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플래너리 GE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적층제조 기술이 산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을 매우 강하게 확신한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항공우주, 의료, 자동차, 에너지 등 여러 분야의 사업에서 적층제조(3D프린팅)가 고객들에게 높은 생산성과 더 좋은 성과를 제공할 것이라는 이야기죠.
GE는 최근 20년 이상 적층제조 기술의 연구개발에 투자해왔고, GE의 사업부 내부에서 실제 적층제조 기술을 구현 및 적용했습니다. 성과는 놀라웠죠. 이제 GE는 GE의 고객들과 함께 적층제조를 통한 제조업 혁신과 성공의 길을 가려 합니다.
새로이 발족된 GE애디티브(GE Additive) 사업부는 GE의 고객 기업들에게 적층제조 기계, 재료,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독일 뮌헨과 미국 피츠버그에 새로 생긴 고객체험센터(CEC, Customer Experience Center)에서는 고객에게 적층제조 기술 분야를 더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GE애디티브의 정일용 이사를 만나, 한국 제조업과 적층제조의 미래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GE애디티브 코리아 정일용 이사
본인을 소개해 주세요.
정일용입니다. GE애디티브 코리아의 세일즈 디렉터로 얼마 전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전에는 IT기술을 활용해 국내 제조 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주로 해왔습니다. 컴퓨터를 활용해 설계나 생산 엔지니어링을 할 수 있도록 도구들을 제공하거나, 고객들이 그런 도구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었죠. GE에 오기 전 최근에는 스마트 팩토리 구축 분야에서 일했습니다.
적층제조 기술은 어떤 장점이 있습니까?
이제는 국내에서도 적층제조 기술이 널리 소개되어 있고 상당히 보편화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중고등학생들이 학교에서 적층제조 방식으로 장난감이나 드론 같은 것을 만들 정도예요. 적층제조라는 것은, 어떤 형상을 말 그대로 한 층 한 층 쌓아서 목표했던 사물을 만드는 일이죠.
하지만 적층제조는 단순히 사물을 새롭게 만드는 것 만을 의미하는 데에 그치지 않습니다. 적층제조는, 상상할 수는 있었으나 기존의 제조방법으로 구현할 수 없었던 것을 구현하게 해주는, 제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 말하는 편이 좀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쓰는 3D 프린터와 산업용 3D 프린터는 어떻게 다른가요?
가정이나 학교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3D프린터와 산업용 적층제조는 목적 자체가 다릅니다. 일상에서 사용할 때에도 물론 특정한 기능이나 목적을 위해 프린팅을 하죠.
그러나 산업계에서 3D프린터로 적층제조를 하는 경우는 제조의 목적이나 재료의 성능, 구조적인 강도 같은 것이 더욱 고도의 목표치를 지향하게 됩니다. 일상적으로 쓰는 적층제조가 단순한 기능이라면, 산업에서는 재료도 고급화되며, 이 재료의 물성 자체가 중요해집니다. 또한 제조에서 끝나지 않고 제조 이후의 열처리나 코팅 등을 비롯한 후처리 가공이 매우 중요해집니다.
적층제조 기술을 제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산업이나 기업이 있다면 어디라고 보십니까?
적층제조 기술은 특정한 산업이나 특정 기업의 한정된 목표를 위해 나온 기술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적층제조야말로 모든 산업분야에 골고루 적용되어 산업의 혁신을 이끄는 동인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현재 적층제조는 다품종 소량생산에 유리하다는 기술의 특성상 항공우주 산업이나 헬스케어 산업에서 가장 많은 보급을 보이고 있습니다. 항공우주산업에서는 고급 소재를 사용해서 소량 생산되는 부품에서, 헬스케어 부문에서는 환자에 따라 특성이 다른 맞춤형 제품을 만들어내는 경우에 적층제조 기술이 적용되고 있어요.
최근 해외에서는 자동차 산업에서 적층제조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다임러 벤츠나 BMW 등의 기업에서 적층제조를 도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 자동차 산업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근년간 자동차 제조분야에서 기술이 빠른 속도로 진보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 분야에 적층제조가 도입된다면 맞춤형 자동차나 맞춤형 부품 등의 생산에 기여하면서 파급효과가 클 것입니다.
GE애디티브는 무슨 일을 하나요?
GE는 글로벌 제조업의 선두주자인 동시에, 과거 20~30년 동안 적층제조 기술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투자하며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이런 연구 개발을 통해 키운 내부역량으로 제조업에서 적층제조의 잠재력을 실현시키며, 수많은 성과를 낳았죠. 이제는 이런 경험에서 알게 된 적층제조의 가치를 대외적으로 공유하며, 적층제조를 통해 여러 제조업의 성공을 이끌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확신이 있었기에 GE애디티브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적층제조의 장치나 소프트웨어, 생산 공정과 경험 등을 통합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별도의 GE 사업부죠. GE애디티브는 적층제조의 미래 가치와 가능성을 확신하며, 이런 가치가 대외적으로 여러 고객들이게도 충분히 전달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적층제조의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GE애디티브가 제공하는 차별화된 서비스가 있습니까?
GE애디티브는 단순히 적층제조와 관련된 장비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GE가 지난 20여년 간 쌓아온 적층제조의 경험을 고객의 성공을 위해 전달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적층제조 장비만이 아니라 재료인 금속 분말, 적층제조를 가능하게 해주는 소프트웨어까지 고객에게 제조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GE애디티브의 서비스에서 가장 차별화되는 요소는 컨설팅 서비스인 애드웍스(AddWorks™)입니다. GE가 지난 시간 동안 쌓아온 많은 경험을 공유하는 엔지니어 팀이 고객들의 성공을 돕기 위해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이죠.
애드웍스(AddWorks™)에 대해 더 자세히 알려주세요.
