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믹이라고 하면 보통 사람들은 대개 ‘도자기’를 떠올린다. 물론 도자기 역시 세라믹에 속한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국가환경정보센터의 정리에 따르면, 세라믹이란 가마를 사용하여 천연 광물 원료를 고온으로 가열, 소결 또는 용융하여 제조한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도자기의 경우 인류가 기원 전 2700년 무렵부터 이용했다는 기록이 있으니, 세라믹의 역사는 유구하다고 할 수 있다. 현대에 이르기까지 세라믹의 용도는 주로 식기나 장식품에 한정되어 있었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자주 경험하듯 세라믹은 깨지기 쉬운 소재였고, 공업 분야에 쓰이기에는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2대의 GEnx 엔진을 장착한 보잉 드림라이너가 파리 에어쇼에서 비행하고 있다.
GEnx엔진에는 세라믹복합소재(CMC) 부품이 사용된다.
(이미지 저작권: 아담 센토리(Adam Senatori) / GE리포트)
GE글로벌리서치에서 제조 및 소재 기술 수석과학자로 일하는 크리샨 루스라(Krishan Luthra) 역시 세라믹이 잘 깨진다는 사실에는 동의하며 이렇게 말한다. “세라믹을 내리치면, 산산조각 나죠.” 하지만 그는 세라믹이 최첨단 합금보다 내열성이 좋기 때문에, 제트엔진처럼 엄청난 고온에서 연소가 발생하는 기계에는 완벽한 소재가 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기계 내부에 사용한다면 세라믹은 오랜 시간 사람들이 찾아 헤맨 성배(聖杯)처럼 엄청난 소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엔진의 출력을 더 높이 낼 수 있고 연료도 절감할 수 있죠. 정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오하이오주 피블스의 GE항공 엔진 테스트 시설에서 차세대 LEAP 제트엔진을 테스트 중이다. (이미지 저작권: CFM )
강하면서도 내열성을 갖춘 세라믹 연구를 시작한 지 30년이 지난 오늘날, 이제 그 연구의 성과가 현실이 되고 있다. 루스라의 연구팀에서 개발한 세라믹복합소재(CMC)로 만든 부품은 차세대 LEAP 제트 엔진에 장착되어 하늘을 날게 된다. LEAP 제트엔진은 GE와 스낵마(Snecma)의 합작회사인 CFM인터내셔널의 제품이다. 아직 테스트중인 LEAP 제트엔진은 내년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데, 이미 9,550대의 1,340억 달러(표시가격) 규모의 수주가 이루어진 상태이다. 이 제트엔진은 GE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엔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도자기와는 달리 슈퍼 소재인 세라믹 복합소재의 용도는 무궁무진하다. GE는 세라믹 복합소재의 연구 개발에 10억 달러를 투입하였으며, 새로운 전투기나 헬리콥터 엔진, 세계 최대 크기의 제트엔진인 GE9X 내부에도 이 소재를 사용할 예정이다. 또한 GE는 최신 가스터빈이나 압축기 역시 세라믹 복합소재를 사용할 것이다. GE글로벌리서치를 이끄는 마크 리틀 부사장은 세라믹 복합소재 기술이 이렇게 여러 부문에 응용되는 것 역시 GE스토어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GE글로벌리서치에서는 GE의 모든 사업부와 협력하고 핵심 기술을 공유하여 여러 산업에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합니다. CMC같은 하나의 기술이 여러 산업 분야에서 사용되는 것도 GE스토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CMC는 탄화규소 매트릭스(기지) 내부에 특수한 탄화규소 세라믹 섬유가 고정된 구조로, 열차폐 코팅으로 마무리된다. 부가적인 설명을 하지면, 머리카락보다 얇은 탄화규소 섬유 하나 하나를 세라믹으로 코팅하고, 이 섬유들을 격자모양으로 틀을 잡은 세라믹 수지에 담근 후, 모든 세라믹의 숙명처럼 오븐에 구우면 된다. 그 결과 세라믹 섬유는 다공(多孔)의 격자구조로 변환된다. 격자 위에 실리콘을 녹이면 실리콘은 격자 구조의 사이 사이에 스며든다. 즉 섬유를 세라믹 코팅하는 것이 비법이다. 이렇게 소재를 얻으면 다이아몬드 그라이더로 원하는 형태로 가공하면 된다.
GE항공은 2014년 최초의 CMC 공장을 열었고, 이탈리아의 코팅업체인 터보코팅(Turbocoating)과 합작회사를 설립하여 CMC 부품의 대량생산에 대비하고 있다. 이 두 곳의 공장은 모두 노스캐롤라이나에 위치한다.

최근 에어버스의 차세대 A320neo 항공기의 시험 비행에 함께한 LEAP 제트엔진은, CMC로 제작한 정적 터빈 슈라우드(static turbine shrouds)를 사용한다.
GE는 CMC로 제작한 제트엔진 내부의 회전 부품도 이미 테스트를 마쳤다.

LEAP 엔진의 정적 CMC 슈라우드(이미지 저작권: CFM)

GE9X 엔진에 포함되는 회전 블레이드다. 이 블레이드는 CMC로 되어 있다. (이미지 저작권: 아담 센토리(Adam Sentori) / GE리포트)
CMC 기술이 유발하는 효과는 엄청난 것이다. 기존의 초내열 합금보다 20%나 높은 고온까지 견딜 수 있고, 공기 냉각 필요성도 없는데다가 무게는 합금의 1/3밖에 되지 않는다. CMC 소재로 제작된 회전 부품은 가볍기 때문에 발생되는 원심력은 작다. 따라서 더 작고 가벼운 제트엔진 개발이 가능해진다. GE항공에서 CMC 및 첨단 고분자 복합소재 연구를 이끄는 조나단 블랭크(Jonathan Blank)는 “CMC는 제트엔진 설계에 혁신을 가져올 것입니다.”라고 평가했다. 루스라 역시 이런 성과에 만족을 표하고 있다. “비록 실패의 가능성도 있습니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잠재적으로 높은 수익을 거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