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문제는 이제 지구에 사는 모든 이들의 공동 관심사가 되었다. 물건을 고를 때 친환경적인 상품인지를 고려하는 것은 더 이상 환경운동가들만의 습관이 아니다. 평범한 소비자들도 세제나 화장품 같은 일상용품에서 이왕이면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고르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환경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은 에너지 산업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상대적으로 좁은 이 산업이 지구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종류의 대체 에너지가 개발되고 있지만, 현대 문명은 아직까지 가스나 석유 같은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따라서 이 분야의 기업들이 환경을 고려한 기술을 개발한다면, 이는 비즈니스 면의 진보일 뿐 아니라 소비자가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갖게 되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2013년 GE가 개발한 새로운 기술인 워터리스(waterless) 파쇄 기법은 기술의 선진성과 더불어 환경친화성 역시 돋보인다. GE 글로벌리서치센터의 과학자들은 그동안 셰일층 즉 유기물 암석층에 있는 셰일가스와 석유를 추출하는 신기술인 워터리스 파쇄 기법을 개발해왔다.
지속 가능 에너지 기술 연구소(the sustainable energy advanced technology lab)의 마이크 보우만 박사는 “현재는 셰일층에서 석유와 가스를 추출하는 데에 고압력 수압 파쇄 기법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공법은 더 환경친화적이고 효과적입니다.” 라고 밝혔다.
보우만 박사는 뉴욕의 GE 글로벌리서치센터에서 연구 중이지만, 곧 새로운 동료들을 맞이하게 될 예정이다. GE는 약 1,300억 원을 투자하여 오클라호마 시티에 글로벌 오일 앤 가스 기술 허브 공사를 시작했고, 새로운 연구 인력도 충원할 계획에 있다.
새 연구소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분리 정제기술을 이용해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고 펌프 능력도 향상시킨 시추 장비를 개발하게 된다. 이 연구는 데본 에너지(Devon Energy), 콘티넨탈 리소스(Continental Resources), 체서피크 에너지(Chesapeake Energy) 등의 협력사와 공동으로 진행하여, 신기술을 현장에 더 빨리 적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GE의 수석 부사장이자 최고기술경영자(CTO)인 마크 리틀 씨는 “GE는 협력사들과 더불어 더 넓은 시각에서 혁신을 계획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GE는 2007년 이후 14조원을 석유 및 가스 분야에 투자해왔으며, 향후 3년 이내에 연구개발비를 현재의 3배로 증액할 계획이다. GE 오일 앤 가스(GE Oil & Gas)는 GE 계열사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3년에는 17조 원의 매출과 13%의 수익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런 성장은 에너지 산업의 성장과 새로운 수요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의 예측에 따르면 2018년까지 해저에서 생산되는 에너지가 현재보다 35%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세계적으로 에너지 수요는 증가하지만 자원은 고갈되어가는 상황이고, 자연히 해저 자원을 향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이다. 앞으로 6년 안에 가스나 석유를 생산하는 해저 시추지는 450여 개에 이르게 될 것이며, 이 시기 안에 해저 채굴에 대한 투자도 현재의 두 배, 즉 100조 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GE Oil & Gas에서 사용하는 폭발방지장치(BOP)의 하부 스택
오클라호마 연구소는 인도·중국·독일·브라질·미국 등에 있는 7개 GE 연구소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리틀 씨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연구소에는 최고의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있습니다. 헬스케어부터 오일 앤 가스까지 GE의 모든 사업 영역이 연구소의 도움으로 움직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단순하죠. ‘세상을 바꾼다. 그리고 GE의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끈다.’”
GE의 엔지니어들은 산업인터넷을 이용하여 해저의 대형 폭발방지장치(BOP)에서 보내는 데이터를 수집하여 분석한다. “산업인터넷을 통해 기존의 ‘고장 후 수리’ 방식에서 사전 예방 방식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이 시스템의 도입에 100~160억 원의 비용이 들지만, 사고로 인해 작업이 돌발적으로 정지되는 일을 방지할 수 있어서 결과적으로 수백 억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GE 오일 앤 가스의 제품 관리 담당자인 밥 저지 씨의 이야기이다.
오셔니어링(Oceaneering)이나 BP 같은 고객사와 협력하여, GE 엔지니어들은 의료 기기에 적용되는 X-레이 기술을 이용하여 심해 파이프라인에서 균열을 찾는 기술을 개발했다. 또한 항공 엔진 분야의 코팅 기술을 적용하여 차가운 바닷물로부터 장비를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GE의 회장 겸 CEO 제프 이멜트는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신에서 이렇게 언급한 바 있다. “GE에는 고객들에게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GE스토어(GE store)가 있습니다. 가스 터빈, 항공 부품, 헬스케어 같은 분야의 첨단 기술을 다른 사업 분야에 적용해서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오일 앤 가스처럼 새로운 인프라 사업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습니다.”
전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일, 기존에 있던 기술을 다른 분야와 형식에 접목할 수 있도록 변형시키는 일. 이 두 가지는 얼핏 보기엔 전혀 다른 범주에 속할 것 같다. 하지만 혁신에 주목하고 유연한 사고방식을 유지해야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 두 가지 일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미래의 기술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GE 스토어에서 찾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