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E9X는 세계 최대 제트엔진으로 터빈 블레이드와 연료 노즐을 3D프린팅 기술로 제작했다 (이미지: GE항공)
지난 5월초 뉴욕의 웨스트 빌리지 (West Village)에서 개최된 GE의 3D프린팅 써밋 행사장 근처에는 한 대의 자전거가 세워져 있었다. 그런데 이 자전거는 조금 특이하다. 독일의 랄프 홀라이스(Ralf Holleis)가 디자인한 이 자전거(링크)는 장인의 수공예품이 각광 받던 시대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복고풍 돌출부로 장식되어 있다. 하지만 이 자전거를 제조한 방식은 첨단 미래를 보여준다. 티타늄 분말을 레이저로 용융하여 적층하여 만든 이 자전거는 투르드프랑스(Tour de France) 규정의 자전거보다 가볍다. 이 자전거는 3D프린팅 행사를 요약하는 완벽한 설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행사에는 제트엔진 설계자, 자동차 엔지니어, 의사, 로켓 과학자 등 적층제조(Additive Manufacturing)라고 알려진 3D프린팅 기술의 현황과 폭발적인 잠재력을 논의하기 위해 300여명 이상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의 시작에서 싱귤래리티 대학(Singularity University)의 미래학자인 폴 사포(Paul Saffo)는 “예상되는 미래는 항상 늦게 그리고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나타납니다.”라고 말하며 주의를 환기하기도 했다.
3D프린팅은 미래가 아닌 현실
행사장의 발표를 듣고, 전시장을 살펴보면, 3D프린팅이 미래가 아니라 여러 기업들에게는 이미 현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보잉(Boeing)의 적층제조 리더인 킴 스미스 (Kim Smith)는 보잉이 여객기, 군용기, 국제우주정거장에 사용되는 부품 중 약 6만개를 이미 적층제조 방식으로 제작하여 납품하였다고 밝혔다.
또 BMW의 비금속 적층제조 책임자인 도미니크 리에첼(Dominik Rietzel)은 BMW의 고객들은 앱을 사용하여 3D프린팅 방식으로 생산된 부품을 이용하여 맞춤형 자동차를 주문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BMW 그룹은 이미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가 소유했던 1950년대 오리지널 BMW 507용 부품, 신형 롤스로이스 팬텀용 맞춤형 대시 보드 그리고 신형 BMW i8 로드스터용 부품에 이르기까지 연간 140,000개 이상의 부품을 프린팅한다고 소개했다.
3D프린팅 기술 개발의 여정과 현황
GE는 신형 제트 엔진용 초고효율 연료 노즐의 개발에 착수했던 10년 전부터 3D프린팅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하여 GE애디티브(GE Additive)의 제이슨 올리버(Jason Oliver) CEO는 이렇게 설명한다. “당시 엔지니어들은 불가능한 과제를 부여 받았습니다. 엔지니어들은 새로운 설계 도면을 완성했지만, 공급 업체는 그 부품을 제조를 할 수 없었습니다.”
GE항공에서 엔지니어링을 총괄했고, GE애디티브의 전임 CEO였던 모하마드 에티샤미(Mohammad Ehteshami)는 개발 과정에 대해 이렇게 회고한다.
“엔지니어들은 주조 방식으로 연료 노즐을 제작하기 위해 8번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방식을 시도했죠. 당시 3D프린팅 기술의 선구자인 그렉 모리스(Greg Morris)에게 연료 노즐을 프린팅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저는 아직도 완성 부품이 도착한 날을 기억합니다. 저는 흥분했지만 불안하기도 했었습니다. 드디어 솔루션을 찾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 기술이 우리가 수년간 진행해온 방식을 페기 처분할 것이라는 것과 비용 상승 등 재무 측면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적층제조 기술센터(Additive Technology Center) 모습
현재, GE항공은 축구장 3개 크기인 적층제조 기술센터(Additive Technology Center)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는 90대의 3D 프린터가 있고 300여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GE헬스케어는 의료용 스캐너 부품을 3D프린팅으로 테스트 중이며, GE파워는 적층제조 기술을 가스터빈에 적용하고 있다. 또 GE운송도 적층제조 기술을 기관차에 사용하고 있다. 이미 GE는 LEAP 제트엔진 등의 제품에 3D프린팅 기술로 생산된 부품을 25,000개 이상 공급했다. LEAP 제트엔진은 처음부터 3D프린팅 기술로 제조한 연료노즐을 채택했으며, 이미 2천억 달러 이상의 주문을 수주했다.
존 플래너리(John Flannery) GE 회장 겸 CEO는 “GE는 크고 복잡한 기계를 제조하는 거대 제조 기업입니다. 적층제조 기술은 사물을 설계하고 제조하고 공급망을 관리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핵심입니다. GE는 적층제조 기술이 지속적으로 혁신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 기술의 미래를 낙관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3D 프린터로 제트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현장(포스트 보기)
제트엔진부터 보석류까지 프린팅한다 – GE의 적층제조 기술(포스트 보기)

