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방의 발전사과 함께 한 GE
20세기 이후의 대한민국의 국방사에 여러 번의 굵직한 이벤트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KDX, 한국형 구축함 사업, T-50 한국 최초의 초음속 고등 훈련기 개발, 그리고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등이 있었다. 이렇게 대한민국 국방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는 순간, 언제나 GE가 함께 하고 있었다. 한국형 구축함 사업에는 GE의 LM2500엔진, T-50 초음속 고등훈련기에는 GE의 F404 엔진, 그리고 수리온에는 GE의 T700-701K엔진이 장착되었다. 특히 수리온은 가장 최근에 성공적으로 사업을 완수했으며 엔진 공동개발을 통한 기술이전이 이루어져 기존 GE엔진을 한국형엔진으로 완성하게 된 것으로 GE가 한국 국방에 이바지한 성공적인 사례로 말할 수 있겠다.
KDX-3 한국형 구축함 사업
세종대왕급 구축함은 대한민국 해군이 도입한 기념비적인 첫 번째 이지스 구축함이다. KDX 계획의 마지막으로 2007년 5월 25일 1번 함인 DDG-991 세종대왕이 진수되었고 2008년 12월 22일 취역하였다. 2번 함은 DDG-992 율곡이이로 2010년 9월 진수, 2011년 6월 실전 투입되었다. 3번 함은 DDG-993 서애류성룡으로 2011년 3월 진수하였다. 이로써 더 이상 실험적인 의미의 KDX-3은 사용되지 않고 KD-3으로 불리게 된다. 이들 구축함은 일찍부터 우리나라 해군이 사랑했던 GE LM2500 가스터빈 엔진을 사용했다.
함정용으로 사용하는 LM2500엔진이지만, 재미있게도 GE의 항공기 엔진인 GE CF6-6을 개조하여 만들었다. 항공기의 가스터빈엔진 기술을 함정에도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의 전환이 만든 절묘한 기술 반전의 집약체인 것이다. LM2500엔진은 다양한 버전이 있지만, 현재 운용되는 버전은 33,600마력 (25.1 MW)의 출력을 낸다. 특히 LM2500엔진은 30개국 이상에서 해군함정에 장착하여 사용하는 탁월한 범용성을 자랑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형 구축함 사업에 도입되기 전에 다양한 함정에 사용된 적이 있는 GE를 대표하는 엔진 중에 하나다.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2011 서울 ADEX(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개막식 전날인 10월 17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낯선 헬기 한 대가 10여 분 동안 고난도의 시범비행을 선보였다. 이 헬기의 이름은 바로 수리온이다. 국내 최초로 개발된 기동헬기 수리온은 대한민국을 세계 11번째 헬기 개발국의 반열에 오르게 한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쾌거다. 1조 3000억 원의 개발비가 소요된 수리온은 동체 길이 15m, 높이 4.5m, 너비 2m이며 최대 순항 속도는 259km이며 분대 병력을 실을 수 있는 기동헬기다. 수리온의 핵심인 엔진은 GE의 T700-GE-701D의 파생형인 T700-GE-701K다. 수리온에 탑재된 엔진의 기본형이라 할 수 있는 T700-GE-701D 엔진은 이미 미국 내에서 각종 헬기에 사용되고 있는 고성능의 엔진으로, 헬기의 대명사 UH-60 블랙호크나 MH-60 시호크, 그리고 공격헬기의 대명사인 AH-64 아파치에도 이 엔진이 사용되고 있다.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방위사업청
T700 엔진 탄생의 계기는 베트남전이었다. 미군은 베트남전의 헬기운용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1967년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된다. 차세대 헬리콥터를 제작할 목적으로 시작한 프로그램에서 GE는 T700엔진을 개발하게 된다. T700 엔진의 특징은 최소한의 유지보수성을 가지며 내구성과 안정성이 뛰어나고, 열악한 환경 조건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수리온에 탑재된 GE의 T700-GE-701K 엔진
