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전자 산업 분야에서 전력관리 칩은 가지고 있는 역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을 받고 있는 기술이다. 전력관리 칩은 데이터 연산 기능이 없고, 대신 기기 내의 전력만 관리한다. 스마트폰, 태블릿, 풍력발전기, MRI장비, 제트엔진 등 수많은 기계와 장비에서 이 작은 칩은 전기의 소모를 줄이고 배터리 수명을 연장시킨다. 이 전력관리 칩의 도움으로 장비 전체가 더 작아지고 가벼워지며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탄화규소 칩 제조의 한계를 넘다
전력관리 칩에서 최선의 재료는 탄화규소(Silicon Carbide) 재질이다. 실리콘을 이용한 일반적인 칩은 섭씨 200도에서 기능에 문제가 생기곤 하지만, 탄화규소로 만든 칩은 그 온도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게다가 탄화규소 칩은 메가와트 규모의 전력도 관리할 수 있고, 고주파수에서도 문제없이 작동된다.
하지만 탄화규소 칩은 지금까지 제조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정식 이름이 금속산화반도체 전계효과 트랜지스터 SiC MOSFET(Metal Oxide Semiconductor Field Effect Transistor)이다)인 탄화규소 칩은 클린룸에서 300단계의 공정을 거쳐야 하며 완성되며, 실리콘, 탄소, 금속산화물간의 복잡한 상호작용 때문에 불량이 일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GE글로벌 리서치의 연구진들은 탄화규소 칩 제조공정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을 개발했다. 새로운 전력관리 칩 제조 공정기술은 전력전자산업의 혁명을 가져올 것이며, 사용자들에게도 크게 이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얼마 전 GE글로벌리서치는 뉴욕 주 올버니(Alabny)에 위치한 전력전자 제조 컨소시엄에 1,000억 원 상당의 관련 기술과 지적재산권을 제공하기로 발표했다. GE, 뉴욕 주, 뉴욕 주립대 나노기술연구소, 그리고 업계의 전문가들이 모인 이 공동연구 컨소시엄은 6인치 웨이퍼 위에 탄화규소 전력 칩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시설(Fab)을 오픈할 것이다.

뉴욕 니스카유나에 위치한 GE 연구소 클린 룸에서 탄화규소 칩을 생산한다.
작은 칩이 해낼 수 있는 일
관련 분야에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전력관리 칩에 대한 이런 이야기는 그저 숫자로만 느껴질 뿐이다. 하지만 전자 산업에 이 전력 칩이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GE글로벌리서치 이사인 다니엘 머펠드(Danielle Merfeld)는 “이 기술이 탄화규소의 적용 분야를 획기적으로 넓힐 것으로 기대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뉴욕에서 이 기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라고 밝혔다.
GE 첨단기술연구소의 에너지변환 수석엔지니어 (chief engineer for energy conversion at the GE lab’s advanced technology office)인 류비사 스테바노빅(Ljubisa Stevanovi)은 “기존의 4인치 웨이퍼에서 6인치 웨이퍼로 생산의 스케일을 높이면, 생산되는 칩의 수는 3배로 늘어나며 제조 비용은 절반 가량 줄어듭니다. 이건 혁명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죠. 기존의 실리콘 칩보다 성능이 우수한 새로운 전력관리 칩이 이제 곧 가격 경쟁력도 갖추게 되는 겁니다. 탄화규소는 실리콘보다 훨씬 단단하여 냉각 시간이 훨씬 빠르며, 에너지를 손실없이 전달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GE는 새로운 공동 생산 시설에서 생산되는 전력관리 칩을 오일앤가스의 가스펌프나 MRI 스캐너 등 GE의 사업영역에서 사용되는 여러 장비들에 적용할 예정이다. 또한 기술사용권을 판매하여 다른 기업에서 전력관리 칩을 사용한 제품들을 만들 수 있게 할 것이다. 전력관리 칩을 이용하면 철도, 자동차, 항공기의 효율이 10%상승하며, 데이터센터에서 에너지 사용량이 5% 감소되고, 풍력 및 태양광 발전 시설의 효율도 1% 이상 개선될 것으로 GE의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또한 이로 인해 기계 및 장비들의 설계와 개념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