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터빈에서 항공기용 터보슈퍼차저까지
1878년 토마스 에디슨이 GE를 설립한 후 약 40년이 지난 1917년, 제1차 세계대전이 진행 중인 때였다. 당시 미국 정부는 이제 막 걸음마 단계인 항공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최초의 항공기 엔진 부스터를 개발할 기업을 찾았다. 터보슈퍼차저라고 불리는 이 부스터는 피스톤엔진에 부착되는 것으로, 엔진의 배기가스 에너지를 이용하여 공기를 압축시켜 연소를 돕는 것으로, 산소가 희박한 높은 고도에서도 강력한 추진력을 얻으려는 목적이었다(자동차 엔진의 터보차저와 동일한 원리).
GE는 미국 정부의 부스터 개발제안을 받아들였다. 원래는 GE 외에 또 다른 기업도 터보슈퍼차저의 개발에 참여했다. 두 회사 중 먼저 개발하는 쪽이 미군에 항공기 엔진을 납품하는 계약을 맺는 것이었다. 전쟁 중이었기에 양사는 미군이 시험평가를 요청하기 전까지 다양한 시제품을 비밀리에 시험했다.
GE는 이미 스팀터빈 사업을 연구하면서, 배기가스를 이용하여 공기를 압축하여 엔진에 공급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었다. 샌포드 모스(Sanford Moss)가 이끄는 개발팀은 해발 4,200미터가 넘는 로키산맥 파이크스 피크(Pikes Peak)에서 진행한 테스트에서 리버티(Liberty) V12 엔진에 터보슈퍼차저를 성공적으로 시연했다. 이 기술 덕분에 항공기는 보다 높이, 더 빠르게 효율적으로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다. 터보슈퍼차저의 성공적인 시연으로 GE는 미국 정부와 항공 관련 첫 번째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 계약을 계기로 항공 엔진 제조사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1921년 터보슈퍼차저된 장착한 리버티 엔진을 탑재한 르페르(LePere) 복엽항공기는 40,800피트라는 최고 고도 기록을 세웠고, 1937년에는 유명한 하워드 휴즈가 프랫앤휘트니(Pratt & Whitney) 엔진에 GE의 터보슈퍼차저가 탑재된 H1-Racer 항공기로 LA에서 뉴저지 뉴왁(Newwark)까지 7시간 28분 25초라는 대륙 횡단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당시 최고 속도는 518km/h를 기록했다.
GE는 수십 년간 터보슈퍼차저를 생산했으며 그 개량된 버전이 제 2차 세계대전 중 B-17, B-24, B-29 폭격기에 탑재되었다. 당시까지 GE는 터보슈퍼차저만 제작했고 엔진은 만들지 않았기에 프랫앤휘트니나 커티스-라이트(Curtiss-Wright) 등의 엔진 제조기업들과 협업을 했다.
GE, 미국 최초의 제트 엔진을 만들다
1941년 메사추세츠 린(Lynn)에 위치한 GE 공장에서 영국의 프랭크 휘틀 경(Sir Frank Whittle)이 설계한 엔진을 기본으로 제트엔진 개발이 시작되었다. 미군의 요청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로, 터보슈퍼차저의 성공적 개발을 통해 입증된 기술력과 도전정신을 가스터빈기술 개발에 적용하려는 것이었다. 6개월 후인 1942년 4월 18일, GE의 엔지니어들은 성공적으로 I-A 엔진을 가동시켰다.
1942년 10월, 캘리포니아 무록 건호(乾湖)에서 두 대의 GE I-A엔진은 벨(Bell) XP-59A 에어라코멧 시험항공기에 장착되어 역사적인 첫 비행을 성공했다. 드디어 제트기 시대가 열린 것이다. I-A 엔진의 추력은 1,250파운드(약 0.57톤)였다. 오늘날 GE90-115B 엔진의 최대 추력은 그보다 90배 이상인 115,000파운드(약 52톤)에 달한다.
제트엔진의 진화
I-A 엔진에는 원심압축기(Centrifugal-flow Compressor)가 탑재되어 있었는데, 그 후 2년간 GE는 개량을 거듭하여 놀랍도록 강력한 제트엔진을 생산해낸다. 추력이 4,000파운드(약 1.8톤)에 달하는 J33 엔진이 그 절정이다. 이 엔진은 미 육군 항공대에서 처음 운용한 P-80 슈팅스타에 사용되었다. 이 항공기는 1947년 시속 620마일(997kph)의 속도를 기록하여 세계 기록을 세웠다. 1947년 말, GE J35 엔진은 더글라스 D-558-1 스카이스트릭(Skystreak)에 탑재되어 최고 속도 기록을 시속 650마일(1,046kph)로 갱신했다. J35 엔진은 GE 최초로 축류압축기(Axial-flow Compressor)를 채택했는데 이 기술은 이후 모든 GE 제트엔진에 적용되었다.
하지만, 미군은 안정적 공급을 위해 GE가 아닌 다른 기업에서도 GE 제트엔진을 생산토록 했다. 그래서 GE는 완전히 새로운, 다른 제트엔진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J47 엔진이다.
