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업, 모든 조직에서 혁신을 말하고 있다. 경제와 산업뿐만이 아니라 정치와 문화 등에서도 변화와 개혁을 말한다. 혁신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서도 더 이상 낯선 말이 아니다. 이렇게 혁신이란 말이 흔해진 시대지만 정작 그것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모호할 때가 많다. 혁신이 공허한 구호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 혁신의 내용이 선명하고 구체적으로 채워져야 하며 또 혁신의 정도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GE가 2011년부터 실행하고 있는 이노베이션 바로미터는 변화를 원하는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노베이션 바로미터’라는 이름 그대로 혁신의 현황과 미래에 대한 기준을 세워, 여러 나라의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GE가 주최하여 진행되는 리서치다. 2014년의 경우 4월 14일에서 5월 30일까지 세계 26개국 3200명의 기업인을 대상으로 리서치가 진행됐는데, 이들은 모두 각 기업에서 혁신 업무와 관련된 중역들이었다.
GE의 이노베이션 바로미터가 다른 리서치나 컨설팅과 다른 이유는, 리서치 내부에 이미 GE,가 생각하는 혁신의 방향과 그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노베이션 바로미터는 혁신과 관련된 세계 비즈니스의 동향과 현실을 알 수 있는 척도가 되어주면서, 동시에 그 자체로 세계를 움직이는 패러다임 전환의 내용을 제시한다.
이노베이션 바로미터 2014는 특히 업무의 유연성과 협업, 퓨처 오브 워크의 현황을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제 그 결과를 살펴보며, 향후 경제와 산업을 바꿀 혁신의 방향을 예측해 보도록 한다. (GE 이노베이션 바로미터 2014에 참여한 나라는 알제리, 호주, 브라질, 캐나다, 중국, 독일, 인도, 인도네시아, 이스라엘, 이탈리아, 일본, 케냐, 말레이시아, 멕시코, 나이지리아, 폴란드, 러시아, 사우디 아라비아, 싱가포르, 남아프리카 공화국, 한국, 스웨덴, 터키, 아랍에미리트연합, 영국, 미국 등이다.)
1. 영역 파괴에 대비하라
기업들은 혁신을 위해서는 창의적 행동을 장려하며,
내부 업무 과정에서 영역을 파괴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노베이션 바로미터 리서치에 응답한 기업인들의 2/3가 창의적 행동과 혁신을 위해 내부 업무 과정에서 영역을 파괴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난 해 이와 비슷한 항목에서 경쟁과 변화에 대한 염려를 보여주는 결과가 나왔던 것과 비교할 때, 이제 혁신의 요구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임을 알 수 있다. 올해는 많은 응답자들이, 비록 완벽한 비즈니스 모델이 아직 나와 있지 않다 해도 혁신의 트렌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답을 내놓았다. 기존 영역 구분을 넘어서기 위해 새로운 인력과 기술, 파트너를 찾겠다는 데에서도 긍정적이었다. 또한 협업이 주류로 자리잡았으며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2. 데이터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라
“데이터를 싫어하십니까? 그렇다면 미래를 싫어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일자리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동등하게 숙련된 인력을 요구합니다.”
– 베스 컴스탁(Beth Comstock), GE 최고마케팅책임자
이노베이션 바로미터 2014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사항으로 빅데이터 기술의 중요성을 꼽을 만하다. 빅데이터는 혁신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70%의 기업 혁신 책임자들은 빅데이터 기술이 향후 비즈니스의 효율성을 최적화하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아직까지 이 기술에 대해 의구심이나 불안을 보이는 기업인들도 있지만, 이미 빅데이터 기술을 채택한 기업에서는 이것이 혁신 과정에서도 부가적인 가치를 발취하고 있다고 증언한다. 또한 산업 인터넷 기술에 대해서는 많은 응답자들이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 기술이 앞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데에는 동의하며, 미래의 혁신에서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는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 산업 인터넷 기술을 도입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기업이 많은 상황이다.
3. 파괴적 혁신을 수용하라.
사회, 정치, 개인, 마케팅 등 모든 측면에서 영역의 파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영역 파괴는 단순한 혁신을 한 단계 넘어선 것이란 점이 중요합니다.
– 패트릭 핸론(Patrick Hanlon), 싱크토피아(Thinktopia)의 최고경영자 겸 창립자
협업은 이제 성공으로 향하는 열쇠다. 수많은 기업들이 연구 개발, 생산 등의 각 분야에서 협업할 기회를 찾고자 애쓰는 중이다. 지적 재산권을 지키려는 입장에서는 협업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 77%의 기업인들이 성공적인 협업을 하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위험은 감수할 만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미 응답자의 64%는 자신들의 기업에서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바야흐로 기존 영역 바깥에서 머물던 세계의 인재들이 협업을 통해 기업과 함께 일하고 있다. 국경이나 산업적 경계선 따위는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기술의 민주화 덕분에, 젊은 세대들이 자유롭고 부담 없이 비즈니스로 뛰어드는 일도 가능해졌다. 기업들이 가져야 할 것은 열린 생각과, 그 생각이 넘나들 수 있는 유연한 환경이 아닐까?
4. 오픈 이노베이션 – 글로벌 차원에서 인재를 구하라
“모든 회사는 혁신이라는 말의 정의를 새롭게 발전시켜야 합니다.
실제 업무에서 실행이 가능하고 생산 과정과 직접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 아담 라쉬드 (Adam Rasheed), 시니어 리서치 엔지니어, GE 글로벌리서치
혁신을 생각하는 기업의 책임자들에게 있어 인재는 가장 중요한 자원이다. 79%의 응답자들은혁신의 성공을 위해서는 인재가 결정적인 자산이라고 답했다. 이 수치는 지난 해에 비해 증가한 것이다. 각국의 기업들은 새로운 인재의 역량을 흡수하여 혁신을 이뤄낼 조직적 기반에 대해 고민하는 중이다. 기술의 전환이 미래의 직업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점에 대해선 많은 이들이 이미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 전환이 이뤄낼 변화는 그 이상으로, 인력의 구조와 기업의 일하는 방식에도 광범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예를 들어 이노베이션 바로미터 2014에 참여한 기업 중역들의 88%는 산업인터넷 기술이 앞으로 각국의 고용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GE의 이노베이션 바로미터 2014는 이름 그대로 현재 여러 나라에서 미래를 향한 혁신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하지만 현황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 혁신의 방향성과 내용이다. 어떤 시각에서 어떻게 읽어내고 분석하느냐에 따라 이노베이션 바로미터의 결과는 얼마든지 다르게 활용할 수 있다. GE가 조금 먼저 시작한 혁신을 위한 이 고민을 이제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가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를 생각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