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은 예전부터 인간 활동 중에서 필수적인 행위였다. 재활용의 기원을 초기 혈거인(穴居人)들이 부싯돌이나 뼈를 활용해 낡고 부서진 도구로 새로운 도구를 만들었던 것에서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재활용을 하는 것은 유전자에 새겨진 인간의 본성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자가포식(Autophagy) 작용 즉 “살아 있는 세포들이 자신의 구성 요소에서 손상되거나 낡은 부분을 해체하거나 재사용하는 프로세스”를 예로 들 수 있을 듯하다.

오스미 요시노리 박사 연구팀의 최초 자가포식 연구 대상 – 사카로마이세스 세레비지애 (출아 효모)
줄린 지라트(Juleen Zierath)는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Karolinska Institute)의 생물학자로, 노벨위원회 생리의학상 부문 회원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체는 매일 최대 300 그램의 단백질을 새 것으로 바꿉니다. 하지만 사람은 평균적으로 하루 70 그램의 단백질만을 섭취하죠. 따라서 나머지 230그램의 단백질은 자가포식 같은 과정이 세포에서 일어나며 보충되는 것입니다. 단백질은 이처럼 정교한 시스템에 의해 재활용됩니다. 이 작용 덕분에 사람의 몸이 유지되며,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자가포식 현상을 포착한 현미경
포유류부터 단세포 효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자가포식 현상의 많은 부분은, 일본의 세포 생물학자 요시노리 오스미(Yoshinori Ohsumi)가 1990년대부터 이 현상을 연구하기 전까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오스미 박사는 이 생물학적 탐구로 지난 10월 노벨생리의학상의 영광을 안았다. 최근 몇 년간 오스미 박사는 GE헬스케어 라이프사이언스에서 제조한 혁신적인 현미경을 연구에 활용하고 있었다. 이 연구는 연구팀의 추후 작업을 위한 토대가 되었는데, 정교한 현미경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자가포식에 대한 본격적인 학문적 연구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

GE헬스케어의 첨단 형광 현미경 ‘델타비전 엘리트’로 촬영한 톡소포자충
세포는 자가포식 없이 생존할 수 없기 때문에 자가포식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자가포식은 유기체의 생명 유지에 필요한 새로운 단백질이나 구조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원료를 보충할 뿐만 아니라, 몸에 축적되면 독성을 띄게 되는 손상된 단백질을 청소하는 데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자가포식은 인체의 면역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인체에 침투한 병원체를 중화하거나 물리치기도 한다. 암,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질환 같은 질병과 관련되어 있기도 하다.
오스미 박사가 자가포식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는 자가포식 메커니즘은 불명확했다. “자가포식 시스템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질병과 연관이 있는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오스미 박사는 다른 연구자들이 관심 갖지 않던 분야를 연구했습니다.” 지라트 박사의 말이다.

GE헬스케어의 첨단 형광 현미경 ‘델타비전 엘리트’이용한 연구 장면
1990년대 말 오스미 박사는 연구를 진행시키기 위해 더 미세한 구조를 확인할 필요를 느꼈다고 한다. 당시 사용하던 현미경 장비가 성능의 한계를 노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기존 장비로 결과물을 더 밝게 확인하기 위해 빛을 비추면 열이 발생해 세포가 죽을 때도 있었다.
“오스미 박사의 연구소에서 사용하던 현미경의 해상도로는 연구를 진전시킬 수 없었습니다. 살아있는 세포를 보고 있는 것인지 초소형 달걀 프라이를 보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말도 나왔죠.” 폴 굿윈(Paul Goodwin) GE헬스케어 라이프사이언스 사이언스 디렉터는 이렇게 회고했다.
2001년, 연구의 진전을 위해 오스미 박사의 연구팀은 델타비전(DeltaVision)이라 불리는 첨단 형광 현미경을 도입했다. 델타비전은 이후 GE헬스케어 라이프사이언스에 인수된다. 새로운 현미경 시스템은 연구 대상인 생물체를 더 조심스레 다룰 수 있어, 연구자들은 생물학적 과정을 더 명확하고 더 고배율로 확대된 타임랩스 이미지로 포착할 수 있게 되었다. 오스미 박사 팀은 새로운 현미경을 이용하여 세포 주변에 자식포(自食胞, Autophagosome)라 불리는 소낭이 형성되고 효모의 액포와 결합하는 과정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이 과정에서 더 큰 분자로 분리될 수 있는 효소가 생성된다. 또한 자가포식과 관련이 있는 단백질이 시간이 지난 후 특정 지점에 모이게 되는 것도 이 과정에서다.
자가포식 연구의 다음 단계는 아마 초고해상도 현미경으로 효모를 관찰하는 것이 될 듯하다. GE헬스케어에서 제공하는 델타비전 OMX SR 현미경은 첨단 멀티모드, 2차원과 3차원 초고해상도 이미지 생성 시스템을 갖추었다. 첨단 연구에서 초고해상도 이미지를 활용한다면 앞으로 자가포식의 비밀을 더욱 많이 밝혀낼 수 있을 것이며, 질병 치료와 예방에 이르는 기초 과학 연구의 새로운 장 또한 열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생물학에서 DNA나 단백질 같은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주로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단백질을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단백질이 어떻게 손상되고 재활용되는지 이해하는 것입니다. 상상해보세요, 자가포식 과정을 통해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거나, 암세포의 재활용 과정을 방해하고, 암세포만을 죽일 수 있게 되는 것 말입니다.” 폴 굿윈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