대체하기 위한 환자 맞춤형 임플란트를 제조한다. 이미지: Materialise
GE항공의 최신 제품인 Catalyst 터보프롭 엔진을 설계한 엔지니어는 855개의 부품을 단 12개로 축소하였고, 엔진 부품의 1/3 이상을 3D 프린터로 인쇄했다. 3D프린팅 기술 덕분에 엔진의 무게는 5% 줄었고, 연료 소모도 20% 줄였다.
적층제조 기술은 공급망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기업이 개별적으로 855개의 부품을 수급해야 한다면, 모든 부품의 총 이동거리는 7만킬로미터 이상이 된다. 하지만 이제는 부품은 바로 근처에서 수급할 수 있다.
3D프린팅 부품으로 무장한 혁신적인 ATP 항공엔진(포스트 보기)
또 GE애디티브는 미국 피츠버그와 독일 뮌헨에 고객체험센터(CEC, Customer Experience Center)를 개소하여 3D프린팅 기술의 편리성과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고객체험센터에서 고객은 자사의 비즈니스에 적층제조 기술을 도입하는 최적의 방법과 어떤 분야에 적용하는 것이 좋은 지를 파악할 수 있다. 또 적층제조의 전반적인 운영 체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3D프린팅 기술은 스타트업에게도 기회
대기업이 3D프린팅 기술으로 경쟁 우위를 얻는다면, 스타트업 기업에게 3D프린팅 기술은 절대적인 문제이다. 맥스 하옷(Max Haot) 런처 스페이스(Launcher Space)의 CEO는 “적층제조 기술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라고 말한다.

Launch Space가 개발한 로켓용 엔진 (이미지: launcherspace.com)
런처 스페이스는 300kg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릴 수 있는 로켓 엔진을 개발중인 항공우주 기업으로 로켓 엔진을 적층제조 기술로 만들고 있다. 전통적으로 로켓 엔진은 많은 부품으로 구성되는 복잡한 기계이다. 그러나 맥스 아옷은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하여 로켓을 단 세 개의 부분으로 만들어 테스트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전체 과정은 9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3D프린팅 기술 덕분에 벤처 사업가들이나 벤처 캐피털들은 과거에는 정부와 대기업들만 가능했던 항공우주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게 되었다.
숫자로만 본다면 적층제조 기술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A.T. Kearney의 연구조사(링크) 결과에 의하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3D프린팅 기술로 생산하는 부품의 비중이 1% 미만 수준이지만, 3D프린팅 시장의 가치는 현재의 88억 달러에서 2021년까지 260억 달러로 3배나 커질 것으로 예측한다. 또 다른 리서치 기업 SmartTech Markets은 지난 4년 동안 기업이 3D프린터, 프린팅 소재, 프린팅 소프트웨어, 프린팅 서비스에 133억 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추정했으며, 향후 10년 동안 3D프린팅 솔루션에만 2,800억 달러 이상이 투자 될 것으로 예측한다.
3D 프린팅 인재 육성이 중요하다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하면 설계자는 처음부터 컴퓨터로 부품을 설계하고 제조할 수 있기 때문에, 시험-검증을 반복하는 방식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이러한 자유도는 설계자 입장에서 매우 반길 만 한 것이다.
“적층제조 기술을 활용하여, 개발자들은 백지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상상력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다면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입니다. 아주 작은 구멍이 있는 제품을 설계한다면, 더 빠르고, 저렴하고, 가볍게 만들 수 있죠.” 올리버 CEO의 설명이다.

오번 대학(Auburn University) 재료공학과의 바트 프로록(Bart Prorok) 교수 (이미지: Marcus Kluttz)
10년 전만하더라도 소수의 공대에서만 3D 프린팅을 교육했다. GE항공 Catalyst 엔진용 3D프린팅 부품을 설계한 마시모 지암브라(Massimo Giambra)는 “제가 대학에 다닐 때는 적층제조에 대한 수업은 전혀 없었습니다. 모두가 현장에서 적층제조 기술을 배우는 중이지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제는 교육 분야에서도 3D프린팅 기술을 수용하고 있다. GE애디티브는 미국 앨라배마 주 오번 대학(Auburn University) 등 여러 학교에 3D 프린터를 기증했다. 오번 대학(Auburn University) 재료공학과의 바트 프로록(Bart Prorok) 교수는 “이론은 교실에서 가르칠 순 있지만, 학생들이 직접 실물을 다뤄보고 나서야 진짜로 배우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교육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차세대 엔지니어를 육성하는 적층제조(3D프린팅) 교육 프로그램(포스트 보기)
존 플래너리 GE회장 겸 CEO는 새로운 세대의 인재를 준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GE는 현재 직원 훈련과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한 프로그램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기업은 모바일 환경에서 자란 인재를 원합니다. 그들은 제조 공정에 제약 조건이 있다는 생각 조차 하지 않습니다. 미래의 인재들은 디지털 방식으로 생각합니다.”라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