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기존 미디어에 의존하기보다, 기업의 이야기를 (주로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해 잠재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브랜드 저널리즘, 브랜디드 콘텐츠, 콘텐츠 마케팅 등으로 부른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되는건 코카콜라다. 하지만 이런 소비재 중심이 아닌, 산업 인프라 기술 기업인 GE도 브랜드 저널리즘을 적극적으로 선도하고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다는 건 곧 당신이 GE가 펼쳐가는 브랜드 저널리즘의 일부분을 이미 맛보고 있다는 걸 뜻한다. 단순히 ‘우리 제품이나 기술이 좋아요’라고 읊는 것이 아니라, GE는 독자들이 흥미있을 만한 주제와 내용을 기반으로 구성해 하나의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언론이 기업행사에 접근하는 방식처럼
2015년 7월 8일, GE코리아는 큰 행사를 개최했다. ‘GE 이노베이션 포럼 2015’을 앞두고 GE코리아 디지털커뮤니케이션팀도 어떻게 이 행사를 준비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 행사 전에는 디지털 채널을 활용해 어떻게 더 많은 사람에게 이 행사를 알릴지, 행사 당일에는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행사의 내용을 전달할 지, 행사가 끝나고는 어떻게 행사의 내용을 잘 정리해서 사람들에게 보여줄지.

실시간 영상 중계를 위해 준비하는 모습
이런 일련의 과정은 실제 언론사가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과 많이 닮아 있다. 예를 들어보자. 애플과 구글은 매년 한차례 개발자 행사를 연다. 이 행사는 이 기업들에겐 가장 중요한 행사이며, 그만큼 언론의 관심도 많이 받는다.
미국의 언론사는 이 행사가 열리기 전, 어떤 행사가 열릴지 예고하고, 또 지난해 행사에는 어떤 내용이 발표됐는지 정리해준다. 그리고 올해 행사에 어떤 내용이 나올지 예측한다. 행사가 진행되면, 디지털 미디어를 잘 활용하는 언론사들은 라이브 블로깅을 한다. 직접 현장에서 사진을 찍고, 중요한 내용을 글로 적어서 현장감 있는 리포팅을 하는 것이다. (보통 기업측에서 해당 행사를 실시간으로 중계해주기에 영상중계는 잘 안하는 편이다.) 그리고 행사가 끝나면 주요 임원 인터뷰, 제품 리뷰, 행사 요약 영상 등을 편집해서 글 혹은 영상의 형태로 발행한다.
– The Verge의 애플 개발자 행사 라이브 블로그
– TechCrunch의 구글 개발자 행사 라이브 블로그
Live from Apple’s WWDC 2015! http://t.co/29yivMwjmJ pic.twitter.com/2KQ0TC68qQ
— The Verge (@verge) June 8, 2015
GE도 마찬가지였다.
별도 섹션 구축
행사전에 가장 먼저 준비해야할 건 별도의 섹션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The Verge라는 매체는 2011년 11월 창간 후, 다음해 열린 세계 최대 소비자 가전전시회 CES에 편집국 인원을 총출동시켜 행사를 커버하며 미디어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15에는 별도의 페이지를 만들고 CES와 관련된 내용은 모두 담아냈다. GE코리아도 이번 행사의 주제에 맞게, 별도의 웹사이트를 구축하고 행사와 관련된 모든 콘텐츠를 담을 준비를 했다. 이곳은 콘텐츠 허브 역할하며, 행사의 여러 주제들과 관련된 깊이 있는 글, 라이브 블로깅과 실시간 중계, 그리고 행사에 쓰였던 발표자료들까지 모두 담기로 했다.

GE이노베이션 포럼 2015 특별 페이지
행사를 알리기 위한 여러 노력
많은 직장인들의 경우, 정말 가고 싶은 행사가 있지만, 회사에서 허락을 해주지 않아서, 시간이 없어서, 너무 멀어서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면 행사 내용을 알 길이 없다. 자료집을 구하기도 어렵고, 행사가 끝나고 나오는 언론 보도는 긴 행사의 모든 세션을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하곤 한다. 반대로 기업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행사의 내용을 알았으면 한다. GE코리아 디지털커뮤니케이션팀도 이런 고민에서부터 출발했다. 어떻게 GE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이 행사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좀 더 쉽고 편하게 행사에 참여할 수 있을까? 그래서 할 수 있는 모든 디지털 기술을 도입해보기로 했다. 가지고 있는 모든 디지털 기기에 알맞게 행사를 보여주고 싶었다. 모바일 기기가 편한 사람은 모바일 기기에서, 책상에 앉아 PC를 보는 사람들에겐 PC에서. 그러면서도 추가설치는 최소한으로 해 불편을 줄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영상은 대부분의 디지털 기기에서 재생이 가능하고, 추가설치가 필요 없으며, 많은 사람들이 익숙한 유튜브를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영상을 보기 힘든 환경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라이브 블로깅도 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영상만큼 자세한 내용을 담기는 어렵지만 현장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현장 사진과 짧은 글을 올려주기로 했다. 가장 중요한건 자료였다. 이번 행사는 경제분석과 기술적인 내용을 많이 담고 있어, 행사가 끝나고 자료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래서 행사의 기반이 됐던 퓨처오브워크 보고서부터, 각 연사의 발표자료까지 모든 자료를 올려놓고 공개했다. GE코리아 – ‘GE이노베이션 포럼 2015’ 공식자료집과 ‘The Future of Work in… | Facebook
GE 이노베이션 포럼, D-0
아무리 행사 전에 많은 준비를 하고 리허설을 거치더라도 행사가 진행되면서 예상치 못한, 혹은 예상했던 문제가 발생한다. 문제를 100% 막는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대안을 미리 준비하였다. 만약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이 잘 안될 경우를 대비해 최근 떠오르는 모바일 동영상 생중계 서비스인 페리스코프(Periscope)를 같이 진행했다. 접속자가 증가하여 GE리포트의 라이브 블로깅 페이지가 다운될 것을 대비해 페이스북으로도 소식을 알릴 준비를 해놓았다.