T700 엔진은 1976년에 군용사양을 충족하고, 1978년에 T700-GE-700의 본격 생산에 들어간다. 그리고 UH-60과 AH-64에 사용되기에 이르렀는데 동급의 다른 엔진에 비해 신뢰성과 유지보수 부분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어 미군을 대표하는 두 기종에 채택이 되었다. 무엇보다 T700 엔진이 탑재된 블랙호크와 아파치가 이라크전을 포함한 세계의 열악한 작전환경에서 성공적인 활약을 펼치며 T700 엔진의 성능과 우수성을 증명했다.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
T-50은 한국항공우주산업과 록히드마틴사가 공동개발한 우리나라의 고등훈련기다. 훈련기로는 드물게 마하 1.5의 초음속의 속도를 내며 경공격기로 사용이 가능하다. 길이 13.14m에 폭이 9.45m이며 6.3t의 무게로 F-16보다 작은 크기와 무게를 가지고 있다. T-50은 최신 디지털비행시스템을 장착하고 있기 때문에 차세대 전투기의 훈련기로 적합한 것이 강점이다. 최대 항속거리는 2,592km이며 비행고도는 16km이다. T-50은 순수한 훈련기로 무장능력이 없지만, 무장능력을 일부 갖춘 T-50의 개량형인 TA-50은 전투입문 훈련기로 제한적인 공대공, 공대지 전투 능력을 갖추고 있다. FA-50은 공격기로서의 성능을 더욱 보강한 기종으로 레이더 탐지거리를 100km로 확장했으며 통합직격탄(JDAM) 투하능력을 갖춘 본격적인 전투기이다. T-50 역시 GE의 엔진인 F404-GE-102을 탑재하고 있다.

한국 최초의 초음속 고등 훈련기 T-50

한국 최초의 초음속 고등 훈련기 T-50의 엔진 GE F404-GE-102
F404-GE-102 엔진은 GE의 가장 대표적인 F404 라인업에 속하는 엔진이다. F404라인업은 뛰어난 성능으로 미해군의 F404-GE-402는 F/A-18 호넷 시리즈에 엔진으로도 채용되어 널리 알려진 바 있다. T-50에 채용된 F404-GE-102엔진은 최신항공전자기술을 적용한 FADEC(Full Authority Digital Electronic Control)를 탑재하여 더욱 안정적이며 원활한 작전수행이 가능하다.
GE 기술력의 하이라이트, F414
GE의 엔진이 민간항공기에 널리 사용되는 것은 잘 알려져있다. GE는 민간항공사에 총 29,000대 이상 엔진을 공급했고, 지금도 매 순간 GE 엔진이 장착된 항공기 2,200대 이상이 하늘을 날아다닌다. 민간에서 널리 사용되는 것처럼 GE의 엔진은 전투기, 폭격기, 헬기나 군함 등 군사영역에서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 중에서도 F414 엔진은 기존의 GE 엔진과는 약간 ‘클래스’를 달리한다. 출력과 내구성을 높이기 위한 집념에 의해서 태어난 엔진이기 때문이다. F414 엔진은 F404에서 파생된 GE의 최첨단 엔진이다. F414 탄생의 직접적인 계기는 슈퍼호넷 때문이다. F/A-18E/F 슈퍼호넷은 미국 항모 함재와 해병 항공대의 핵심전력으로 자리 잡은 미군의 대표적인 전투공격기 중 하나다. 당시에 전천후 함상 공격기였던 A-6E 인트루더의 퇴역과 F-14 톰캣의 한정적인 작전 역할의 한계를 앞에 두고 그것을 대체 할 수 있는 후계 함재기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후계기의 초기 계획에는 당시 스텔스 성능을 우선시하던 기조가 반영되어 맥도넬 더글러스 A-12 어벤저를 계획하게 된다. 그러나 A-12 어벤저는 개발지연으로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결국 계획을 중단했다. 그 대안으로 당시 다방면으로 운용 중이던 F/A-18을 차세대 전투기의 기준에 맞추어 업그레이드하여 후계기의 요구 성능을 충족하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탁월한 출력에 대한 집념, 슈퍼호넷의 탄생
1992년 6월 미 의회의 승인을 받아 맥도넬 더글러스사와 미 해군이 12월 7일에 48.8억 달러의 개발착수계약을 체결하면서 E형(단좌) 5대, F형(복좌) 2대, 지상 시험용 3대를 제작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계획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새로운 엔진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기존 F/A-18A~D에 탑재된 F404 엔진을 제작한 GE와 7억 5,400만 달러에 새로운 엔진에 대한 계약을 맺는다. 더 높은 출력과 우수한 성능을 가진 F414의 시작이다.
