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3일. GE와 한전은 빛가람 에너지밸리 내 HVDC(고압직류송전, High Voltage Direct Current) 전력산업 인프라 구축을 위한 협약(MOU)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날 협약식에는 GE는 제프 이멜트(Jeff Immelt) GE 회장과 강성욱 GE코리아 총괄사장 그리고 한전에서는 조환익 사장과 문봉수 전력계통본부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HVDC는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교류전력을 전력변환기를 이용해 고압의 직류전력으로 변환시켜 송전한 후, 수전점에서 교류전력으로 다시 변환하여 공급하는 기술로 초고압 대용량 송전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해 전력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직류중심의 전력시스템은 교류전력에 비해 장거리 송전시 전력손실이 적고, 유도장애가 적은 장점이 있어 전력설비 건설의 경제성과 수용성이 높아 각광받고 있다.
전 세계 HVDC 시장이 현재 약 60억 달러, 2026년 까지 15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최신 기술의 HVDC 기자재를 국산화 할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특히, 전력과 정보를 융합하는 디지털 그리드(Digital Grid)와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인프라 기반을 구축중인 빛가람 에너지밸리를 HVDC 사업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GE는 HVDC 사업협력을 보다 가속화하기 위해 3월 중 빛가람 에너지밸리에 관련 사무실을 개소할 예정이다.
GE코리아 강성욱 사장은 “전력산업의 디지털화는 HVDC, 신재생,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앞으로의 미래 전력분야에 새로운 발전모델을 제시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GE의 에너지 및 전력분야 기술 협력을 바탕으로 국내사와의 지속적인 동반성장 기회를 모색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전 조환익 사장은 “글로벌 기업 GE와 함께 빛가람 에너지밸리에 최초로 공동투자를 통해 전력산업 인프라를 구축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금번 투자가 국내 HVDC 사업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나아가 에너지밸리가 세계적 에너지신산업 허브로 도약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라고 하며, “향후 GE가 한국에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국내기업과 함께 상생발전하고 동반성장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한전은 빛가람 에너지밸리에 HVDC 융합 클러스터를 구축하여 HVDC 관련 국내외 대·중소기업 유치 및 고용 창출 확대 등 에너지밸리 활성화는 물론 우리나라가 세계적 HVDC 분야중심기지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HVDC 기술의 새로운 미래를 견인하는 GE
직류 시스템의 장점이 인정받게 되었다 해도, 모든 교류 시스템을 당장 직류로 변화시키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이미 구축된 수많은 전력 설비를 교체하기 위한 비용과 시간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직류 시스템과 교류 시스템은 함께 공존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여러 측면에서 장점이 많은 직류가 대세라는 점은 확실한 추세이며, 세계 유수의 기업들도 직류 기술 개발에 몰두 중이다.
GE와 알스톰의 통합으로 새롭게 출범한 GE그리드솔루션은 기존의 교류망을 개선하고 다시 건설하는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첨단의 전력전자 기술을 활용하여 교류-직류망을 연결하고, 전력원이 수력이든 화력이든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GE그리드솔루션 기술을 기반으로 지난 1997년 해남-제주간 300메가와트급 제1 HVDC를 구축한 데에 이어 2014년 양방향 전력 송전이 가능한 400메가와트급 제 2 HVDC를 구축했다. 2012년 12월에는 한국전력과 GE그리드솔루션이HVDC 기술 협력을 위한 조인트벤처 KAPES를 설립했고, 핵심기술 이전 사업자로 LS산전을 선정하며 사업에 가속도가 붙었다. KAPES는 이듬해인 2014년 총 사업비 3,180억 원 규모의 충남 북당진-평택 고덕간 HVDC 구축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고, 2018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인도 중부 지역의 전력 사업자 파워그리드(Power Grid Corp)는 발전량의 50%를 인도 전역에 걸쳐 송전하는데, 송전 길이만도 9만 5,329km에 달한다(2012년 7월 기준). 인도의 발전량은 매년 급격히 증가하고 반면, 송전량은 발전량을 감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북부와 남부, 동부 지역의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파워그리드는 GE그리드솔루션과 협업으로 인도 중부의 참파(Champa) 지역에서 1,365km 떨어진 북부의 쿠루쉐트라(Kurukshetra) 지역까지 3,000메가와트를 송전하는, 인도 최초의 800kV 초고압 직류송전 시스템을 구축했다. 인도의 청정 에너지 하이웨이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것이다(일반적으로 송전 거리가 700km를 넘으면 직류 송전이 유리).
전망과 시사점
전력을 생산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소비하는 기업에게도 고압직류송전(HVDC) 기술은 중요하다. 최근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을 활용한 비즈니스가 발달하면서 전세계의 데이터센터에서 처리해야 할 정보량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도 급증하면서 데이터센터의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과제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데이터센터를 위해 HVDC용 서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존에는 전원부에서 교류를 직류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전력이 열에너지로 낭비되었지만, 고압으로 전압을 높여 에너지 효율을 제고한 제품들이 등장해 에너지 소비를 절감하고 있다. 앞으로는 HVDC 시스템이 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컴퓨터나 가전제품부터 산업용 인버터와 향후 대량으로 보급될 전기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우리 일상에는 직류를 이용할 때 더 효율적인 경우가 많다. 태양광, 연료전지, 에너지 저장장치(ESS)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원일 때는 직류가 더 적합하고 효율적이다. 현재의 전력 시스템을 교류 중심에서 직류 중심으로 바꾸고자 하는 노력은 송배전 분야를 넘어 건물과 가정 내부 시스템에까지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앞으로 직류 중심의 전력 시스템이 일반화되면 미래의 전력 분야에는 많은 변화와 새로운 발전 모델이 생겨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