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베스 리플리 박사는 자신에게 병이 생겼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환자를 만났다. 리플리와 방사선과 전문의들이 이 여성의 신장에 종양이 자라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지만 환자는 이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신장 전체를 제거해야 한다는 치료법이 너무 끔찍했기 때문이었다.
리플리가 종양이 있는 신장을 스캔하고 3D 프린터로 출력하여 환자에게 보여주고 나서야 진료가 계속되었다. 환자는 3D 모델을 보고 자신의 상황을 직시할 수 있게 되었고, 외과의사도 깨달은 바가 있었다. 리플리는 “외과의사도 신장 전체를 제거하지 않고도 종양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라고 설명한다.
리플리는 이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미국에서 가장 큰 의료서비스 제공자인 재향군인병원에 적용하고 있다. 그녀는 VA(재향군인) 혁신센터의 3D 프린팅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데,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미네아폴리스, 클리브랜드, 솔트레이크시티 등에 위치한 VA(재향군인) 퓨젯 사운드 병원에 이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재향군인병원은 환자의 치료에 쓰이는 3D 프린팅 기술의 발전을 가속화하기 위해 GE헬스케어와 협력 관계를 맺었다.
적층제조(3D 프린팅) 로 만든 제품들은 의사들이 수술 및 기타 치료법에 접근하는 방식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미국 제조공학회에 따르면, 의료 전문가의 96%는 적층제조 제품을 더 많이 사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의료 전문가들은 이런 적층제조 제품들이 훌륭한 의료 서비스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즉, 환자 개인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의사와 환자 간의 명확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혈관 및 혈관 시스템을 3D 프린팅 한 모델 (이미지: GE 헬스케어)
적층제조 기술의 혁신은 수술실의 범위를 넘어선다. GE헬스케어의 수석 엔지니어인 지미 베컴(Jimmie Beacham)은 앞으로 GE헬스케어 장비 부품 중 70% 정도는 3D 프린팅으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다시 병원 이야기로 돌아오자. 환자가 수술실에 도착하기 몇 주 전 외과의사와 방사선과 전문의들은 모여서 수술의 각 단계를 논의한다. 방사선과 전문의들이 환자의 상태를 외과의사에게 얼마나 잘 설명하는가에 따라 결과가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는 굉장히 중요한 대화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말을 잘한다 할지라도 수 천가지에 달하는 이미지를 300 단어 정도로 요약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말로 설명하기가 어려운 경우, 외과의사가 손으로 직접 만질 수 있는 모델을 쥐어 줄 수도 있습니다. 손과 눈으로 정보를 읽으면 과정을 훨씬 빠르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리플리의 말이다.
환자들이 진단을 위해 의사와 함께 있을 때 의료용 3D 모델은 마치 만능 통역사와 같은 역할을 한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화 하는 것이다. 이는 뇌종양과 같이 복잡하면서도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 처한 환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먼저 뇌를 3D 프린팅하려면, CT 스캔부터 시작해야 한다. 방사선 전문의는 스캔한 자료를 꼼꼼히 살펴보고, 신체의 어떤 부분을 프린트해야 할지를 확정한다. 그리고 편집된 이미지는 STL(Stereolithography)같은 특별한 포맷으로 업로드 된다. 이 포맷은 2차원 이미지의 표면적을 계산하는 것으로 이를 적층하면 3차원 모델이 된다. 마지막으로 의사는 STL 파일을 3D 프린터에 입력하고, 프린터를 플라스틱을 얇게 적층하여 뇌 모델을 출력한다.
리플리와 같은 방사선과 전문의는 일반적으로 현장에서 3D 프린팅 제품을 만든다. 이러한 방식으로 의료 기관은 환자 맞춤형으로 3D 프린팅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3D 프린팅 응용 사례가 인체 기관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버지니아 주 리치몬드에 위치한 한 VA(재향군인) 병원은 뇌손상으로 당구를 치기가 어려웠던 한 퇴역 군인에게 손 떨림을 방지하는 장치를 만들어 주었다. 이처럼, 환자들을 위한 맞춤형 보조 기구를 3D프린터로 제작할 수 있다. 게다가 의사들이 개인적으로 혁신을 위한 다양한 모델들도 제작할 수 있다.
리플리와 3D 프린팅 기술의 지지자들은 이 기술이 의료 분야로 더욱 넓게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이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청(FDA) 및 북미방사선협회와 긴밀히 협력하여 생산 표준 및 모범 사례를 연구하고 있다. 또 3D 프린팅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트레이닝 프로그램도 개발 중이다.
방사선과 전문의가 되기 전 미술사를 전공한 리플리는 3D 프린팅 분야에 적합한 후보 인재는 “의학과 아름다운 디자인에 끌리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자신의 환자들에게 당연히 받아야 할 의료 서비스를 적층제조 의료 기술이 제공해주는 것을 보는 것만큼 아름다운 일은 없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