F/A-18E/F 슈퍼호넷은 작전반경을 40% 확장해야 하는 조건을 걸고 만들어진 전천후 전투공격기이다. 말이 쉽지만 이미 우수한 엔진이었던 F404에서 출력을 높여 작전반경을 넓히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종전까지 사용된 엔진보다 월등한 엔진을 제작해야 했는데 그 결과물이 바로 F414-GE-400 엔진이다. 출력이 높은 엔진을 만들기 위해 F404를 베이스로 제작했지만 거의 새롭게 엔진을 제작하는 것과 다름없는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다. 가장 큰 변화는 FADEC (Full Authority Digital Engine Control)시스템의 탑재와 팬과 팬 섹션의 크기, 에프터버너의 변화에 있다. F414는 F404보다 팬의 크기가 커졌고 역시 팬 섹션도 크게 만들어 에어플로우를 16% 향상 시켰다. 다만 F404와 해당 부분이 차지하는 공간의 크기는 동일했기 때문에 에프터버너와 연소기의 크기가 다소 작아졌다. 이 모든 노력의 결과, F404 엔진 대비 추력이 무려 35%나 증가했으며, 정지 추력 22,000 lbf (85 kN)급의 엄청난 출력을 가진 F414 엔진이 탄생한 것이다. (최대이륙중량 30톤인 F/A-18E/F는 추력 22000 파운드의 F414 엔진 2개를 사용하게 된다.)
F414 엔진의 최대 강점은 유지비가 비교적 저렴하다는 것이다. F404보다 향상된 엔진 성능 외에도 엔진 수명 자체도 40% 이상 증가 되었으며 F404 운용 경험, 즉, 5백만 이상의 비행시간에 대한 노하우가 F414 설계에 반영되었다. 그 결과, 내구성, 신뢰성 및 성능 향상은 물론이거니와 가장 중요한 엔진의 유지, 보수비를 저렴하게 만들었다. F404의 오랜 운용 경험으로 엔진의 노후화나 내구성에 문제가 생기는 부분은 새롭게 보강하거나 첨단 소재로 교체했다.
쌍발엔진의 안전성
F/A-18E/F 슈퍼호넷은 F414 엔진을 바탕으로 미군의 주력 전투기 중 하나로 세계를 무대로 활약 중이다. F/A-18E/F 슈퍼호넷이 쌍발엔진을 가진 것은 30톤의 이륙중량을 감수할만한 충분한 추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공대공이나 공대지 등의 한가지 목적을 위한 전투기가 아닌 전천후 공격기의 특성상 다양한 장비를 탑재해야 했고 공대공, 공대지 무장을 모두 갖추어야 했기에 기체 중량이 무거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기체 중량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단발 엔진으로는 추력이 부족했을 것이다. 운용 범위에 따른 선택지는 분명 존재하지만 폭넓은 작전의 완성도를 위해서 쌍발엔진은 필수적인 것이다. F/A-18E/F 슈퍼호넷은 이런 엔진을 바탕으로 걸프전을 비롯한 각종 실전에 투입되어 그 성능을 과시했다.
GE와 우리나라의 국방산업
GE는 우리나라 국방산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1960년대 F-86 전투기부터, F-4 팬텀, F-5 제공호까지 엔진을 공급한 바가 있어 한국의 국방력이 자리잡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최근에 와서는 국방부의 주요 사업에서 수리온의 T700-GE-701K 엔진과 T-50의 F404-GE-102 엔진을 공급하였다. 그 과정에서 국내 기업과 40%에 달하는 부품 국산화를 추진했고 면허생산을 통한 실질적인 기술이전이 이루어지고 있어, 다른 방산업체에 비해 GE의 기여도가 각별하다. GE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운영하는 약 600대의 항공기와 함정에 1,300여대의 GE 엔진을 공급했다. 앞으로도 GE는 대한민국의 국방과 국방산업에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