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경제에서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 잡은 것이 바로 “제조업 혁신”이라는 말이다. 이는 정보통신 및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따라 그 성과를 제조업 분야의 다양한 가치사슬과 연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3D 프린팅 기술부터 로봇, 첨단 신소재, 생산시스템, 운영기술(OT) 등 분야에서 디지털 기술과 접목하는 광범위한 활동이 포함된다. 한국의 경우 정부와 기업들이 진행하고 있는 제조업 혁신 3.0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제조업 혁신 3.0이 목표로 하는 것이 원활하게 작동되면, 바로 스마트 공장이 현실화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제조 기업에 유연한 생산 라인이 구축되면, 이에 맞추어 공급망은 최적화하고 단축될 수 있다. 또한 제조 공정이 더욱 디지털화되면 센서, 산업용 로봇, 3D 프린터, 기계/설비, 사람 간의 유기적인 데이터 교환을 책임지는 전문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즉, 제조업 혁신 3.0을 지원하면서 제조 산업의 생태계에 부가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이 이 산업을 선도할 수 있게 된다. 서비스 플랫폼(PaaS)을 제공하거나 산업인터넷을 위한 인프라와 데이터 분석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기업인 것이다.
현재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는 선진국이든 개발 도상국이든 가리지 않고 제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주목하고 있다. 각 나라 산업 부문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 나라가 처한 상황에 따라 새로운 제조업을 도입하려는 동기에는 조금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경쟁력의 경쟁력을 부활시키자
선진국은 이 새로운 형태의 제조업이 제조업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하고 있다. 셰일 가스 생산국인 미국과는 달리, 에너지 비용 절감을 기대하기 어려운 다른 서방 선진국들에게 이런 제조업 혁신은 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웃 일본에서도 국가 차원의 움직임 외에 기업 간의 울타리를 넘어 협업 체제를 쌓아 올리려는 대학 및 민간 컨소시엄이 발족되는 등의 변화가 보인다. 독일의 경우 인더스트리 4.0이라는 국가 슬로건을 내걸며, 산-관-학 전략 프로젝트로 2011년부터 제조업 변화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미국에서는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스마트 제조업(Smart Manufacturing)를 강조하며 제조업의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에 임해왔다. 또한 이런 변화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표준화 노력도 활발해지고 있다.
제조업의 프로세스를 네트워크화하여 유연한 제조를 가능하게 만드는, 소위 ‘스마트 공장’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생산 라인의 각 단계와 요소가 연계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방형 규격을 이용한 ‘표준화’라는 과제를 빼놓을 수 없다. 미국에서는 인텔과 IBM, AT&T, 시스코, GE 등의 업체가 협력해 설립한 산업 인터넷 컨소시엄(IIC)이 불과 1년 만에 참가 기업을 5개에서 153개까지 확대하며 표준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신흥 개발도상국가, 본격적으로 ‘세계의 중심’에 뛰어들다
인건비의 상승에 직면한 신흥국에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제조업이 가치 사슬을 강화하는 엔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5월 ‘중국 제조 2025년(Made in China 2025)’이라는 새로운 10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향후 중국은 ‘세계적인 제조 대국’에서 “세계의 제조 강국”으로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로봇 공학·IT·에너지 등 주요 부문에 주력할 것이라 한다. 또한 중국은 2025년까지 제조업으로 얻는 수익의 1.7%까지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를 끌어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제조업 혁신 3.0 역시 다른 나라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통적으로 제조업과 IT 분야에서 강세를 보여온 한국 경제가 어떻게 ‘중진국의 함정’을 벗어나 새로운 제조업 분야의 강국으로 도약할지에 대한 관심이다. 한국 정부는 제조업 혁신 3.0을 실현하기 위하여 4대 추진방향과 13대 세부 추진 과제를 설정하여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스마트 제조업과 스마트 공장의 실현을 위해 민관 공동으로 관련 기술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제조업 변화의 실현을 위하여
제조업의 패러다임 변화는 멈출 수 없는 흐름으로 이미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과제는 아직 산적해 있다. 각국 정책 결정자들은 스마트 제조업의 혈액이라고도 할 수 있는 데이터가 공급망을 통해 물리적 국경을 자유로이 넘나들 수 있도록 안전한 유통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말하자면, TTIP(환대서양 무역 투자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자유로운 데이터 유통에 관한 조항을 통합할 단계가 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EU의 데이터 법규 제정 등이 필요하지만 실현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다.
반면 민간 부문에서는 이 새로운 제조업이 자본 투자와 정책 비용을 모두 넘어설 만큼 충분한 이익을 수반한다는 점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이 대표적인 사례로 GE와 벨렉트릭(Belectric), 코플러 에너지(Kofler Energies) 등이 열병합 발전에서 산업인터넷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으며, 산업인터넷 콘소시움 즉 IIC가 스마트 팩토리와 스마트 그리드 등에 대한 테스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만하다. IIC에서는 회의체도 조직하여, 회원 기업이 산업인터넷 기술 도입 초기 단계에서 모범 사례를 공유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또한 한국 정부가 제조업 혁신 3.0을 통해 지향하는 스마트 공장은 GE의 ‘생각하는 공장(Brilliant Factory)’에서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산업인터넷과 분석기술 그리고 디지털 스레드(Thread)로 운영되는 첨단제조기술을 기반으로 GE는 비용 절감 효과와 효율성 증대로 달성하였고,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여 제조업 패러다임의 변화에서 선진적인 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제조업 혁신이 완성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하지만 그 변화의 물결을 타기 위해서는 지금 시작해야 남보다 뒤처지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