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2일부터 25일까지 부산 벡스코(Bexco)에서 개최된 ‘2019 국제해양방위사 업전(MADEX)’에서 해군 함정 발전방향과 통합전기추진 솔루션을 엿볼 수 있었다.
눈에 띄는 행사 중에 한국추진공학회(회장 김정수 교수)와 GE 공동으로 ‘함정추진체계의 글로벌 트렌드와 한국 해군의 선택’이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학계, 연구소 및 산업체의 세미나 발표, 토론을 통해 해군 함정 전기추진체계와 관련한 주제를 토의하였다. 이번 행사를 통해 GE의 기술과 글로벌 경험을 공유하고, 미래의 한국 해군 함정에 적합한 추진체계가 어떤 것인지, 해군과 산업계가 준비해야 할 바는 무엇인지 모색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세미나를 통해 공유한 내용을 아래와 같이 간략히 정리해 보았다. 함께 살펴보자.
함정추진체계의 글로벌 트렌드
– 한국추진공학회 수상수중추진부문위원장 오경원 호원대 교수
호위함급 함정의 배수량 규모가 점점 커지고 다양한 첨단 무기 체계가 함정에 탑재되고 있는 바, 함정에서 필요로 하는 전력 소비량 역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비추력이 강한 가스터빈 추진이 기본적으로 추진 체계에 적용되고 있다. 1970년 이후 인도된 461척, 89개 호위함을 분석해 보면, 80% 정도가 가스터빈 엔진을 적용하고 있으며, 4천 톤 이상 호위함은 모두 가스터빈 엔진을 채택하고 있다.
가스터빈 엔진은 체적과 무게가 제한되는 호위함급 함정에 적합한 엔진이다. 임무 정비, 탑재, 승조원 등 다양한 부문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도 가스터빈 적용 규모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항공기와 마찬가지로 함정 역시 저속 운항 시에는 디젤 엔진이 효율적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고속 기동 시에는 가스터빈이 효율적이다.

현재 한국 해군에서 운용하고 있는 엔진 타입은, DDH-I 클래스(광개토대왕급)와 DDH-II(충무공 이순신급)의 경우 저속 항해에서는 디젤 엔진, 고속 항해 시에는 가스 터빈을 사용하는 CODOG(COmbined Diesel Or Gas) 시스템이다. DDG 이지스함(세종대왕급)의 경우, 소요마력이 크기 때문에 COGAG(COmbined Gas And Gas) 체계를 채택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미래에 레이저, 레일건 등 고출력 에너지를 요하는 무기 체계 또는 레이더가 적용되면 함정에서 요하는 전력 소비량은 상당히 증가할 것이다. 함정의 크기 자체는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결국 가스터빈 기반의 발전용 엔진이 지속적으로 탑재 및 운영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현재 해군에서는 가스터빈 1-2대를 주로 추진용으로 탑재하고 있지만, 이지스함의 경우에는 총 7대를(추진용 4대, 발전용 3대) 운용하고 있다. 가스터빈 대수가 달라지면 어떤 차이를 보일까? 예를 들면 추진용 가스터빈 2대를 적용한 경우 생존성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1대의 가스터빈을 잃더라도 요구 속도의 70% 이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1대인 경우보다 운용 효율이 높으며, Cross-Connected 기어박스를 적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점유 공간도 적다. 가스터빈을 1대만 운용하면 얼핏 초기 획득비용 측면에서 절감을 예상할 수 있겠으나, 터빈의 오버홀(overhaul) 정비 시 수평분할 케이싱이 없는 경우 함정의 운용불가 기간이 상당히 길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가스터빈과 디젤 엔진 사이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수명 측면에서 본다면 가스터빈은 관리만 적절하게 잘 되면 함정의 수명과 동일하게 유지될 수 있다. 정비 비용도 가스터빈은 디젤 엔진 대비 연간 1백만 달러의 절감 효과를 보일 수 있으며, 무게도 동일 출력을 가정할 경우 디젤 엔진 대비 약 37% 가볍고 체적도 25% 적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최근 세계 해군의 추세는 호위함급의 경우 CODLOG(COmbined Diesel-eLectric Or Gas) 혹은 CODLAG(COmbined Diesel-eLectric And Gas)와 같이 추진전동기(모터)와 가스터빈을 함께 탑재한 하이브리드 전기추진 형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추진전동기를 기어박스에 장착하는 방식(미 해군 LHD/LHA)과 추진 샤프트에 장착하는 방식(영국 해군 RN Type 23, Type 26)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의 경우 고속 모터를 적용하여 전동기 사이즈가 작으며, 후자의 경우 저속 모터를 적용해 추진전동기 사이즈는 비교적 커지나 매우 우수한 소음 성능을 보여준다는 특징이 있다.
통합전기추진체계(IFEP, Integrated Full Electric Propulsion)는 구축함급에 주로 적용되고 있는데 저속 기동 시에는 디젤 엔진, 고속 기동 시에는 (혹은 전투 상황이 발생해 다량의 전력이 필요한 경우) 가스터빈으로 전력을 생산해 추진하는 방식이다. 현재 미 해군의 DDG-1000 줌왈트급 구축함과 영국 해군의 데어링급 Type-45 구축함 및 퀸 엘리자베스 항공모함도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처럼 해군함정에 점차 높은 에너지밀도가 요구되면서 다양한 전기추진시스템이 언급되고 있다. 미 해군에서도 동일한 크기의 함정이라도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발전 시스템과 추진체계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결국 해군함정의 추진체계 선택 시 핵심은 가용성, 신뢰성, 사용 수명, 그리고 생존성이다. 상선이 아니라 전투함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최근에는 정비유지성, 정비비에 대한 부분도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다. 이를 적절히 반영할 수 있는 적절한 추진체계를 채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 해군함정 추진체계의 현재와 미래
–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한국 해군 함정추진체계의 역사를 살펴보기 전에 우선 세계의 근현대 해군 함정추진 체계의 역사를 먼저 살펴보자. 19세기 말, 거함거포(巨艦巨砲) 시대에는 전함과 함포의 크기가 클수록 유리했다. 당시 연료 체계는 석탄에서 석유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었으며, 대형함에서는 증기터빈 엔진을, 소형함에서는 내연엔진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시기에는 항공모함이 해전에서 중심으로 자리 잡았고, 구축함과 호위함 등이 항모 호위전력으로 자리 잡았다. 당시에는 M타입 보일러 등의 스팀 엔진을 추진체계로 사용했다. 종전 후에는 드디어 대함유도탄이 등장한다. 더불어 함형이 다양해지고, 유도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이지스 시스템이 확대된다. 함정추진체 계도 발달을 거듭하며 현재의 핵추진, 가스터빈 추진, 하이브리드/완전 전기추진까지 진화해 왔다.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한국은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 한국 해군 함정의 역사도 19세기 말 양무호와 광제호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양무호는 본디 민간 상선을 구입해 온 것이었고, 광제호도 군함이라고 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퇴역 함정인 PC-701 백두산함을 들여와 한국전쟁에서 활용했다. 백두산함은 추진체계로 디젤 엔진 두 대를 연결해 사용했다.
구축함 시대를 본격적으로 연 것은 충무함(DD-911)이었다. 2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했던 플레처급 구축함으로, 국내에는 1960년대에 인도해 와 70-80년대 해군의 주력 전투함으로 운용했다. M타입 보일러의 스팀 엔진을 적용했다.
자주국방시대로 접어든 70년대 중반, 국내 조선기업과 설계계약을 맺어 건조해 1981년 드디어 취역한 울산급 호위함(FFK)은 한국형 호위함으로 추진체계는 CODOG를 사용했다. 이는 영국 등 유럽에서 사용하고 있던 표준방식으로, 경제성 면에서 매우 효율적인 방식이었다. 울산함에는 GE LM2500이 탑재되었다.