(J47 엔진)
F-86 세이버 전투기를 비롯하여 여러 군용기의 J47 엔진에 대한 수요는 엄청났다. GE의 린 공장에서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였다. 두 번째 생산공장이 필요해진 GE는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부근 연방정부 소유의 공장을 선택했다. 이곳은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라이트 에어로노티컬(Wright Aeronautical)의 피스톤엔진이 생산된 곳이다. 1949년 2월 28일 공식적으로 공장 가동이 시작되었는데 이는 두 번째 J47 엔진의 생산 라인을 의미했다. 이후 이 공장은 이븐데일(Evendale)이라 불리며 GE항공의 본사가 된다.
한국전쟁으로 수요가 폭증하며 J47 엔진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된 제트엔진이 되었다. 1950년대까지 35,000대 이상의 J47 엔진이 생산되고 인도되었다. 이 엔진은 항공 역사에 두 가지 이정표를 남겼다. 미국 민간 항공관리국에서 민간용으로 인가 받은 첫 번째 제트엔진이라는 것과 최초의 전자제어식 애프터 버너(재연소장치)를 탑재했다는 점이다. 에프터 버너는 추력을 높이는 기능을 한다.
기념비적인 밀리터리 엔진
J47 엔진은 성공적이었지만 이번에는 전투기의 진화 속도가 더 빨랐다. 이 엔진은 마하 2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는 최신예 센추리 시리즈 전투기 개발에 적합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따라 GE는 센츄리 시리즈에 적합한 혁신 기술인 가변정익(Variable Stator)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파일럿은 엔진의 가변정익을 조정하여 내부 압력을 변화시켜 항공기가 음속을 돌파하도록 만들 수 있었다. 가변정익이 장착된 엔진은 엄청난 파워를 발휘하여, 테스트 중 엔지니어가 계측기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오해했을 정도였다. 가변정익은 항공기의 이착륙이나 초음속 영역 진입 등으로 흡기 상태가 급격히 변화해도 압축기가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 기념비적인 엔진이 바로 J79 엔진이다.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17,000대 이상의 J79 엔진이 생산되었고, F-104 스타파이터(Starfighter), F-4 팬텀 II(Phantom II) 같은 항공기에 사용되었다.
1950년대와 1960년대에도 GE의 엔진은 진보를 멈추지 않았다. 최초의 마하3를 돌파한 터보제트 엔진 J93은 미군의 초음속 폭격기 XB-70 개발과정에서 마하 3의 속도를 기록했다.
XB-70 Valkyrie
그 후, 미군은 초대형 수송기 C-5 갤럭시를 개발하면서 엄청난 크기의 수송기를 움직일 강력하면서 효율적인 엔진이 필요했다. 무게가 5000톤에 이르는 탱크 같은 군수물자와 장비를 싣고 5,000마일 거리를 800km/h의 속도로 이동할 수 있는 엔진, 게다가 연료도 적게 드는 엔진이 필요했다. GE는 그 도전에 기꺼이 응했고, 그 결과가 세계 최초의 고바이패스(Bypass) 터보팬(Turbo Fan) 제트엔진인 TF39 엔진이다. GE는 엔진 전면에 대형 팬을 장착하는 혁신적인 설계로 고객인 군의 요구 사항을 만족시켰다. 이 엔진은 4만 파운드의 추력을 발휘하지만, 연료 소비를 25%나 줄였다. 1969년 등장한 C-5 갤럭시는 2040년까지 현역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TF39 엔진은 고바이패스 비율 덕분에 놀라운 연비가 얻어졌다. 추후 이 기술은 민항기 영역에서 폭 넓게 사용되었다. 이를 기반으로 명작인 CF-6 엔진이 탄생하게 되어 보잉 747, DC-10, 록히드 L1011, 에어버스 A-300 등에 장착된다. CF-6엔진은 지금도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탑재된다.
이 시기 가장 성공적인 엔진은 린 공장에서 생산된 J85 엔진이다. GE는 미 공군과 엔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노스럽(Northrop)은 F-5 프리덤 파이터(Freedom Fighter)라는 저비용 공중전투기를 개발했다. 물론 이 항공기에는 J85 엔진이 장착되었다. F-5는 곧 30개국 이상에서 사용되는 대공 방어 항공기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1960년대 압축기, 연소기, 터빈 분야의 기술 발전으로 더 작은 엔진 개발이 가능해진 결과 탄생한 것이 GE F101 엔진이다. 이 엔진은 미 공군의 B-1 폭격기에 채택되었다. 군용 GE 엔진의 활약은 군사력 증강이 한창이던 1980년대에도 지속되었다. 1984년, 미 공군은 GE의 F101의 개량형이면서 안정성 있는 F110 엔진을 F-16C/D 전투기에 채택했다. 이 시기는 GE와 프랫앤휘트니 사이의 치열한 전투기엔진 개발 경쟁으로 “엔진대전”이라 불리던 시기였다.
