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GE의 엔지니어들은 축구공 크기의 복잡한 형상을 가진 항공엔진 부품의 시제품 약 30 종류를 제작하고 테스트했다. 최신의 3D 프린팅 기술 덕분에 단 12주만에 거의 완벽한 설계를 얻었다. 전통적인 주조 방식으로 이처럼 여러 종류 부품을 반복하며 설계할 때 몇 년이나 걸리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놀라운 속도다.
GE글로벌리서치, GE항공, GE애디티브 엔지니어가 모인 합동 팀은 바인더 제트(Binder Jet)라고 부르는 기술을 사용했다. 이 기술은 사무실이나 가정에서 사용하는 잉크젯 프린터와 아주 유사하다. 글이나 사진을 표현하기 위해 종이에 잉크를 뿌리는 대신, 바인더 제트 프린터는 복잡한 형상의 부품을 만들기 위해 금속 분말의 평판에 특수한 바인더(또는 접착제)를 반복해서 적층한다.
이 연구는 3D 프린터와 같은 적층조형 기술에 초점을 맞춘 GE의 신 사업 부문인 GE애디티브에서 신제품 라인으로 성과를 보였다. 2017년 12월, GE애디티브는 제품 개발을 시작한 지 단 47일만에서 확장 가능한 3D 바인더 제트 프린터(링크)를 발표했다.
이 바인더 제트 기술은 GE의 기존 레이저 방식의 금속 3D 프린터와 비슷한 면이 있다. 레이저 방식의 금속 3D 프린터는 레이저를 이용해 금속 분말을 녹이면서 적층하는 것인데, 바인더 제트방식은 결합제를 사용하여 금속 분말을 함께 다져 나가는 것이 차이점이다. 마치 제빵사가 계란을 반죽에 섞어 페이스트리가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것과 비슷하다. 바인더 제트 프린터의 또다른 특징은 레이저 방식 프린터보다 최소 10배 빠른 속도로 프린팅 할 수 있고, 게다가 더 큰 부품도 제조할 수 있다는 점이다.

GE애디티브가 47일만에 개발에 성공한 바인더 제트 프린터. 레이저 방식의 프린터에 비해 약 10배 빨리, 더 큰 부품 생산이 가능하다. (사진: Sarah Goehrke / 3DPrint.com)
바인더 제트로 부품을 제조하면 레이저 방식의 금속 3D 프린터에 비해 에너지 소비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GE글로벌리서치 수석 과학자로 바인더 제트 프로젝트 리더인 아룬쿠마르 나타라잔(Arunkumar Natarajan)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바인더 제트 기술은 금속 분말에 고출력 레이저를 쏘는 대신 종이에 잉크를 올려가는 것처럼 바인더 결합제를 쌓아 가는 것입니다. 이 신기술은 빠르고 강력하기 때문에 수십억 달러의 시장 규모를 가진 주조 산업을 와해 시킬 수 있습니다.”
“GE가 보유한 재료와 화학 분야의 고도의 전문 지식을 활용하여 3D프린팅 과정에서 필수적인 특수 바인더를 개발했습니다. 우리는 바인더 제트의 컨셉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다른 적층 제조 기술이나 기존의 제조 기술에 비해 더 빠르게 더 많은 부품을 제조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나타라잔의 설명이다.
그런데 레이저 방식으로 인쇄된 금속 부품과 달리 바인더 제트 방식으로 제조된 금속 부품은 철저한 후처리가 필요하다. 인쇄된 금속 부품은 처음에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태이다. 따라서, 하나의 금속 조각처럼 정확한 형상으로 강하고 내구성 있는 상태로 만들기 위해 산업용 오븐에서 소결 경화 처리가 필요하다.
“GE는 이미 이 바인더 제트 기술로 복잡한 형상의 금속 부품을 프린트하고 테스트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나타라잔의 설명이다.

바인더 제트 프린터로 제작한 LEAP 엔진의 유로(流路)용 부품을 들고 있는 개발진 (사진: GE글로벌리서치)
GE글로벌리서치의 애디티브 플랫폼 리더인 켄 살라스(Ken Salas)와 GE항공의 수석 엔지니어인 레이 마텔(Ray Martell)은 LEAP 엔진에서 사용하는 축구공 크기의 부품을 바인더 제트 기술로 생산하는 첨단 기술 팀을 이끌었다. 두 사람에 따르면 이 기술은 앞으로 더 큰 부품을 프린트 할 수 있다고 한다.
설계 팀이 주조나 기타 전통적인 방법으로 진행한 초기 부품의 개발에는 수 년이 소요되었다. 그러나 바인더 제트 기술을 이용하여 신속하게 설계를 검증하고 프린트한 후 테스트까지 진행한 결과, 내열성, 내구성을 만족시키는 30여 종의 프로토타입 부품 개발을 불과 3개월 만에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이 유로(流路)용 부품은 엄격한 합금 요구 사항과 복잡한 형상 덕에 기존 방식으로는 생산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바인더 제트는 기존 프로세스에 비해 비약적으로 우수한 원가 경쟁력으로 이러한 과제에 부응 할 수 있었습니다.” 마텔의 설명이다.
또 살라스는 “주조 방식으로 30 종에 달하는 다양한 형상의 설계와 제조를 반복 테스트하는 것은 실용적이지 않습니다. 부품을 하나 만들 때 (주조) 비용도 비쌀 뿐만 아니라, 여러 부품을 완성하기까지에는 수 년이나 소요될 것이기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한다.
GE에서 크게 눈에 띄지 않은 작은 연구 프로그램으로 약 1 년 전에 시작한 바인더 제트 프로젝트는 순식간에 커다란 진전을 이루었다. GE는 바인더 제트 기술로 LEAP 엔진 개발에 수천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 할 수 있으며, 주조 업계에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