1990년대 중반 광개토대왕함(DDH-I)이 등장하며 대항해군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광 개토대왕급 구축함의 등장으로 대양에서도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으며, 이때 한국 해군은 처음으로 함대공 미사일 탑재를 시도했다. 역시 CODOG 방식을 채택했으며 GE LM2500를 2대 탑재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충무공 이순신함(DDH-II)이 등장한다. 한국 해군의 주력 함정으로, 현재 같은 급의 최영함이 소말리아 아덴만에 파병되어 작전 중이다. 스탠다드 미사일, 함대방공미사일을 탑재해 대양해군 주력함으로 역할하고 있다. CODOG 방식에 GE LM2500를 탑재하고 있으며, 최대 속력은 30노트 이상까지 가능하다.

2000년대 후반 세종대왕함(DDH-III)이 등장하면서 한국은 세계에서 5번째로 이지스 함을 보유한 국가가 되었다. 세종대왕함은 전 세계 이지스함 중에서도 미사일을 가장 많이 실을 수 있고, 만재배수량도 거의 만 톤에 가깝다. 추진체계는 COGAG를 채택했다. GE LM2500 엔진을 탑재했고, 최대 속력 30노트 이상 구현 가능하다. 물론 비용 면에서 COGAG 시스템이 부담이 될 수 있겠지만, 저속에서 고속 기동으로 전환 시 COGAG는 최적의 선택이다. 작전 시 고속 기동 전환은 매우 중요하다.
2013년 취역한 인천함은 다시 CODOG 체계를 채택하였으나, 2018년 취역한 대구함은 CODLOG 체계를 택했다. 저속에서는 전기를 사용하고 고속 추진 시에는 가스터빈 만 사용하는 방식이다. 흔히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비교하는 CODLOG 시스템의 문제는 저속에서 고속 전환 시 약 5분이나 소요된다는 점이다.
이제 한국 해군은 차세대 구축함(KDDX) 개발에 들어갈 예정이다. 함대의 방공능력을 배가할 수 있는 국산 이지스함을 건조하고자 함이다. 이제 남은 선택은 KDDX에 탑재될 차기 함정추진체계로 CODLAG을 채택할 것이냐, IFEP(Integrated Full Electric Propulsion)를 채택할 것이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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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의 차기구축함 요건에 대한 인터뷰에서 존 M 리처드슨(John M Richardson) 해군참모총장이 이렇게 같이 말한 바 있다.
“함정 전력시스템 용량은 컴퓨터 RAM 용량과 비교할 수 있다. 전력 시스템 용량은 필요 이상으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결코 충분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건조된 선진해군의 구축함은 통합전기추진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시스템 내의 새로운 아키텍처, 통합 전력관리시스템 및 첨단 전기기기 등으로 인해 증가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추진 함정의 임무목표 달성은 장비 단위가 아닌 시스템 통합으로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