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킹(Eric King)은 GE에서 오랫동안 테스트 엔지니어로 근무하면서, 극한의 기계들을 수없이 상대해왔다. 하지만 그가 요즘 다루고 있는 상대는 결코 만만치 않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가스터빈인 해리엇(Harriet) 즉 9HA 가스터빈의 테스트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동일한 구조의 60Hz 모델인 7HA.02 가스터빈을 설치 할 수 있다.)
“이곳은 가장 거친 신병 훈련소와도 비슷합니다. 세계 어느 곳에도 이런 시설은 존재하지 않죠. 저희는 아라비아 사막이나 콜로라도 산맥 같은 극단적인 환경을 시뮬레이션 하는데요, 평소라면 가동될 일이 없을 그런 극한 환경 속에서 해리엇을 가동시켜 보는 것입니다.” 킹은 자신들의 업무를 이렇게 설명한다.
GE는 가스터빈 해리엇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왔다. 이 터빈은 증기 발전기와 결합되어 복합발전방식으로 작동되면 600 메가와트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무려 미국의 6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에릭 킹이 일하고 있는 하이테크 신병훈련소는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그린빌에 위치한 세계 유일의 최고속(Full-speed) 전부하(Full-load) 테스트 시설이다. GE는 여기에 추가적으로 1억 8천5백만 달러를 투자했다. “그린빌에서는 해리엇이 무엇으로 만들어 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실물 테스트를 통해 데이터를 측정, 수집하고 외삽법으로 분석합니다. 테스트 시험대에서는 데이터를 측정하고 그것을 검증합니다.”

해리엇의 터빈 블레이드는 초합금 단결정(superalloy monocrystals)으로 만들어져 화씨 2900도(섭씨 1594도)까지 견딜 수 있다. 해리엇에는 애초에 초음속 제트 엔진용으로 제작되었던 가변형 스테이터 베인(위 사진)이 탑재되어 있다. 이 블레이드와 스테이터 베인 기술은 모두 GE항공에서 온 것이다. 이렇듯 GE 내부에서 아이디어와 기술을 공유하여 새로운 기술에 적용하는 것이 바로 GE스토어다.
겨우 석 달 만에, 현장에서라면 보통 몇 년에 한 번 있을 법한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테스트가 수행되었다. 그린빌의 테스트 시험대는 전력망에 연결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이 시설이 전력망에 연결되어 있었더라면, 네트워크를 불안정하게 만들거나 전력망에 피해를 입힐 수도 있을 정도의 극한 상황 실험들을 에릭 킹의 팀은 제약없이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었다. 이 점은 가스터빈을 테스트하는 매우 유리한 조건이었다.

GE 9HA 가스터빈에 연결된 케이블. 이 케이블은 테스트가 진행되는 동안 온도, 압력, 부하 등 엄청나게 많은 양의 정보를 수집한다. 그린빌의 테스트 시설에는 약 800km 길이의 케이블이 있어 극한 상황에서 기계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알 수 있다. (사진 저작권:@cntalbot)
실험 팀에서는 해리엇이 최고 출력을 내도록 하고, 전력이 과다 공급되어 전력망이 심각하게 불안정한 극단적 조건을 테스트했다. 이 경우 터빈이 어떻게 반응하여 전력망을 정상으로 복구하는지를 관찰한 것이다. 에릭 킹은 이 실험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이런 종류의 테스트를 진행하게 되면 전력망은 불가피하게 손상을 입게 됩니다. 그래서 이 테스트는 기존에 실시된 적이 없었죠. 저희가 수행한 테스트를 보기 위해서 프랑스의 EDF(국영 전기공사) 대표를 포함한 50명 이상의 고객이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해리엇은 GE의 노련한 엔지니어들이 테스트해본 터빈 중 가장 큰 사이즈를 자랑한다.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해리엇은 전기를 생산하지 않는 대신, 뜨거운 공기를 5등급 허리케인과 맞먹는 속도로 방출했습니다. “해리엇은 굿이어 비행선(Goodyear Blimp)에 공기를 가득 불어넣는 데에 약 10초 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해리엇의 엔지니어링 매니저인 브래드 캐리(Brad Carey)의 이야기다. (참고, 카테고리 5 허리케인 -지상 10미터에서 1분동안 측정한 평균 풍속이 252 km/h이상일 경우) (굿이어 비행선의 크기는 전장 58미터, 전고 18미터, 전폭 15미터의 크기로 보잉 777-200 기종과 비슷한 크기)

GE의 테스트 시설에 있는 9HA. 테스트 시설에서는 전기를 생산하는 대신, 1,100마일(1,770km)의 속도로 뜨거운 공기를 내뿜는다. (사진 저작권:@cntalbot)
사실, 이 터빈은 너무나도 크고 강력해서, 테스트의 규모도 상상 이상이 될 수밖에 없다. GE는 터빈에 18만 갤런(약 68만 1374리터)의 액화 천연가스를 공급할 수 있는 전용 가스공급장치을 설치하고 북미에서 가장 큰 열차 회전대를 시험실 안에 설치해야만 했다. 브래드 캐리는 이렇게 말한다. “그린빌 시는 경공업 지역과 주거 지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장비를 위해 필요한 가스 유량을 제공할 수 있는 산업 인프라가 없었죠. 그래서 별도로 저희가 설치를 해야 했습니다.”
프랑스에서 제조된 첫 번째 해리엇이 지난 4월 테스트를 위해 그린빌에 도착했다(아래 사진 참조). GE의 엔지니어들은 터빈에 5천 개의 측정 장비와 센서를 부착하고, 50만 마력을 흡수하게 될 해리엇의 압축기 성능검증 장치(Compressor Validation Rig)에 추가로 2천 개의 센서를 더 부착했다. 이 측정 장비들은 거의 5테라바이트에 달하는 데이터를 생산하는데, 이는 미국 국회도서관에 소장된 출력물의 절반과 비슷한 양이다. 이 실험대 덕분에 일반적인 개발 주기에서라면 1년 이상이 걸려야 얻을 수 있는 데이터를 입수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데이터를 맞춤 제작된 독점 소프트웨어에 입력하여 엔지니어들은 터빈의 직접적인 상태와 출력 열량, 배출량 같은 변수를 측정한다.
GE의 새로운 가스터빈 해리엇의 테스트는 3단계로 구성된다. 1차인 검증(Validation) 단계에서는 터빈을 일반적인 작동 상태에서 가동하고, 2차인 실연(Demonstration) 단계에서 기기의 연료와 부하 유연성을 연구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발전 단계(Growth Phase)에서는 한계 이상의 조건에서 테스트하게 된다.
내년부터 프랑스에서 전기를 생산하게 될 해리엇은, 이런 테스트 덕분에 미리 최고의 성능으로 조율될 수 있다. 해리엇은 이미 미국, 일본, E.U.에서 15건 이상 수주했다. 그린빌에서의 극한 테스트를 통해 GE의 엔지니어들은 터빈의 각 부품이 각각 어떤 일을 하는지 더욱 상세하고 복합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테스트의 결과들은 앞으로 가스터빈의 변화와 개선을 통해 드러나게 될 것이다.

해리엇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GE의 9HA 터빈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가스터빈이다. 해리엇의 복합발전 효율은 61%를 넘게 된다. 이 수치는 전력 생산업계에서 소위 성배(Holy Grail)라고 불리는 비율이다. (사진 저작권:GE파워앤워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