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이멜트 GE회장은 GE가 앞으로 소프트웨어 기업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말은 GE가 굳이 소프트웨어 기술업체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GE의 비즈니스에서 분석 기술 및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지금의 유망한 기업들도 향후 10년이 지났을 때 현재와 같은 지위를 누리지 못할 것임이 분명하다. GE는 지난 5년간 소프트웨어 분석 기술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왔다.
산업인터넷 기술은 이제 필수적이다
어떤 기업이든 경쟁력을 갖추고 업계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산업인터넷 기술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장비나 기계를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 장착된 센서로 수집한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여 지능형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산업인터넷이다.
산업인터넷 기술을 통해서라면 제품을 만들고 운영하고 유지 관리하는 과정 전체가 바뀐다. 물리적 제품이 디지털적, 분석적인 측면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산업인터넷 도입의 결정은 기업과 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기업의 자산들을 적극적으로 연결하고, 빅데이터를 관리하고 분석하는 기술을 갖추는 것이 이제는 기술 플랫폼에 포함되어야 한다. 이런 산업인터넷 기술은 IT 분야에 국한된 프로젝트가 아니라 비즈니스 프로젝트라고 이해해야 한다. 산업 및 서비스 부문에서 이 기술을 채택하고 이끌어가야 혁신에 성공할 수 있다.
산업인터넷 기술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최적화에는 세 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 자산최적화(Asset Optimization)이다. 가령 항공사라면 산업인터넷 기술을 적용하여 항공기가 가동중지 시간이나 운항 스케줄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둘째, 운영의 최적화(Operation Optimization)이다. 발전소나 운송기업에서 운영의 효율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세 번째로는 프로세스 최적화(Process Optimization)가 있다. 제품의 생산, 설계, 서비스, 유통 등 전체 프로세스를 산업인터넷 기술을 통해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런 효율화의 결과는 어떨까? 예를 들어, 항공산업에서 연료효율이 1%증가하면 연간 2~3조원을 절약할 수 있다. 전기 발전사업의 경우에는 1%의 효율 증가로 연간 4~5조원이나 절약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산업인터넷을 적용한 결과 GE는 지난 해 큰 재정적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
산업인터넷 기술과 한국 산업의 미래
산업인터넷은 여러 분야에서 이미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 변화가 꼭 필요한지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이라면 스마트폰을 떠올려보라. 20년 전만 해도 휴대전화에 소프트웨어가 탑재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소프트웨어로 전화를 정의하는 세상이 되었다.
빠른 속도로 일어나는 여러 변화를 소프트웨어가 반영하여 휴대전화를 업데이트해준다. 기관차나 항공기 같은 분야에 이 같은 변화가 필요하지 않다고 누가 단언할 수 있을 것인가? GE가 생산하는 가스터빈을 예로 들어보자. 기존의 방식을 따른다면 터빈의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운영을 중단해야만 했다. 가동을 중단하고 싶지 않은 고객의 경우, 수년 동안 터빈의 설정을 업그레이드하지 않는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가동중지 시간 없어도 가스터빈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터빈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기계와 기계가, 기계와 사람이 의사 소통하면서 최적의 운영방법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과거처럼 개별적인 어플리케이션이나 데이터베이스의 의미는 없어졌다. 모든 기계와 장치들이 열려 있고 서로 연결되어야 한다. 그로 인해 얻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예측하여 새로운 서비스 영역을 창출해나가야 한다. 산업 부문에서 요구하는 플랫폼의 역량이 달라졌다. 소비자 부문과 산업 부문은 플랫폼 운영방식 자체가 다르다. 따라서 이에 적용하는 어플리케이션 역시 영역에 맞게 개발해야 한다. GE의 프레딕스™(Predix™) 플랫폼은 다양한 포맷에 대해 열려 있는 운영 체제다. 여러 분야의 산업이 활성화된 한국은 프레딕스나 산업인터넷 기술을 적용할 부문이 많다고 보며, 따라서 GE와의 협력 가능성 역시 높다고 본다. 산업인터넷 기술을 개별 산업에 어떻게 적용하고 사용할 것이냐가 문제일 뿐이다.