애드웍스는 GE에서 적층제조와 관련해 오랜 경험을 쌓아온 엔지니어들을 중심으로 별도 팀을 구성했습니다. 고객들이 적층제조로 사업을 시작할 때 겪을 수 있는 여러 도전을 해소해 드리고 있죠.
애드웍스 컨설팅 팀은 우선, 고객과 함께 토의 토론해서 어떤 목적으로 적층제조를 사업에 도입할지 사업의 목적을 찾아주는 일을 합니다. 적층제조의 설계를 개선해 드리고, 이런 부품들을 어떻게 적층제조를 통해 제작할지도 조언합니다. 이후 양산과정에서 어떻 수요를 맞추고 필요량을 생산할지, 또한 품질은 어떻게 유지할지 등의 모든 과정에서 토털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GE 비즈니스에서도 GE애디티브 기술을 실제 사용하고 있나요?
물론입니다. 말씀드렸듯이 GE는 과거 20여 년 동안 적층제조에 많은 투자를 해왔는데요. 이런 투자는 GE의 각 사업부에서 만드는 수많은 제품을 혁신하기 위한 도전의 결과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GE의 비즈니스에 적층제조를 적용한 성공 사례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역시 GE항공의 사례죠.
GE항공은 최근 개발이 끝난 9X 엔진에서 많은 부품을 적층제조로 제작했습니다. GE의 자회사인 이탈리아 아비오 아에로(Avio Aero)는 적층제조 부품 양산을 위한 새로운 공장까지 짓고 있을 정도죠.
또한 GE파워에서 최근 개발한 가스터빈의 효율을 64%까지 끌어올리는 데에도 적층제조가 대단히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GE헬스케어나 석유와 가스 사업에서도 적층제조 기술을 지금까지 최대 규모로 도입하고 있어요. 제품 혁신을 위해 각 사업부 별로 적층제조연구소를 따로 운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항공기는 극한 환경에서도 안전하게 운항해야 합니다. 적층제조로 제작한 항공기 부품은 안전성 면에서 문제가 없는지요?
적층제조가 새로운 기술이다 보니 그런 점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항공 분야는 당연히 안전성이 중요하지요. 따라서 공인된 인증기관의 안전 인증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GE항공은 미국연방항공청(FAA)과 협력해, 적층제조로 만들어 GE항공의 엔진에 탑재된 부품의 재료 자체, 제작 방법, 제작된 부품 자체 등에서 전부 안정성을 인증 받았습니다. GE의 적층제조 부품이 기술 및 프로세스에서 안정성을 검증 받은 것이죠.
기업에서 적층제조 기술을 도입하려면, 적층제조 장비와 재료도 구매해야 되지만 무엇보다도 원하는 부품을 3D로 제작할 수 있는 설계 역량이 있어야 할 텐데요. 설계 역량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게 GE애디티브에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적층제조가 많이 보급되면서, 과연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의문을 가지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적층제조를 위한 설계라는 말도 자주 쓰이고 있죠.
이 말에는 광범위한 내용이 포함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설계 툴을 활용해 위상을 최적화하는 것이 적층제조를 위한 설계가 아니죠. 어떻게 생산할 것인지, 후속생산은 어떻게 해야 할지도 고려해야 하고, 이 부품이 다른 부품과 어떻게 작용해야 좋은 효율을 얻을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적층제조 전반에 걸친 경험이 없다면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애드웍스 컨설팅 팀이 문제를 해결해 드릴 수 있을 겁니다.
GE 내부에는 약 천 개 이상의 적층제조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 프로젝트 중에서 애드웍스 팀이 실제로 구현한 것이 백 개 이상 되고요. 이런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얻은 경험을 통해 고객들이 설계에서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적층제조가 공정 전반에 걸쳐 혁신을 일으키는 기술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입니까.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는 적층제조가 아직까지 양산을 위해서 보다는 프로토타입 제작에 적용되는 기술이라고 간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적층제조가 생산과정의 문제라고 고민하는 경우는 아직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GE의 경험을 토대로 볼 때 적층제조는 프로토타입 제조에 국한되기에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기술입니다.
적층제조를 위해 어떻게 설비를 배치하고 공장을 어떤 형태로 해야 할지, 작업 환경이나 작업자들의 건강과 안전 문제는 어떻게 가져갈지, 또한 반복 생산에서 품질을 어떻게 유지할지 등의 문제를 놓고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서 연구 개발과 수많은 경험을 쌓아온 GE의 지식이 많은 기업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봅니다.
한국에서 적층제조 기술이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와 앞으로의 방향은 무엇인가요?
한국은 과거 제조업에서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그런데 적층제조와 관련해 국내의 여러기업 고객을 만나보면, 바로 이 사실이 장벽으로 작용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과거에 성공했던 제조 프로세스를 확신하고 있기 때문에, 적층제조 프로세스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못하는 것이죠.
과거 GE애디티브의 CEO였던 모하메드 에티샤미(Mohammad Ehteshami)사장이 적층제조 연료노즐을 개발할 때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적층제조로 만든 새로운 연료노즐을 보았을 때 그 부품이 혁신적이라는 점은 확신했다고 해요. 하지만 그 기술을 채택할 경우 기존에 투자해왔던 설비나 제조공정은 어떻게 할 것인지 크게 두려웠다고 합니다. 그런 두려움을 이겨냈기 때문에 성능이 높으며 비용 대비 효율적인 적층제조 연료노즐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죠. 이제 이 연료노즐은 양산에 들어가 GE의 새로운 항공기 엔진에 탑재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과거에 누렸던 성공 사례에 집착하지 않고 혁신을 두려워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적극적인 사고, 깨인 사고로 적층제조에 접근할 때 사업의 새로운 성공이 열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