페리스코프를 통해 행사를 보고 있는 모습
다행히 큰 문제 없이 각 채널별로 원할히 행사의 소식을 알릴 수 있었다. 라이브 블로깅의 경우, 아직 익숙하지 않은 한국 사람들을 위해, 모든 발언을 보여주는 대신, 핵심 키워드 위주로 보여줬고 현장감을 느낄 수 있게 사진을 많이 넣었다.

라이브 블로깅 페이지
유튜브 영상을 송출하면서 가장 고려했던 건 바로 오디오다. 어떤 행사를 녹화해서 송출할 때(실시간이든 추후 편집한 영상이든), 가장 어렵고 고민을 많이 해야하는 부분은 오디오다. 이번 행사는 두가지 언어(영어, 한국어)가 사용됐고, 동시통역이 제공됐다. 즉 영어로 발표하면서 한국어 통역이 제공되는 시점과 한국어로 발표되면서 영어 통역이 제공되는 시점 2개가 존재했다. 한가지 오디오를 송출할 경우, 시청자는 한국어와 영어를 번갈아가면서 듣게 되는데, 대부분의 시청자가 한국어 사용자라는 걸 예상했을 때, 행사의 내용을 잘 이해못할 가능성이 존재했다. 그래서 한국어 시청자를 기준으로 한국어의 오디오를 송출했다. 영어로 발표를 할 때는 한국어 통역 오디오를, 한국어로 발표를 할 때는 연사의 육성을 말이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활동을 페이스북을 통해 널리 알렸다. GE코리아 – 여기는 GE 이노베이션포럼 2015가 펼쳐지는 인터컨티넨탈 코엑스 서울 호텔입니다. 이제… | Facebook
주요 임원 인터뷰
기업이 주최하는 큰 행사가 열리면 해당 기업의 높은 위치에 있는 임원이 참석해 발표를 한다. ‘GE 이노베이션 포럼 2015’에도 GE의 여러 임원들이 참석해 발표를 했다. 기업의 방향과 비전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에 이런 경우 보통 언론 인터뷰를 병행한다.
GE코리아 또한 언론인터뷰를 진행했지만, 이와는 별도로 GE리포트 코리아팀이 직접 방한한 GE임원들을 인터뷰했다. 현장감을 살리기 위한 3분 내외의 짧은 영상을 행사장 내에서 촬영했으며, 깊이 있는 컨텐츠를 만들어 내기 위해 차분한 환경에서 각각 1시간 정도 인터뷰를 진행했다. 즉 한 사람당 짧은 인터뷰 하나, 긴 인터뷰 하나씩을 진행한 것이다.
아래는 현장에서 진행한 짧은 인터뷰 4개다.
행사가 끝나고
행사가 끝나고 여느 언론사가 하듯 행사의 내용을 차근차근 정리해 내보내기 시작했다. 행사 내용을 요약한 글과, 사진으로 현장감을 전달하는 글을 발행했다. 인터뷰 영상을 만들기도 했으며, 그 외에도 다양한 영상을 제작중이며, 좀 더 깊이 있는 인터뷰 기사도 다양하게 준비중이다.
이런 큰 행사는 개최하는데 꽤 많은 비용이 든다. 하지만, 회사의 핵심 메시지를 다수 포함하고 있고, 주요 임원들이 방문하기에, 관련해서 많은 콘텐츠를 생산해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GE코리아는 기존 미디어에 의존하는 것을 넘어, 직접 콘텐츠 기획, 기사 작성, 인터뷰, 현장 사진, 영상중계에 이르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았다.
디지털과 혁신을 논하는 행사에 걸맞게 디지털 콘텐츠와 콘텐츠 혁신을 위한 한걸음을 내딛는 계기가 아니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