공장이 생각한다는 것, 더 이상 과학소설에 등장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GE의 산업인터넷 기술을 통해 이미 현업에서 쓰이는 기술이다. 생각하는 공장(Brilliant Factory)같은 기술은 특히 한국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장비와 기계를 서로 연결하고 연합하여 생산성을 증대하고 효율을 높이며, 이에서 얻은 통찰을 다시 설계와 보수 및 유지 과정에 적용할 수 있다.
GE는 이런 혁신적인 첨단 기술을 먼저 스스로 내부에 적용해본다. 그렇게 현장에서 검증된 첨단 기술을 고객에 맞게 변용하고, 나아가 전 세계 다양한 분야에 적합하도록 확장해나간다. 그 점이 GE의 혁신이 특별한 비결일지도 모른다. 항공 분야 역시 산업인터넷의 도입으로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10년 전만 해도 항공기의 제트엔진에 부착하는 센서는 10개 미만이었다. 하지만 현재 GE의 제트엔진에는 두 자리 숫자의 센서가 부착되고 있으며, 앞으로 10년 후에는 이 숫자가 세 자리수로 늘어날 것이다. 이런 센서와 데이터 분석기술은 엔진의 운영 및 유지 방식 자체를 바꾸어 놓는다. GE의 경우 수많은 제트엔진 하나하나마다 유지 및 관리 스케줄이 나와 있다. 기종에 따라 어떤 제트엔진들은 매우 험하고 극단적인 환경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이런 엔진은 그렇지 않은 경우와 관리 및 유지 방식과 스케줄이 달라진다.
산업인터넷 기술을 통한 차별화된 관리방식 덕분에, GE의 고객들은 제트엔진을 분리해서 보수하고 정비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로 인해 항공 관리의 효율성이 높아졌음은 물론이다. 이런 분석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사이버 보안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큰 과제다. 현재 여러 기업에서 기계와 장비의 연결을 망설이는 이유 중에는 보안 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세계가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은 기정 사실이며, 선택의 여지가 없는 미래이다.
산업 어플리케이션(앱) 경제
우리가 처한 환경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르다. 과거에는 몇 개의 중요한 어플리케이션들만 있으면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현재도 자기들이 판매하는 앱만 사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광고하는 기업들이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세계는 어떤 것을 고르기 위해서는 수백만 가지의 선택지가 존재한다. 왜 산업 부문이라고 달라야 할까? 미래에는 산업 부문에 현재보다 더 작은 규모의 앱, 즉 더 많은 가능성이 존재하게 될 것이다.
산업인터넷 기술이 도입되면 산업 부문과 소비자 부문이 기존처럼 뚜렷한 차이로 구분되지 않을 수 있다. 작업 방식과 사용되는 기술의 형식에서 모두 그렇다. 이미 젊은 세대들은 작업 현장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여러 어플리케이션을 모두 지원하는 열린 플랫폼 프레딕스는 미래의 이런 산업 부문의 앱 경제를 생각하며 등장한 것이다. 프레딕스를 기반으로 제공하는 모든 솔루션들을 전세계 누구나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여러 기업과 개인이 만든 수많은 앱들을 GE의 플랫폼으로 제공하여 다른 나라에서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GE의 비전이다.
기계와 기계, 기계와 인간이 산업인터넷 기술을 통해 소통할 때, 전세계는 연결되고 서로를 향해 열리게 된다. 바야흐로 제3차 산업혁명이 더 이상 ‘혁명’이 아닌 ‘현재’로 도래한 때가 된 것이다. 그때가 되면 디지털 능력과 산업 부문이 함께 발달한 국가, 혁신의 의지가 강한 국가가 협업의 이상적인 파트너가 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은 새로운 산업인터넷 세계를 이끌어갈 혁신의 파트너가 될 자질이 풍부하다.
물리적인 세계와 디지털 세계가 융합된, 새로운 기술의 세상이 오고 있다. 자체 차량을 소유하지 않은 우버(Uber), 자체 호텔을 소유하지 않은 에어비앤비(Airbnb)의 사례를 떠올려보자. 소비자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런 변화는 산업 부문에서도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낸다. 망설이고 있을 여유가 없다. 우리도 서둘러 미래를 위한 첨단 기술 도입과 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