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는 여름 더위가 닥칠 때면 전력 수요와 생활용수 수요가 함께 높아진다. 여름철 물 수요가 높아지는 것은 전력 수요 상승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력을 만드는 발전소에서 터빈 냉각을 위해 많은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텍사스처럼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는 지역이라면 발전소의 냉각용수 사용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물 절약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물 부족 국가인 우리나라도 이런 상황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극한의 테스트를 이겨낸 H 클래스 가스터빈
하지만 이제 발전소의 냉각용수로 인한 문제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GE가 2014년 발표한 최신형 가스터빈 H클래스 덕분이다. 최신형 H클래스는 공냉식 즉 공기를 이용한 냉각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그래서 H 뒤에 공냉식(Air Cooling)을 의미하는 A가 붙는다. 최신형 공냉식 가스터빈 9HA (50Hz 시장용)는 “해리엇(HArriet)”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데, 작년 3월 프랑스 벨포르(Belfort) 소재 GE 가스터빈 공장에서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 그린빌(Greenville) 테스트 시설로 이동되어, 14주 동안 풀 스케일(Full Scale), 전부하(Full Load) 테스트를 거쳤다. GE는 대한민국 등 60Hz 시장을 위해 동일한 기술로 제작된 7HA 가스터빈을 공급한다.
그린빌 테스트 시설 역시 첨단 기술을 시험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1억 8,500만 달러가 투자된 이곳은 풀 스케일, 전부하 테스트를 위한 부가적인 계측 장비로 가득하다. 테스트용 파워트레인의 길이만도 50미터나 된다. 테스트 시설은 그린빌 전력망과 연결되어 있지 않아서, 전부하 상황이나 그보다 더 극한의 부하 상황에서도 가스터빈의 작동을 관찰할 수 있다. 이 테스트는 8천 시간 이상의 필드 테스트와 맞먹는 수준으로, 해리엇 가스터빈이 현장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어떤 상황보다 더한 극한 조건하에서 실험을 계속해왔다.
벨포르에서 생산된 두 번째 HA 가스터빈은 프랑스 부샹(Bouochain)에 위치한 프랑스전력공사(EDF) 부샹 플렉스이피션시 50 (FlexEfficiency 50) 복합 발전소에 설치된다. 현재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이 발전소에서는 2016년부터 상업 운영이 시작될 예정이다. GE는 플렉스이피션시 50 프로젝트를 리딩하고 있다.
또한 일본의 추부덴료쿠(중부전력)에서도 7기의 7HA 가스터빈을 주문하는 등 전력업계에서 HA 가스터빈에 대한 관심은 매우 크다. 현재 시장 점유율 약 50% 를 기록하고 있는 세계 1위 가스터빈 제조 기업인 GE가 만든 신제품답게, HA 시리즈는 세계 가스터빈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GE에서 “H 클래스” 가스터빈은 연소온도가 2,600℉~2,900℉(약 1,426℃~1,600℃) 범위이며 압축비 21:1 수준에 4단 파워터빈이 결합된 기종을 지칭한다 (F 클래스는 연소온도 2,300℉~2,600℉, E 클래스는 연소온도 2,000℉~2,200℉).
GE는 약 10년 전부터 H 클래스 기술을 소개해왔다. 시작은 영국의 배글란(Baglan) 만에 설치된 9H 였고, 일본 훗츠(富津) 화력발전소에 TEPCO (도쿄전력)에서 설치한 3기의 9H, 미국 인랜드 엠파이어 에너지 센터에 설치된 2기의 7H 가 뒤를 따른다. 과거 버전의 H 클래스 가스터빈에서는 가스터빈 회전부품까지 증기냉각 방식을 이용했다. 이 버전의 H 클래스 가스터빈의 누적 운영 시간은 23만 시간이 넘는다. 하지만 신형 HA 가스터빈은 공냉식 기술을 채택하고도 발전 용량을 올렸을 뿐 아니라, 복합사이클 효율을 61.5%(ISO 기준)로 끌어올렸다.
공냉식 H 클래스 가스터빈이 최고의 효율을 달성한 비결
공냉식 기술로 61.5%라는 높은 복합사이클 효율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첨단 기술의 도움이 필요했다. 항공엔진의 공기역학 성과를 반영한 팬 블레이드 적용, 열 전달 방식 개선, 고온에 노출되는 터빈 부품 온도와 열 응력을 경감하는 연소가스 흐름 통로의 설계 개선, 냉각 공기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냉각 통로의 개선(기존에는 500개의 원형 통로로 냉각 공기를 유입했으나, 신형은 수천 개의 물방울 형상 통로로 유입), 향상된 열차폐 코팅 등의 기술이 그 사례다. 이런 개선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그 동안 GE가 축적해온 공냉식 가스터빈 운용의 풍부한 경험이 필요했다.
새로운 HA 가스터빈 제작 과정에서 GE는 적층식 제조 공법(3D 프린팅)으로 제작한 부품을 사용하여 프로토타입 HA 가스터빈을 만들었다. 그 결과 기술 실증 과정을 단축할 수 있었고, 신형 가스터빈의 출시를 앞당길 수 있었다.