F110은 아직도 대부분의 미 공군 F16C/D의 엔진으로 활약 중이다. F110은 이스라일, 그리스, 터키, 이집트, 바레인, UAE, 칠레, 오만의 F-16에 장착되어있다. 일본의 F-2 단발기, 미 공군의 F-14B/D 슈퍼 톰캣(Super Tomcat) 전투기에도 채택되었다. F110의 개량형인 F118은 미 공군의 전략 폭격기 B-2에 탑재되었다.
1980년대에는 F404 엔진이 F/A-18 호넷에 장착되었다. 오늘날 F404 엔진은 미 공군의 F-117 스텔스기와 미 해군, 해병대의 F/A-18 호넷을 비롯한 전세계 3,700대 이상의 전투기에 장착되어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군용 엔진이 되었다. 대한민국 공군의 T-50 고등훈련기에도 신기술이 접목된 F404 엔진의 개량형이 장착되어 있으며 F404의 파생 모델 역시 스웨덴의 JAS 39 그리펜(Gripen)과 싱가폴의 A-4S 슈퍼 스카이호크(Super Skyhawk)에 장착되었다.
냉전 이후의 시대, 지역전에서 성능을 발휘하다
GE의 군용 엔진 프로그램은 1990년대 중동에서 두 번의 무력 충돌 당시 절정에 달했다. 1991년 미군과 연합군이 펼친 “사막의 폭풍” 작전에 참가한 항공기의 절반 이상이 GE의 엔진을 사용했다. 또한 전투기, 급유기, 헬리콥터, 수송기, 공중조기경보기(F-14, F-16, F-5, F-4, C-5, KC-135R, F117A, F-18, A-10s, S-3, UH-60 블랙호크, AH-47 아파치, 두 대의 헬기에는 GE T700 엔진이 사용되었다) 등 5,000대 이상 GE가 생산 엔진이 사막의 폭풍 작전에서 사용되었다. 항공기 가동률이 폭증하고, 모래와 사막의 극심한 기후변동에도 불구하고 GE의 엔지니어들은 항상 모든 항공기를 99% 이상 출격 가능한 상태로 유지했다.
2003년과 2004년 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항공기의 80% 이상에 GE는 엔진을 공급했다. GE의 엔진은 450회가 넘는 출격과 공중 근접 지원용 항공기, 15대의 폭격기, 230대 이상의 급유기와 수송기, 550 대 이상의 헬기의 운용을 성공적으로 지원했다. 엔진의 신뢰성, 기술적 우수성, 수준 높은 서비스는 작전의 성공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21세기에도 GE는 밀리터리 항공 엔진에서 선두를 잃지 않고 있다. F414 터보팬 엔진은 미 해군의 F/A-18E/F 슈퍼 호넷(Super Hornet)에 사용된다. 이 엔진의 추력은 22,000파운드(약 10톤)이며 향후 몇 년 이내 현재보다 20% 향상된 추력을 낼 것이다.
헬기용 엔진에서도 GE항공은 두각을 보이고 있다. T700/CT7, T700/T6E 엔진의 새로운 버전은 전세계의 군용과 민간용 헬기 모두에 사용 중이다. T700/CT7의 우수함은 누적 생산 12,000대, 전세계 57개국 133곳의 고객이라는 수치가 증명하고 있다. GE는 한화테크윈과 T700엔진을 개량하여 대한민국 육군의 KUH Surion 기동헬리콥터에 납품을 하고 있다.
해양과 산업가스터빈까지 진출하다
항공기용 가스터빈의 선도기업 GE가 해양을 비롯한 산업 분야로 진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지금까지 1,800 대 이상의 항공엔진파생형 가스터빈이 해양과 여러 산업분야에 판매되었다. 1959년 GE는 J79엔진을 기반으로 한 LM1500 가스터빈을 발표했다. LM1500은 수중익선에 기본 탑재되어 거침없이 바다를 항해했다. 1968년 GE가 발표한 LM2500 엔진은 20,000 축마력의 가스터빈으로 TF39 엔진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이 엔진은 GE의 해양, 산업용 가스엔진 사업의 중심으로, 전세계 24곳의 해군과 고속페리에서 사용된다.
1980년대 GE는 F404 엔진을 기반으로 한 LM1600 가스터빈을 발표했다. 1990년대 배기가스 배출을 감소시킨 개선형으로 LM2500, LM1600, LM6000 등이 출시되었다. GE의 항공엔진파생형 가스터빈은 GE항공이 설계와 개발, 생산을 책임진다. 이 사업의 본부도 GE항공의 사업부문인 GE마린엔진과 함께 이븐데일 공장에 소재하고 있다.
오늘날, GE항공은 항공기 엔진, 시스템, 서비스의 선두주자로 2014년 약 24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GE항공은 훌륭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군용 및 민간용 제트엔진, 부품, 항공 관련 통합 시스템 등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선박용 항공엔진파생형 가스터빈도 생산한다. GE항공은 엔진 통합 유지 보수 부분에서도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