 것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골라인 테크놀로지의 원리는 무엇일까? 이 기술의 공식 명칭은 GoalControl-4D로 컴퓨터 비전 기술이다. 초당 30프레임을 기록하는 일반적인 카메라와는 달리, 이 기술은 초당 500프레임의 영상을 기록하는 14대의 고속 카메라가 골라인 영상을 기록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경기장 양쪽 지붕에 각각 7대씩 설치된 카메라는 매 2,000분의 1초마다 공의 위치를 3차원 영상으로 구현한다. 이 덕분에 공의 위치를 밀리미터 단위로 파악할 수 있게 되고, 공이 골라인을 넘었는지를 순간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공이 골라인을 넘으면 심판이 착용한 스마트워치에 알림이 간다.
스포츠에서 산업으로, 테크놀로지의 활용
스포츠에서 정밀함을 자랑했던 이 신기술이 산업 분야에 적용되어 효율성과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월드컵이 열린 브라질은 세계 3위의 생산량을 보유한 철광석 생산 국가다. 생산 철광석 대부분은 수출되는데 이는 브라질 전체 수출량의 15%를 차지한다. 철광석 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광산 내부에서 외부로, 국내에서 국외로의 운송과정이다.

골라인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철광석 컨베이어 벨트에서 광석을 골라낸다.
철광석을 이동시키는 데 컨베이어 벨트가 가장 많이 사용된다. 수 킬로미터를 컨베이어 벨트로 잇는 경우도 있다. 만일 컨베이어 벨트에 외부 이물질로 장애가 발생하거나, 날카로운 철광석 때문에 벨트가 손상된다면 어떻게 될까? 하루에도 수 톤의 철광석을 처리하는 컨베이어 벨트의 손상은 공장 가동의 정지를 의미하며, 엄청난 생산 손실로 이어진다. 컨베이어 벨트의 손상을 감지하는 기술을 개발하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즉, 다운타임을 최소화하여 운영효율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이는 GE의 산업인터넷 기술이 추구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첨단기술의 응용으로 새로운 기술이 등장한다
다른 분야에 쓰이는 기술을 산업 분야에 적용하려면 많은 난관에 부닥칠 수 있다. 특히 극한 환경에서 엄청난 먼지와 싸워야 하는 광산이라면 어려움은 더 커진다. 극한 환경에서 카메라의 측정 능력과 렌즈의 청결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리도 필요하다. 렌즈 자동세척기능이나 자외선, 레이저 카메라 등을 이용하는 방법 등을 비용이 높지만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센서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이러한 기술의 보편화는 이제 시간문제일 뿐이다.
스포츠 이미지 판독 기술뿐만 아니라 속도와 거리를 측정하고, 저장고의 용량을 모니터링하는 기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런 기술은 특히 오일&가스 산업에 적용되면 아주 효과가 클 것이다. 우리가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던 수많은 기술들이 산업의 벽을 넘어 존재하고 있다. 그런 기술들을 끊임없이 발굴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 그것이 지금 GE가 걸어가고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