아직까지 상용 HA 가스터빈에는 적층식 제조 공법으로 제작된 부품이 적용되진 않았다. 하지만, 아마도 머지 않은 미래에 프로토타입이 아닌 운용되는 실제 7HA 가스터빈에 3D프린팅 기술로 제조한 부품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복잡하지만 효율적인 냉각 공기 통로를 3D 프린팅 기술로 제작한다면 효율이 한결 높아질 것이다. 여기에 GE스토어를 통해 GE의 다른 사업 부문에서 개발한 첨단 연료 노즐 기술이나, 공기역학적 3D 블레이드, 세라믹 매트릭스 복합소재(CMC) 등의 첨단 기술들이 접목된다면 가스터빈의 연소 온도를 3,000℉ (약 1,700℃)까지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밀봉 기술과 열 전달 기술을 향상시킨다면 2020년까지 복합 사이클 효율을 63%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레이저 마이크로젯 기술로 냉각 통로를 가공하는 모습
증기 냉각 방식의 단점은 복잡하고 생산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것이다. 유지 비용에 자원도 더 많이 투입되며, 운영의 유연성도 낮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하면 미래는 역시 공냉식 가스터빈이 주류를 이루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기존의 증기 냉각 방식이 완전히 쓸모 없어진 것은 아니다. 증기 냉각 방식에는 여전히 그 나름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GE는 오랜 시간에 걸쳐 증기 냉각에 관한 많은 양의 지식과 경험을 축적해왔다. 이 지식이 미래에 공냉식 터빈을 위해 다시 쓰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배출가스저감에 기여하는 연소실
HA 시리즈 가스터빈만의 특장점
HA 시리즈는 시장에 따라 50Hz, 60Hz 두 가지 타입으로 제공되며 각각 .01과 .02 두 가지 버전이 있다. .02 버전에는 더 큰 압축기가 장착되어 발전 용량이 더 크다. 50Hz 가스터빈인 9HA. 02에는 연소실이 16개, 60Hz 가스터빈인 7HA. 02에는 연소실이 12개 있다. 연소 기술 역시 기존 제품에 비해 혁신적인 변화가 있다. GE만의 DLN(건식 저질소산화물) 기술과 AFS(다단연료분사) 연소 시스템의 도움으로 25ppm 이하의 NOx, CO 배출량을 유지하며, 희박연소 기술을 사용하여 기저부하의 38% 수준까지 강하하는 적은 출력 수준에서도 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한다. GE는 60Hz 기종 중 세계 최대용량, 최고 효율을 자랑하는 7HA. 02 가스터빈이 업계를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E DLN 2.6+ & AFS 연소기술이 적용된 연소실
7HA 시리즈 가스터빈은 가동 시간이 짧다. 가동 후 10분 내에 발전 최대 기저부하까지 발전이 가능하며, 발전량을 줄일 때도 분당 40MW의 속도로 빠르게 줄일 수 있다.
또한 7HA 시리즈 가스터빈은 설치의 유연성 역시 높다. 가스 터빈과 부대 설비가 고도로 모듈화되어 있어 건설 시간이 한결 짧아졌다. 기존 F 클래스 복합 발전기에 비해 H 클래스의 경우는 현장에서 직접 용접해야 하는 밸브 개수도 현저히 감소하였고, 전체적인 건설 시간 또한 25%나 줄어들었다.
한국에서도 이미 GS파워에서 안양 열병합발전소에 7HA 가스터빈을 채택하여 도입했다. 특히 한국 시장의 주력 모델인 7HA. 02는 60Hz 기종 중 세계 최대 용량과 최고 효율을 자랑한다. 또한 이 모델의 가스터빈은 모듈 설계로 설치의 편리를 높였고, 다양한 연료원을 활용할 수 있으며, 공냉식 방식으로 수자원을 아끼고 냉각 과정을 간소하게 바꾸었다. 이런 첨단 기술 적용의 결과, 효율성과 유지 보수의 편의성이 매우 높아졌다.
한국에 적용된 7HA .02 가스터빈의 또 다른 장점은 제조 분야뿐만이 아니라 가스터빈의 운용 측면에서도 첨단 기술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최신 가스터빈 제어기술, 자동화된 가스터빈 연소기 튜닝 솔루션이 그것이다. 연소기 튜닝 솔루션은 실시간으로 가스터빈의 연소 상태를 감시하는 동시에 연소 제어를 최적으로 조정한다. 그 결과 계절이 바뀌어도 연소기를 따로 튜닝 할 필요가 없고, 연료 조성이 바뀌는 등 외부 환경이 급격히 변화해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GE는 앞으로 가스터빈의 성능만이 아니라, 다양한 연료에 보다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낮은 부분 부하에서도 배출가스 농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더 유연한 전력 시스템을 제공하여 에너지의 미래를 바꾸고, 사람들이 더 편리하게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GE는 계속 노력하고 있다. HA 가스터빈은 이 새로운 미래를 여는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